1835일 만에 만난 폭군과 최종병기, 기대를 넘어섰던 '리쌍록'

이근승 2017. 1. 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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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의 화려했던 시절을 추억하다.. 이제동 vs. 이영호

[오마이뉴스이근승 기자]

2040세대에게 <스타크래프트>(아래 스타)는 특별하다. 스타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우리 삶의 일부였고, 하나의 문화였다. e스포츠의 탄생과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임요환과 홍진호부터 이제동과 이영호 등에 이르기까지 '프로게이머'는 우리 세대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세상이 다르듯, 게임 산업 역시 빠르게 변화했다. 스타2의 등장과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리그 오브 레전드, 현시대 최고의 게임으로 올라선 오버워치에 이르기까지 스타가 설 자리는 사라져갔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스타는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17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열린 'KT GIGA 인터넷 아프리카 TV 스타리그 시즌2' 4강전 이제동과 이영호의 '리쌍록'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모였다.

좌석을 얻기 위한 경쟁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됐고, 입석의 기회도 얻지 못해 돌아가는 팬들이 600여 명에 달했다. 스튜디오 근처 카페에 2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모여 경기를 지켜봤고, 온라인 시청자는 20만 명에 달했다.

  이영호(왼쪽)와 이제동(오른쪽)
ⓒ 아프리카TV
1835일 만의 만남, 기대를 넘어섰던 '리쌍록'

이제동과 이영호의 맞대결은 수많은 e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임요환과 홍진호의 '임진록'과 비교할 수 있는 e스포츠 최고의 라이벌전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들의 만남은 늘 뜨거웠고, 대단했다. 1835일 만에 다시 만났던 이날도 팬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명승부를 선보였다.

'폭군' 이제동은 복귀를 선언한 지 2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1경기 시작과 함께 노스포닝 3해처리를 통해 '대담함'을 보여주더니, '최종병기' 이영호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3cm 드랍 전략을 선보이며 팬들의 감탄사를 끌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탑 럴커의 성공과 이영호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드랍쉽을 연달아 잡아내는 스컬지 컨트롤까지 보여주면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 1경기 승리를 선물했다.

하지만 상대는 '테란이어서 강한 게 아니라 이영호라서 강하다'는 그 '최종병기'였다. 이영호는 안정적인 운영과 믿을 수 없는 물량, 이제동의 기습적인 럴커, 저글링 러쉬를 막아내는 침착함과 놀라운 컨트롤을 통해 2·3경기를 내리 따냈다. 

4경기는 이제동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경기였다. 이제동은 저그가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가 아니면 볼 수 없었던 '땡히드라' 전략을 테란전에서 사용했다. 그것도 '테란 최강자' 이영호를 상대로 말이다. 이제동은 이영호의 병력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직전 그 한 타이밍에 모든 것을 걸었고, 끊임없는 공격을 통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마지막 5경기는 이영호의 승리였다. 이영호는 안정적인 운영과 자원 확보, 5배럭에서 나오는 엄청난 물량을 통해 이제동의 뮤탈을 완벽하게 막았고, 추가 멀티를 내주지 않으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이제동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던 탓인지 뮤탈 컨트롤이 이전과 많은 차이를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1835일 만에 벌어진 '리쌍록'은 이영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의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고, 이들을 응원한 팬들의 표정 역시 둘로 갈렸다. 하지만 '리쌍록'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은 경기력과 팬들의 응원전을 통해 모두가 후회 없이 싸웠다. 다시 만난 것이 '꿈만 같다'던 이제동과 이영호의 말처럼 이날은 스타를 추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꿈만 같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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