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태강 "수없이 당한 핍박, 최순실·김기춘 넣으니 퍼즐 풀려"

정진우.우상조 2017. 1. 1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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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 찍혔던 전 문체부 국장
문체부 직원이 "사표 내라"며
"장관도 어딘가서 전화받아" 전해
"김종·김종덕이 조직 몰락시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17일 서울 동부이촌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우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2급 공무원인 체육국장을 지낸 노태강(57)씨는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접은 뒤 오히려 유명 인사가 됐다.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목한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적지 않다.
노 전 국장은 국회 청문회와 특검 수사에 출석하면서 자신이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건의 한가운데 힘없이 서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자신이 겪은 ‘체육계 농단’에 대해 본지 기자에게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84년 3월부터 줄곧 체육계 업무를 한 노 전 국장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문체부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하다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 국장과 중앙일보가 17일 용산구 동부이촌동 카페에서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사진 우상조 기자]
Q : 박 대통령이 왜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했나. A : “2013년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이 ‘받아 적으라’면서 최순실·정유라씨의 최측근이자 승마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민원’을 전달한 것이 발단이었다. 승마협회 내 반대 파벌에 대한 비리 제보였는데 오히려 승마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 그 직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됐고, 유진룡 전 장관으로부터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며 경질을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쁘다’는 건 인성의 문제이지 공무원의 직무 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당시는 내가 올린 보고서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 국장과 중앙일보가 17일 용산구 동부이촌동 카페에서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사진 우상조 기자]
Q : 미리 낌새를 채지 못했나. A : “박 전 전무가 당시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에게 전화해 ‘지금 나랑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보고서를 그딴 식으로 쓰느냐.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 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고, 특검팀 조사를 받게 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졌다. 정말 참담한 일이다.”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 국장과 중앙일보가 17일 용산구 동부이촌동 카페에서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사진 우상조 기자]
노 전 국장은 지난해 3월 다시 한번 대통령의 직접적인 질타를 받고 퇴직했다. VIP 관심 사항으로 알려진 국립중앙박물관 프랑스장식미술전이 취소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들어서는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
Q : 사표 통보는 어떻게 받았나. A : “문체부 직원이 찾아와 ‘사표를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김종덕) 장관도 어디에선가 전화를 받고 내린 지시 같다’는 답을 들었다.”
지난달 7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오른쪽). 왼쪽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Q : 이후 조윤선 장관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직을 제안했다는데. A : “인사 조치 문제가 특검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다. 대한체육회 인사를 왜 문체부에서 좌지우지하느냐며 거절했다. 조윤선 장관은 ‘명예회복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했지만 내가 원하는 명예회복은 체육계 농단이 소상히 밝혀지는 것뿐이다.”
지난달 7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
노 전 국장은 김종덕(60·구속) 전 문체부 장관과 김종(56·구속) 전 문체부 2차관에 대해 “자유롭고 창의적이었던 문체부를 한순간에 몰락시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곪아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정부 예산을 내세워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일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저급하고 치졸한 행동이다. 정말 비열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노 전 국장은 인터뷰의 마무리를 초·중학생 두 딸에게 전하는 말로 대신했다.

“아빠는 공무원인데, 높은 사람하고 의견이 조금 다른 상황이다. 아빠 생각을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는 거지 절대 잘못한 일은 없다. 너희들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다.”

글=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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