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택은 '하드 브렉시트'.. EU단일시장·관세동맹서 빠진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2017. 1. 18.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메이 총리 '탈퇴 협상案' 공개
EU 회원국 지위·혜택 잃더라도 국경통제 강화, 이민자 억제 방침
미국·인도 등 주요 교역국들과 개별적인 무역협정 체결하기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 시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안에 대한 연설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탈퇴를 선언했다. 또 국경 통제를 강화해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를 억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처럼 단일시장에는 남고 EU에는 들어가지 않는 모델이 아니라, EU를 깔끔하게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런던 랭카스터하우스에서 열린 연설에서 "EU에 부분적으로 가입하거나 준회원적 성격을 갖는 이른바 '반쪽은 머물고 반쪽은 떠나는(half in, half out)' 형태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로 영국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고 공정하며 한층 통합된 나라로 변하기를 바란다"며 "독립적 주권을 가진 영국은 EU 동맹들과 동등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메이 총리는 국경 통제 강화 계획과 관련, "영국으로 들어오는 EU 회원국 시민들의 숫자를 통제할 것"이라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동유럽 등에서 영국으로 몰려온 이민자들이 영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EU 회원국일 때는 이민자 유입을 막을 길이 없지만, EU를 탈퇴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EU는 그간 "회원국 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관세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영국의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챙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에 좋지 않은 무역 협정을 인정하느니 아무 협정 없이 EU를 떠나는 편을 선택하겠다"며 "EU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 및 경제블록과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EU라는 단위로 묶여 영국 독자적으로 FTA를 체결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 EU 단일 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이탈해 영국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인도 등과 교역하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EU가 (영국에) 징벌적 조치를 취한다면 그것은 불행한 자해 행위이고, 친구로서의 행동도 아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은 EU가 체결했던 협정 78개를 다시 맺어야 한다. 관세동맹 탈퇴로 EU 내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지만 자체적으로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입겠지만, 경제모델을 바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발표 연설 당일 영국 파운드화는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급등하는 등 요동쳤다.

메이 총리는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U 회원국은 각 나라의 독자적 법률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ECJ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영국 정부는 노동·환경·산업 등 각종 분야에서 더 이상 EU 법규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브렉시트를 위해 영국은 오는 3월 말까지 EU와의 탈퇴 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EU 회원국들과 협상할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