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가 몰고올 경제·군사적 재앙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2017. 1.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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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단순히 세계화에 대한 미 대중의 반발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건설한 자유무역과 공동안보의 국제질서인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로 지난 70년간 번영을 누렸다. 이는 자유무역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사회복지 정책으로 구성된 시장중심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유럽, 중동 및 아시아지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기타 여러 동맹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중영합주의, 반세계화, 보호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자유무역을 방해하고 노동과 자본의 이동을 제한할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국에 자국 안보를 위한 비용을 더 많이 요구할 것이다. 이는 미국식 안보보장 체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도입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을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로 전환할 것이다. 미국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비슷한 정책을 추구했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의 단초가 됐다. 수입물품을 제한하는 스무트할리(Smoot-Hawley)관세로 시작된 미국의 보호주의는 무역보복과 통화전쟁을 촉발시켰고, 이는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나아가 미국의 고립주의는 나치 독일과 대일본 제국이 전 세계를 위협하도록 만들었다. 미 고립주의는 미국이 2개의 대양으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안전하다는 생각에 기초했다. 하지만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으로 이 같은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됐다.

미국 고립주의로 전 세계 충돌 가능성

오늘날에도 미국의 고립주의는 전 세계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동맹이 깨질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 실패로 EU와 유로존의 붕괴는 차츰 가시화되고 있다. 더욱이 2017년 극단적인 반유럽 좌파와 우파 정당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적극 개입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시리아, 발트해 연안, 발칸반도에서 미국과 EU에 직접 도전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고 유럽 내 친러시아 운동을 지원해 EU 붕괴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유럽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벗어나면 이득을 볼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밖에 없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불안한 중동 상황에도 위협이 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만 가중시킬 것이며 중동 지역에 있어 미국의 이익은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급진적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아니라, 이슬람 자체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는 트럼프의 안보 보좌관인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의 주장이며, 이 같은 견해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주장하는 논리인 이른바 ‘문명충돌’을 연상시킨다.

나아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적 접근법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리전에 해당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수니파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란과 사우디는 물론 터키와 이집트 같은 지역 강대국들은 자국 방어를 목적으로 핵무기를 획득할 것이고 치명적 분쟁으로 치달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은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우위 덕분에 지난 수십년 동안 안정을 지켜왔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이 안정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요충으로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반대로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신개발은행(NDB)은 물론 TPP에 대항하는 자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아시아 태평양은 물론 라틴아메리카까지 경제적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필리핀, 한국, 대만과 같은 아시아 동맹국을 포기한다면 이들 국가는 중국 앞에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는 대안이 없다. 나아가 일본과 인도 같은 동맹국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무장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군의 아시아 지역 철수는 결국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반세계화, 보호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블룸버그>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도 우려할 만

지난 1930년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과 무역을 억제하고 세계 전쟁을 촉발할 환경을 조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와 유사한 정책은 새로운 권력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도전할 무대를 만들게 될 것이다.

고립주의 트럼프 행정부는 동쪽과 서쪽의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러시아와 중국, 이란과 같은 세력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은 상호 연결된 세계의 경제 및 금융 권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이들 국가는 결국 미국 국내외의 핵심 경제 및 안보 이익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들 국가가 핵과 사이버전쟁 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적 기록은 분명하다.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 및 군사적 재앙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 누리엘 루비니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박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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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트할리 관세법미국이 자국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1930년에 제정한 관세법. 1929년 10월 24일 뉴욕증시의 대폭락으로 생산이 급감하고 실업이 급증하자 미국 기업들이 의회에 수입품 제한을 위한 고율의 관세를 매기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 첫 조치가 스무트와 할리 의원이 주도해 만든 이 관세법이다. 1930년 통과된 스무트할리 관세법은 관세율을 100년 내 최고치인 59%로 인상했으며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에 보호무역주의을 확산시켰다. 1929∼1932년간 국제무역이 6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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