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기다린 정현, 호주오픈에서 다시 웃다

심재철 2017. 1. 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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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R] 정현 3-0 렌소 올리보

[오마이뉴스심재철 기자]

서브 에이스의 숫자(정현 4개, 렌소 올리보 6개)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정현의 서브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다보니 3구, 5구의 스트로크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원하게 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테니스는 서브라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자기 중심을 잡아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윤용일 코치가 지도하고 있는 한국 남자테니스의 기대주 정현(세계 랭킹 105위)이 우리 시각으로 17일 오후 4시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12번 코트에서 벌어진 2017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라운드에서 렌소 올리보(아르헨티나, 세계 랭킹 78위)를 105분만에 3-0(6-2, 6-3, 6-2)으로 이겼다. 2015년 9월 1일 US 오픈 1라운드에서 거둔 승리 이후 소박하지만 그랜드슬램 두 번째 승리 기쁨을 누렸다.

서브로 초반 기세 압도

1년 전까지는 세계 남자프로테니스 단식 랭킹 51위를 유지하며 상위 랭커들도 우습게 볼 수 없는 실력자로 성장하던 정현이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1라운드 탈락 이후 부상에 시달렸다. 2015년 9월 1일 US 오픈 1라운드에서 호주의 제임스 덕워스를 3-0(6-3, 6-1, 6-2)으로 물리치며 메이저대회 첫 승리를 따낸 순간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부상 회복에 전념하며 이번 호주 오픈을 기다려왔던 정현은 남반구 호주 멜버른의 뜨거운(섭씨 36도) 기운 속 12번 코트에 섰다. 78위의 렌소 올리보가 첫 서브를 넣고 시작한 이 경기에서 정현은 자신의 첫 서브 게임부터 그동안 준비했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위력적인 서브를 뿜어내며 러브 게임으로 게임 스코어 1-1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정현은 첫 세트 세 번째 게임 네트 앞 대결에서 지혜로운 경기 운영을 펼치며 첫 번째 브레이크 기회 잡은 다음, 시원한 백핸드 스트로크에 이어 과감한 네트 앞 발리 공격을 성공시켜 2-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든든히 지켜내며 3-1까지 달아나 승리 기운을 끌어모았다.

이후에도 정현은 코트 건너편의 올리보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고 강한 스트로크로 몰아붙였다.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 시원하게 깔리면서 두 번째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까지 거머쥔 것이다. 이로써 첫 번째 세트의 승기는 정현이 완벽하게 휘어잡았다.

첫 세트의 주인이 가려지는 세트 포인트는 여덟 번째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게임 스코어 5-2 상태에서 서브권을 쥔 정현은 짧게 끊어치는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첫 세트를 끝냈다. 28분만에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였다.

두 번째 세트 초반은 렌소 올리보가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하지만 다섯 번째 게임에서 다시 한 번 정현이 렌소 올리보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세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것이다. 크게 흔들린 렌소 올리보는 이 게임에서만 두 차례나 더블 폴트(서브 실수)를 저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먼저 세 개의 세트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승리를 거두는 남자단식 규정상 이 순간은 실질적인 승부의 갈림길이 되었다.

여기서 서브의 자신감을 되찾은 정현은 빠른 서브에 이은 정확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뿌리며 4-2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세트 마무리는 아홉 번째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렌소 올리보의 서브 게임이었지만 세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정현이 위력적인 포핸드 스트로크로 압도한 것이다. 첫 세트에 비해 10분이 더 걸려 38분 만에 끝냈다.

그랜드슬램, 두 번째 미소

내리 두 세트를 내준 렌소 올리보는 세 번째 세트를 준비하며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상쾌한 새 옷 기운으로 올리보의 출발이 좋았다.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정현의 서브 게임을 따낸 것이다. 세 번째 세트도 쉽게 출발할 줄 알았던 정현이 쉬운 스트로크 두 개를 네트에 꽂은 것이 화근이었다.

먼저 두 세트를 쉽게 잡아냈다고 해서 정현이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해서는 안 될 흐름이었다. 이어진 올리보의 서브 게임에서 두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만들어낸 뒤 스트로크 싸움을 이전 세트처럼 해낸 덕분에 렌소 올리보의 결정적인 더블 폴트를 유도해냈다. 이렇게 다시 게임 스코어 1-1로 균형을 잡은 정현은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이어진 세 번째 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도 정현의 스트로크는 올리보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정현이 두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고 자신을 몰아붙이자 올리보는 신경질을 부리며 스스로 무너졌다. 비교적 쉬운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완승의 기회를 잡은 정현은 바로 다음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도 위력적인 서브를 코트 구석구석 꽂아넣으며 비교적 쉽게 게임을 따냈다. 이제 정현은 렌소 올리보의 서브 게임에서 이 경기를 끝낼 준비를 마쳤다.

두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이자 매치 포인트 기회를 잡은 정현은 벼랑끝에 몰린 렌소 올리보가 듀스까지 따라붙었지만 침착한 백핸드 수비 동작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정현은 세 번째 매치 포인트 기회까지 잘 기다렸다. 렌소 올리보의 첫 서브가 흔들렸고 이후 스트로크 싸움이 거듭되었을 때 끝까지 기다렸다.

결국 렌소 올리보의 받아치기가 정현이 서 있는 끝줄 밖에 떨어지며 예상보다 훨씬 짧은 1라운드(105분)가 끝난 것이다. 이로써 정현은 2015년 9월 1일 US 오픈 1라운드에서 그랜드 슬램 첫 승리 기쁨을 누린 뒤 16개월 16일만에 두 번째 미소를 지었다.

정현은 이제 2라운드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 세계 랭킹 15위) vs 크리스토퍼 오코넬(호주) 승자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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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R 결과(17일 오후 4시, 멜버른 파크 12번 코트)

★정현(한국, 세계 랭킹 105위) 3-0[6-2, 6-3, 6-2] 렌소 올리보(아르헨티나, 세계 랭킹 78위)

- 소요 시간 : 1세트(28분), 2세트(38분), 3세트(39분) 합계 105분
- 서브 에이스 : 정현 4개, 렌소 올리보 6개
- 더블 폴트 : 정현 1개, 렌소 올리보 7개
- 첫 서브 성공률 : 정현 57(39/69)%, 렌소 올리보 48(38/80)%
- 첫 서브 득점률 : 정현 69(27/39)%, 렌소 올리보 63(24/38)%
- 두 번째 서브 득점률 : 정현 70(21/30)%, 렌소 올리보 38(16/42)%
-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정현 44(7/16)%, 렌소 올리보 50(1/2)%
- 리시빙 포인트 득점률 : 정현 50(40/80)%, 렌소 올리보 30(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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