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기문의 서민행보는 우스갯거리가 됐을까?

CBS 시사자키 제작팀 2017. 1.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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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행보'라는 단어야말로 엘리트주의의 반증,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 문재인과 반기문, '누가 더 서민적인지'를 두고 기싸움중
- 이 시대의 서민은 도시빈민이 아니라 성공신화가 깨진 중산층
- 엘리트와 서민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정치는 가능할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1월 17일 (화)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하는 일상다반사 코너입니다. 오늘은 정치인들의 서민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 보겠습니다.왜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시장에 가고 양로원에 가고 그러는지 그 서민 행보의 숨은 뜻에 대해서 이택광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을 들어봅니다.
이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하나의 계기입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 얘기는. 공항철도 타는데 1만 원짜리 두 장을 함께 넣었다. 할머님 죽을 떠 드리는데 턱받이는 자기가 했다, 이런 등등이 화제가 되고 그러는데 이게 다 일종의 서민 행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이택광> 그렇죠. 또 업데이트된 해프닝이 또 있죠.

◇ 정관용> 또 있어요?

◆ 이택광> 퇴주잔.

◇ 정관용> 퇴주잔?

◆ 이택광> 가서 제를 올리는데 퇴주잔을 무덤에다 뿌리든지 아니면 일단 제삿상에 올려야 되는데 본인이 직접 마셨죠.

◇ 정관용> 첫 번째 잔 따른 것을 말이죠? 이렇게 보통 첫 번째 잔을 따르면 향 위에 세 바퀴 정도 돌리고 무덤에 뿌리거나 이렇게 하는데.

◆ 이택광> 세 바퀴 돌리는 건 집안 따라 다를 수 있는 건데요. 그런데 사실 이건 조상님께 술을 드리기 위해서 따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반기문 전 총장 본인이 직접 그걸 마시는 해프닝을 연출한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비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움을 주고 있는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았느냐..하면서 '다음 해프닝은 또 뭘까?' 궁금해지는 형국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퇴주잔은 서민 행보랑은 다르니까 그건 빼놓고 얘길 해야될 것 같기도 하네요.

◆ 이택광> 하여튼 반 총장이 귀국 후에 보여준 여러 가지 행보들은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서민행보'라고 부를 수 있고요. 들어오는 당일날 아예 대놓고 그런 수사를 사용하셨습니다. '서민 행보 할 것'이라고 했고요. 그때도 공항에서 이동을 할 때 지하철을 타니 마니 그걸 가지고 논란이 한참 됐죠. 그래서 사실 특정한 정치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인이라면 서민 행보를 해야 한다'라는 그런 선입견을 문제로 보고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정치인들, 누구나 다 그렇게 해 왔잖아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이죠. 문재인 전 대표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 오웅진 신부, 윤숙자 시몬 수녀. (사진=윤창원 기자)

- 문재인과 반기문, 누가 더 서민적인가?

◆ 이택광>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이 둘 다 다 전직이신데 이 두 분이 논쟁을 벌였죠. 누가 더 서민적이냐? 문재인 전 대표 같은 경우에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전혀 서민적이지 않다.

◇ 정관용> 라고 비판했죠.

◆ 이택광> 서민 행보를 했다. 그래서 위선적이다 이런 논리를 구사하셨는데 그러니까 반 전 사무총장의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나야말로 진짜 서민 출신이다. 그리고 나야말로 서민 출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전세계를 관장하는 UN사무총장까지 간..

◇ 정관용> 사람이다.

◆ 이택광>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 또는 어떤 정치인이 더 훌륭한가 이런 문제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지금 한국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서민이 노력을 열심히 해서 성공한다.'라는 신화가 있는거죠.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고, 한국 사회는 헬조선이다, 또는 흙수저니 금수저가 따로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거죠. 그 배경도 결국은 서민이 성공모델을 만들어낼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것이거든요. 하지만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경제성장 모델, 바로 서민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해서 잘 살 수 있다라는 것...

◇ 정관용> 대한민국 전체가 그렇게 된 것 아닙니까?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성공신화의 가장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죠. 그것을 제가 볼 때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그대로 자신의 자산으로 쓸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발언들을 봤을 때.

◇ 정관용> 내가 성공신화의 상징이다.

◆ 이택광> 그러면서 조금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결국은 서민들도 성공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런 이야기라는 거죠. 그런데 약간 저는 기류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제 일단 두 가지를 지적할 수가 있는데 첫째, 서민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뻑하면 서민을 호출하죠. 지금 가장 제가 볼 때는 서민을 많이 호출했던 분 한 분이 지금 청와대에 계시는 분이에요. 그러니까. 내려오지 않고 계시는 저 분이고.

◇ 정관용> 대구 서문시장을 자주 방문하셨죠.

청와대 제공
- 부서진 성공신화, 더이상 '서민'은 우리가 알던 '서민'이 아니다

◆ 이택광> 자주 방문하셨고 그 이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경우도 서민 행보를 많이 하신 대통령으로 또 유명하죠.

◇ 정관용> 자갈치시장, 국밥아줌마.

◆ 이택광> 뻑하면 시장에 가고 가장 중요한 게 못난이 국밥, 그렇죠? 국밥을 드시는 그런 못난 얼굴을 연출을 해서 욕쟁이 할머니한테 욕 들어먹고. 그런 콘셉트 광고를 또 하셨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뭔가 70년대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는 거죠. 그런데 그때 서민이라고 하는 그 서민은, 말하자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도시 빈민이라든가 아니면 또 조선소 노동자들이었어요. 그리고 또 아니면 힘겹게 살아가는 거죠. 시장, 전통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해 갔던 그런 분들을 지칭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이라는 것은 그런 전통시장이 아니거든요. 시장이라고 우리가 부르고 있지만 가서 보시면 거기에서 대부분 판매하시는 것들은 대동소이합니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의 한국이 어떤 제조업으로서 그런 물품을 공급하는 그런 산업체는 더 이상 아니라는 거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많이 이행을 했고 그리고 또 인구 거주의 비율들도 도시가 아직까지는 비율상으로는 낮지만 그런 여러 가지 소득 수준이나 이런 것을 봤을 때 절대적으로 도시 중심의 어떤 생활구조를 우리가 갖게 됐잖아요. 그런 면에서서민이라는 대상은 상당히 애매해진다는 거죠. 누가 도대체 서민이냐 이런 물음을 갖는 거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서민들은 실질적으로 정치 체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제대로 재현되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죠, 그러니까. 투표권이 있지만 투표할 시간이 없다든가 하는,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거죠.

◇ 정관용> 주로 대표적인 현재 우리의 계층 구조에서의 서민은 비정규직, 저소득 근로자. 저소득 영세, 자영업자 이런 분들 아닙니까?

◆ 이택광> 대부분은 이제 몰락한 중산층이라 부를 수 있는 거죠. 중산층의 꿈이 사라진 중산층들. 일반적으로 그런 분들이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으로 불려 왔었거든요. 그런 꿈을 상실한 중산층. 다시 말해서 신분 상승. 또는 경제적으로 어떤 나은 삶을 살 꿈들이 박탈된 사람들.

◇ 정관용> 성공신화가 깨진.

◆ 이택광> 이런 사람들 서민이라 부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분들은 자기들을 서민이라 부르긴 부르지만 서민으로서 자기들을 정체성화하는 분들은 아니거든요. 본인들은 중산층이라 생각을 하시는 거죠. 중간계급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고 좀 더 나은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이 말씀을 왜 드리냐 하면 경제적인 어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것으로는 되지는 않았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럼요?

◆ 이택광> 일반적으로 더 나은 삶에 대한 개념들이 과거에 비해서 좀 달라졌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예를 들어서 평수 넓은 아파트로 간다든가 더 큰 자동차를 소유한다든가 이런 식으로의 방식으로 양적인 성장들을 자기들의 어떤 더 나은 삶의 지표로 삼았다면 지금 대부분의, 이른바 서민으로 대상화되는 그런 분들도 그렇게 삶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왜냐하면 아시는 거예요. 왜 이런 문제들이 한국 사회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지 왜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지에 대한 것들을 좀 젊은 세대들이라든가 유권자 분들이라든가 이런 분들이 알고 있는 거죠. 더 이상 한국 사회가 고도성장의 시대로 갈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사실 다시 한 번 제가 2012년을 상기해 보라고 항상 말씀을 드리는 건데 그때 무슨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나왔었어요.

◇ 정관용> 네, 대선 때 화두였죠.

◆ 이택광> 유권자가 알고 있다는 거죠. 더 이상 고도 성장사회로 갈 수 없다. 우리가 그런 서민에서 중산층이 되고 중산층이 다시 잘 사는 부자가 되고 이런 식의 꿈들. 모두 부자되세요라는 꿈들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2012년에 유권자들은 알고 있었어요.

◇ 정관용> 성공신화의 시대는 아니다. 이제는 경제민주화의 시대다.

◆ 이택광> 다시 말하면 우리가 그만큼 성장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못 살게 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죠. 이것이 제대로 분배가 잘 안 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삶'에 대한 이상들이 특정한 어떤 계급, 특정한 어떤 계층들의 어떤..

◇ 정관용> 독점 때문에.

◆ 이택광> 독점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이미 유권자들이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경제 민주화라는 이슈가 중심이 되었던 거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본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지만 저 분이 가져가신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현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돌아오셔서 보였었던 행보라는 것은 정말 어떻게 보면 구태의연한 정치인의 행태를. 그런 행태를 보여준 거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게 우스갯거리가 되는 것이죠. 이런 행태들, 해프닝들은 앞으로 분명히 대선이 곧 다가오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나서시는 정치인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된다는 것이죠.

◇ 정관용> 그런데 반기문, 박근혜, 이명박. 지금 세 사람만 언급을 했는데 사실은 야당 대선후보들도 선거 때마다 항상 시장 가고 이른바 서민 행보 하잖아요. 시설에는 가서 양로원에 가서 다 하잖아요. 장애인 시설 가기도 하고.

◆ 이택광> 그래서 상당히 좀 슬픈 이야기죠. 물론 정치인들이 더 낮은 곳으로 가서 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곳들을 밝힌다. 이런 어떤 취지들은 상당히 훌륭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유권자들은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굉장히 식상해할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고민들을 하시겠지만. 결국 이것은 뭐냐 그러면 한국의 정치 체제가 뭔가 엘리트주의에 물들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거죠.

◇ 정관용> 서민 행보가 엘리트주의의 반증이다?

◆ 이택광> 그렇죠. 그러니까 서민 행보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본인은 서민이 아니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아, 네.

◆ 이택광>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온다는 개념이죠. 정치가 그러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를 저는 고민해 봐야 되는 거 아니냐, 반성해 봐야 하는 게 아니냐 생각이 들고요. 그게 바로 제가 볼 때는 우리가 정말 아무런 의심 없이 인준하고 있는 이 정치에 대한 생각들.. 바로 전문가들이 정치를 해야 된다는 생각. 이것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전문가가 누구냐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전문가가 결국은 엘리트라는 것이죠. 정치적으로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라는 것인데 이런 원리원칙은 정말 훌륭합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유행했던 카툰이 하나 있어요,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과 더불어서 유행을 했는데 물론 트럼프를 비판하기 위해서 나온 리버럴한 성향의 카툰이었죠. 거기에 보면 이런 게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항공기 내에서 어떤 승객이 선동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 기장이 승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이 기장이 승객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기장을 바꿔야 된다. 그래서 승객 중의 대표를 한 명 뽑아서 기장을 바꾸자. 이렇게 주장을 하는 거예요. 이것을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으로 카툰이 나왔는데.

◇ 정관용> 승객 대표가 기장이 되면 비행기를 운항할 수 있나요?

◆ 이택광> 없죠.

◇ 정관용> 못하죠.

◆ 이택광> 이게 사실 자유민주주의적인 이상이거든요. 그러니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엘리트 또는 훈련받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해야 된다라는 자명한 사실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그런 비전문가, 즉 기장이 아닌 사람이 이 비행기를 몬다고 하면 비행기를 제대로 몰겠느냐, 착륙을 제대로 하겠느냐. 비행을 제대로 하겠느냐. 묻게 되는데요. 당연히 잘 못하죠. 비행기를 몰기위해서는, 그러니까 정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또 어떤 방식들로 해나가면서 거버먼트, 또는 거버넌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훌륭한 엘리트들이 선출돼서 그분들이 전문성을 가지고서 정치를 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 포퓰리즘에 의해서 비전문가들이 당선이 된다라는 거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전문가들이 결국은 그 자리에 가서 했던 일이 뭔가, 하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보시면 아시겠죠. 그분들 다 전문가들이에요. 훌륭하신 분들이죠. 그런데 그분들에게 누락돼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전문성만 가지고 이것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그 카툰은 제가 볼 때는 약간 과장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라는 것은 비행기를 모는 행위는 아니거든요. 정치라는 것은 그냥 단순하게 비행기 안에 표를 구입해 들어가서 타고 A에서 B로 이동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삶과 직접적 관련돼 있는, 내 삶을 관장하는 나의 어떤 존재론적인 방식, 그게 정치라고 부를 수 있어요.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것인데 결국 나의 의견을 주장하고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또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서 보편적인 지향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정치예요. 이것은 사실은 모든 사람이 갖춰야 되는 덕목이 되는 거죠.

◇ 정관용> 우리 일상생활이 사실 정치죠.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훌륭한 정치가라 한다면 이런 시민의식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시민들이 정치적인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거예요. 서민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 대표다. 그러니까 나에게 일을 맡기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주인이니까 나서고 제가 그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방식으로 나와야 된다는 것이죠. 이게 상당히 작은 차이 같지만 큰 차이입니다.

◇ 정관용> 정치의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 국민과 이른바 서민 한 명, 한 명이 정치의 주체다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단 거죠. 지금 정치인들이 시장 가서 하는 행동도 보면 '요즘 힘드시죠?' 그러면 뭐가 힘들고 뭐가 힘들고 말을 해요. 그러면 '그거 제가 다 해결해 드릴게요' 이렇게 나가거든요, 보통.

◆ 이택광> 이제는 그런 정치인은 좀 안 봤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그게 아니라는 거죠.

◆ 이택광>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주인이고 그분들의 의견들을 정치화할 수 있는 방식들을 좀 찾아내는 참신한 정치인들 좀 봤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어떤 이들 보면 토크콘서트 같은 식으로 이제는 지역에서도 청년들이나 누구나 만나서 그들에게 말할 권리를 주고 마이크를 건네주고 그들 속에 한 명으로 정치인이 자기 의견도 얘기하고 내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은 보이기는 보여요.

◆ 이택광> 그러니까 그게 바로 광화문의 촛불집회의 모습이었죠.

◇ 정관용> 만민공동회가 또 그런 거고.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사진=황진환 기자)

◆ 이택광> 최근에 촛불집회의 특징은 바로 그거입니다. 누구나 나와서 발언을 하고 그 발언들 들어보면 굉장히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훌륭해요. 그리고 그 안에 핵심들이 담겨져 있고 그런 것들을 어떻게 세련된 정치적 언어로 만들어내는가. 정치인들의 몫인 거죠. 그런 것을 잘 해낼 때 그 정치인들이 전문적인 정치인들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그런 역할분담의 차원에서 정치인들이 분명히 대의민주주의의 어떤 그런 역할들을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는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직접 민주주의, 다시 말하면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없다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거예요. 서민 행보를 할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그러한 정치적 주체의 일원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어깨를 겨누는 것. 그런 행위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날카로운 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쭉 이야기하다가 제가 가만 생각해 보니까 예를 들면 장애인시설에 가서 목욕 봉사라든지 양로원을 찾아가서 외로운 할머님들 좀 인사한다든지 이걸 전부 싸잡아서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 이택광> 그 자체를 비판한다기보다는 그것만 하는 행위. 사실 그런 분들은 평소에 숨겨져 있다가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보이잖아요.

◇ 정관용> 그래도 정치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분들에 대한 관심을 우리가 환기합시다 이런 의미도 전 있다고 보니까.

◆ 이택광> 당연히 그런 것은 해야죠.

◇ 정관용> 그냥 시장가는 것하고는 좀 구별해서 봐야 할 것 같다. 이 생각이 지금 갑자기 들어서 이건 좀 덧붙여두고 싶네요. 다만 서민 행보, 그것의 기본 발상이 서민과 엘리트의 이분법. 나는 엘리트. 내가 너희들을 이끄는 리더다. 여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여지는. 이건 벗어납시다.

◆ 이택광> 그래야지만 참신한 정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큰 정치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네,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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