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 외제 불매운동에도 외국 자동차 판매 크게 늘어 소형차 감세정책 덕분.. 日 혼다는 24%나 증가

손덕호 기자 2017. 1.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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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고층빌딩 사이를 지나가는 도로. 자동차가 들어차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민족주의 감정이 높아졌지만 자동차는 실용적인 판단에 따라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진 : 블룸버그>

지난해 중국은 민족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작년 7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 패소 결정을 내리자 외국 브랜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 등 중국 전역의 4000개 KFC 매장 앞에서 반미(反美)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를 뚫고 KFC에 들어간 사람은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로 도끼를 테이블에 놓고 치킨을 먹기도 했다.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선 한 청년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행인에게 ‘매국노’라는 욕설을 들었다.

일본의 경우 반일(反日)감정 때문에 이중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2012년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하자 도요타 자동차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타격이 컸다. 당시 시안(西安)에선 도요타 자동차를 몰던 사람이 시위대의 한 청년에게 둔기로 맞아 반신불수가 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외국 제품을 몰아내야 한다는 ‘애국시(詩)’가 퍼졌다. ‘일본 제품, 도요타·혼다를 사면 남중국해를 공격한 적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해 불매운동은 자동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인들이 감정보다는 실용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족주의 감정보다 품질 따진 실용적 선택

중국에서 외국 자동차 브랜드는 골고루 성장했다. 도요타·닛산·혼다·마쓰다·스즈키·미쓰비시·스바루 등 일본 6개 자동차 업체는 지난해 중국에서 총 43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일본 업체가 중국에서 1년에 400만대 이상 자동차를 판매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닛산이 135만4600대로 가장 많고, 이어 혼다(124만7700대), 도요타(121만4200만대)순이다.

독일과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판매량도 늘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독일 업체의 판매량은 13.8%, 미국 업체는 15.5% 증가했다. 15.8% 증가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국 고유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은 20.2%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같이 일본·독일·미국 자동차 업체의 판매량은 올여름 있었던 불매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않았다.

지난해 중국인의 자동차 구매를 좌우한 요인은 외국산 불매운동이 아닌 중국 정부의 감세 정책이었다. 중국은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2015년 10월부터 배기량 1600cc 이하 소형차에 대한 취득세율을 10%에서 5%로 감면했다. 취득세율이 절반으로 낮아져 중국 소비자들이 소형차를 구매할 경우 5000위안(약 87만원)쯤 가격 인하 혜택을 봤다. 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14.1% 늘어난 2494만8000대를 기록해 연간 판매량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소형 승용차는 전년보다 20.5% 늘어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반일 감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차 판매가 늘어난 것도 소형차 감세 정책 덕분이다.

특히 혼다가 세제 감면 덕분에 혜택을 많이 봤다. 중국 시장에서 혼다의 차량 판매량은 2015년보다 24% 늘었다. 트럭·버스와 같은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만으로 집계할 경우 혼다는 일본 자동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혼다의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4년간 2배 넘게 늘었다. 도요타·닛산의 판매량은 각각 8.2%, 8.4% 늘었지만 혼다의 상승세보다는 떨어진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혼다의 성장을 이끈 ‘베젤’.

中 지리 자동차는 66%나 판매 급증

혼다는 다른 자동차 업체와 비교해 소형차 라인업이 충실한 편이다. 그중에서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젤(VEZEL·배기량 1496cc)’ 판매가 돋보였다. 베젤은 2013년 12월 일본에서 출시된 차량으로 SUV와 쿠페, 미니밴의 디자인을 결합했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으로 일본 SUV 판매 1위를 기록한 차종이다. 혼다는 베젤 판매를 늘리기 위해 광치(廣氣)혼다와 둥펑(東風)혼다 등 중국 내 합작회사 두 곳에서 각각 ‘베젤’과 ‘XR-V’라는 이름으로 동일한  차를 생산해 출시했다. 이 전략은 구라이시 세이지(倉石誠司) 혼다 부사장이 현지 정책 변화, 반일(反日) 불매운동에 대응하기 위해 고민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구라이시 부사장은 “두 업체에서 같은 차종을 생산해 빠르게 현지 시장에 투입하고, 중국 현지의 기호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도 감세 정책으로 일부 차종 판매가 늘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배기량 1600cc 이하 차종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23.8% 늘었다. 1600cc 초과 차종은 8.3% 증가했다. 삼성증권 조현열 연구원은 “2016년 연말로 갈수록 배기량 1600cc 이하 차종의 수요가 빠르게 커졌다”고 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 중에선 지리(吉利)자동차를 많이 선택했다. 지리자동차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66% 늘었다. 취득세 감세 혜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수요가 몰린 12월 월간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 평균 판매량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주가도 지난해 초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투자증권 최설화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1600cc 이하 차종에 세제 감면 혜택을 주자 저가 소형 SUV에 강점이 있는 현지 업체가 혜택을 봤다”면서 “(지리자동차의 성장세는) 2010년 볼보 지분 100%를 18억달러에 인수해 볼보의 핵심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획득한 영향이 크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자동차 취득세율 인하 조치는 201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말까지로 기간이 연장됐다. 다만 세율은 5%에서 7.5%로 소폭 올랐다.

중국 소비자의 실용적인 자동차 선택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형차 취득세율 인하 조치가 경기 악영향을 우려해 올해 말까지 1년간 연장됐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 업체의 올해 중국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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