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창출을 위한 포트폴리오 관리] 기존 사업 유지하고 거래관행 의존하면 성장 못해 시장 변화, 회사 강점과 리스크 고려해 사업 재편

제리 한셀 BCG 시니어파트너, 박용선 기자 입력 2017. 1.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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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도 기업이란 현재의 매출뿐 아니라 미래 이익을 보장하는 기업이다.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가진 가치창출 능력을 수치화해 볼 수 있는 곳은 주식 시장이다. 투자자가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현재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라지캡(Large-Cap·시가총액이 큰 대형기업) 기업 가운데 상위 그룹은 투자자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라지캡 기업으로 계속 남기란 쉽지 않다. 성과를 낸 기업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평균 실적만 올리기 때문이다. 자연히 미래에 대한 외부의 기대는 낮아진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거나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할 경우 거치는 일반적인 수순이다.

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글로벌 상위 10대 가치창출 기업 순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BCG가 지난 18년 동안 세계 200대 기업 중 상위 10개 기업으로 선정한 기업은 총 89개다. 이 중 46개 기업이 단 한 차례만 이름을 올렸고, 3년 이상 순위에 있었던 기업은 19개에 불과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애플이 8년 동안 이름을 올린 게 최고 기록이다. 그만큼 지속적인 가치창출, 새로운 기대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가치창출 1등 기업 애플

2016년 라지캡 기업 순위 역시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이 기업들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4.7%의 총주주수익률(TSR)을 기록할 정도로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10개 기업 가운데 5개 기업이 첫 순위권 진입이었다. TSR은 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수익률을 뜻한다.

이렇듯 가치창출을 유지하는 것은 한두 분기의 실적이 좋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뛰어난 매출과 투자자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행보를 보여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비즈니스 방향과 단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오늘날 지속적 가치창출은 기업의 생명과도 같다. 진정한 경영진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치창출 전략을 바로 세우면 가능하다. BCG는 라지캡 기업순위가 경영전략에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분석했다.

첫째, 높은 경영목표를 세우되 현실적인 목표여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최상위 라지캡 기업을 성과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상위 25~30% 수준의 TSR 달성 혹은 동종업계 연평균 중간값을 몇%포인트 초과하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높은 성과를 기록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환경과 트렌드에 맞는 가치창출 전략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 회사의 미래 가치창출 전망은 현재 기업의 포지션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 비즈니스, 상품 그리고 사업 포트폴리오 내 주요 자산이 가진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역할에 따라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 동시에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애플은 8년 동안 BCG의 ‘글로벌 상위 10대 가치창출 기업 순위’에 올랐다. 이 순위에 3년 이상 이름을 올렸던 기업은 델, 아메리카 모빌, 암베브, 아마존 등 19개에 불과하다. <사진 : 블룸버그>

포트폴리오 조정 1단계 | 투자논거 설정

포트폴리오 관리의 효과는 크다. BCG 가치창출 기업 리스트에 있는 다수의 기업은 포트폴리오 관리를 가치창출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성장했다. 문제는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전략의 필요성과 가치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러 대기업이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위 경영진 대부분이 기존 비즈니스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다는 이유로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에 하고 있던 거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과민반응을 보이는 극단의 선택 가운데, 경영진은 조금 더 냉정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업을 유지할지, 분할하거나 공동관리를 해야 할지 등 리스크는 줄이고 주주 가치는 극대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관리를 고민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조정은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투자논거 설정, 2단계 포트폴리오의 가치창출 잠재력 결정, 3단계 강력한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과 실행이다.

투자논거 설정 단계가 필요한 이유는 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자본을 배분할지 관점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핵심 사업은 무엇이고, 그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비주력 사업 가운데 어느 것을 매각할지를 정할 수 있다.

경쟁업체 대비 기업의 상황, 자사의 강점, 기회, 리스크 등을 반영한 좋은 투자논거는 일정 기간(약 3~5년) 동안 높은 수준의 가치창출을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 3~6개에 집중한다. 명확한 투자논거가 마련되면 경영진도 전문 투자자처럼 상충하는 우선 과제 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하는 것)를 보다 효과적으로 비교, 평가할 수 있다. 제로베이스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함으로써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이는 포트폴리오 관리의 연장에서 인수, 기업분할 후보 사업 파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시장 내에서 경쟁업체를 앞지를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비용, 기술, 브랜드 등의 측면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남 따라하기’ 전략으로는 의미 있는 투자가치 상승을 이루기 어렵다.

포트폴리오 조정 2단계 | 가치창출 잠재력 평가·결정

2단계인 포트폴리오 가치창출 잠재력 평가는 개별 사업이 지닌 세부적인 성장 가능성을 정교하게 평가함으로써 포트폴리오 구성의 전반적 향상을 꾀하기 위한 단계다.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고 발전의 여지를 찾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3가지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분석한다.

첫 번째 영역은 시장 분석이다. 해당 시장의 경기 전망과 성장 가능성, 이익률 전망, 기업 경쟁력 등 시장에 내재된 잠재력을 측정한다. 여기엔 시장 내에서 자사가 경쟁업체를 앞지를 수 있는 요소도 포함돼야 한다. 비용, 기술, 브랜드 등 방어 가능한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차별화 전략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투(me too·남 따라하기)’ 전략으로는 의미 있는 투자가치 상승을 이루기 어렵다.

두 번째 영역은 가치 분석이다. 시장 분석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하고 있지만, 그 사업의 투자 실적과 미래 가치창출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BCG는 사업별 내부 TSR 기여도를 분석하고, 해당 사업의 가치를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사업이 회사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고,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가치분석을 거치면 자본을 어디에 투자하고 어느 분야에 경영진의 관심이 더 필요한지 정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오너십 분석이다.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오너십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사업 간 연계를 만들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역할, 자본 조달을 위한 투자자 설득, 장단기 전략의 균형과 사업 리스크 분산 등 오너가 책임지고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조정 3단계 | 강력한 전략 수립과 실행

세 영역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을 완료하면, 그에 기반한 강력한 포트폴리오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3단계인 강력한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과 실행이다. 포트폴리오 내에서 특정 사업이 맡은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예산과 성과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포트폴리오에 있는 사업 역할은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성장동력 사업은 매출 성장을 통해 높은 수준의 가치를 창출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로 성장재원 사업은 탄탄하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그렇게 높은 사업은 아니다. 셋째, 균형 잡힌 사업은 적정한 수준의 성장 기여와 시장점유율, 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한 사업이다. 넷째, 수확사업은 현금창출과 단기 TSR에는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치파괴 사업이다. 다섯째는 턴어라운드 사업이다. 심각한 재무 및 시장 위기를 직면한 사업으로 이미 가치파괴가 진행 중인, 매각이나 처분이 필요한 사업이다. 각 사업의 역할마다 자본 분배전략과 핵심성과 지표, 경영진의 관심이 달라진다.

전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투자논거를 설정하고, 핵심 가치창출을 위한 사업 부문을 정교하게 설정해 자본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각 단계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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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캡(Large-Cap)라지캐피털(Large-Capital)의 약자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기업을 분류했을 때 상위그룹에 속하는 대형 기업을 뜻한다.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은 스몰캡이라고 불린다.

BMS는 다각적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펼치다가 10년에 걸쳐 바이오 제약 전문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사진은 BMS의 게놈 기술 제약 연구소. <사진: 블룸버그>

plus point


BMS, 영양제·영상진단기기 등 비제약 부문 처분 ‘옵디보’ 개발, 면역항암제 매출 비중 0→15% 증가


미국 BMS(Bristol-Myers Squibb)는 바이오 제약업계에서 우수한 가치창출을 실행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동종업체 가운데 TSR 순위로는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BMS는 다각적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펼치다가 10년에 걸쳐 바이오 제약 전문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BMS의 변화는 업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 제약업계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점차 블록버스터 신약이 가진 제품 수명이 줄면서 업계가 가진 가치가 하락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특허 만료와 복제약과의 경쟁으로 특허절벽을 앞두게 됐고, 시가총액은 감소했다.


이런 업계 변화는 BMS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콜레스테롤 저하에 사용되는 스타틴약 프라바촐(Pravachol)의 특허권이 만료됨에 따라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매출이 감소했다.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던 플라빅스(Plavix)는 특허분쟁으로 매출이 15% 줄었다.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BMS 경영진은 사임했고, 짐 코넬리우스(Jim Cornellius)가 임시 CEO로 선임됐다.


짐 코넬리우스가 선임된 당시 제약회사들의 주요 전략은 대형 M&A와 포트폴리오 다각화였다. 짐 코넬리우스는 시장분석을 통해 BMS가 다른 제약사와 동일한 전략을 취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코넬리우스는 회사를 전문 바이오 제약회사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우선,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가치를 분석해 비제약 부문을 처분했다. 영양제, 상처 치료, 영상진단기기는 순매출의 4분의 1 수준이었는데 여기에 들어갈 역량을 확실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제품의 연구개발(R&D) 조직에 투자했다. BMS가 가진 대형 제약업체로서의 강력한 개발·상용화 능력에 바이오테크 업계의 혁신을 접목해 미개척 분야의 혁신약품 개발에 집중한 것이다.



포트폴리오 변경… 바이오 제약 집중 투자


신규 약제 개발에 자금이 투입되는 동안 생산성 개선 계획도 발표하고 실행해나갔다. 투자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기존보다 탄탄한 재무역량과 안정적인 가치 평가를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판매관리비를 절감하는 등 25억달러(2조9000억원)의 비용을 감소시켰다. 핵심사업이 아닌 사업들은 정리해 여유 자금을 만들었고 이를 핵심사업에 재투자했다. 핵심사업은 면역종양학 관련 제품이었다. 인체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을 정복하는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종류의 암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이 클 뿐 아니라 다른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단순한 포트폴리오 변경이 아닌, 새로운 가치창출의 고리를 만든 셈이었다. 또 내부적으로는 지배구조 모델을 재편해 오너십을 강화했다. R&D 파이프라인 관리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리더십위원회를 재편했다. 기존의 사내 정치적 관리에서 탈피해 R&D 리더들이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의결 과정에 참여하고, 이슈를 공론화해서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면역항암제 투자가 본격화됐고 전통적인 제약 분야였던 당뇨 관련 사업 부문은 매각됐다.


그 결과 만들어진 옵디보(Opdivo)는 2015년 10억달러(1조1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부상했다. 2011년 이전 면역항암제 사업이 BMS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였지만, 2015년에는 15%까지 증가했다. 2021년에는 4배 더 증가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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