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시작전권 원한다면 당장 가져가라 할 가능성"

2017. 1. 18. 01: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피즘- 세계를 흔든다] ①글로벌 외교
한-미 관계 ∥ 문정인 교수 인터뷰
"방위비 증액 고리로 쓸 가능성
북핵 '전략적 인내' 바꿀 것
대화-행동 갈림길에 서 있어

한국이 남북관계 주도권 잡아
미국 향해 지렛대로 활용할
상상력 있는 외교 절실"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는 (리처드) 닉슨과 비슷한 측면이 상당히 많다. 닉슨이 닉슨독트린을 선언해 ‘아시아 방어는 아시아가’라며 주한미군을 줄였다. 경제가 어려워서다. 트럼프 주장의 맥락과 비슷하다. 다만 닉슨은 ‘미국 중심적 세계 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 건데, 트럼프는 ‘패권적 리더십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동맹 조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 국제정치학자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사진)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한-미 관계와 북핵·북한 문제에 대해 “아직 가변적 변수가 많다”면서도 비교 잣대로 ‘닉슨 시대’를 제시했다. 인터뷰는 문 교수가 크라우스 석좌 연구원으로 있는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국제전략정책대학원에 석달 일정으로 떠나기 전인 8일 낮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진행됐고 이후 이메일 교환으로 보완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현이 한반도에 끼칠 영향을 큰 틀에서 짚어달라.

“한반도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려면 일러도 차관보급 인선·청문회가 끝날 4~5월은 돼야 한다. 아직 변수가 많다. 다만 핵심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귀환’(pivot to Asia) 정책을 지속할지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세계전략을 구상하느냐와 관련이 있어서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로 동맹을 재검토하고, (지정학보다) 지경학에 관심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가 중국·러시아의 이른바 세력권을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어, ‘대중 견제·봉쇄’라는 지정학적 인식과 시각이 다른 점도 두고봐야 한다.”

-한·미 동맹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트럼프의 동맹 인식은 직설적이다. 한국·일본·나토·독일·사우디를 거명하며 ‘무임승차’라고 했다. ‘미국은 시혜자, 동맹국은 수혜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우선 한·미 동맹 공동방위에 들어가는 부담 조정 문제. 첫째 ‘방위분담비율’(defense burden sharing)을 미국 수준으로 올리라 할 수 있다. 한국은 국방비가 국내총생산 대비 2.4% 남짓인데 이를 미국 수준(4.3%)으로 올리라 할 수 있다. 둘째 주한미군 관련 방위비 분담(defense cost sharing). 한국이 대략 50%를 맡고 있는데, 결국 한국이 100%까지 부담하라 할 수도 있다. 국내 정치적 저항으로 동맹 조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한국에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원한다면 당장 가져가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충동적·반사적 성향이 강하다.”

-‘북핵’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다. 트럼프가 ‘에이비오’(Anything But Obama·뭐든지 오바마와 다르게)로 나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바꾸려 할 것이다.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우선 ‘대화·협상을 통한 타결’인데, 우리한텐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게 아니면 ‘군사적 행동’인데,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올 수 있다. 국방장관 후보자도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당선 뒤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최우선 관심사는 ‘테러와의 전쟁’이다. 중·러도 중요하다. 북핵은 ‘1순위 의제’가 되기 어렵다.”

-함의가 뭔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을 1순위로 다룰 형편이 아니라는)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어떤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든 북핵 문제 대응의 주도권을 우리가 잡아야 한다. ‘주연 한국, 조연 미국·중국’의 세팅이 맞다. 많은 이들이 ‘미국 독립변수, 한국 종속변수’라고 착각하는데, 나는 ‘한국 독립변수, 미국 종속변수’라고 생각한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 확보한 대북 영향력을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할 ‘상상력 있는 외교’가 절실하다.”

-사드도 현안인데.

“그 문제는 오히려 쉽다. 트럼프는 엠디(MD·미사일방어) 체계의 기술적 효용성에 회의적 인식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사정이 이렇게 됐으니까 배치를 지연해달라’고 요청하면 트럼프는 환영할 수도 있다. 트럼프한테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또한 미국의 일방적 시혜로 비칠 수 있어서다.”

-탄핵정국 와중에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의 미국행이 잦은데?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구상, 아시아 정책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는데 우리가 안달이 나서 로비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차분히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해뒀다가 미국이 뭔가 들고 나오면 유연하게 대응하면 된다.”

글·사진/김지은 이제훈 기자 mira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페이스북][카카오톡][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