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그들이 악인인 10가지 이유

김현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7. 1. 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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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순실을 필두로 등장하는 재벌, 교수, 정치인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과 표상들은 악인의 징표들이다. 이 징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학자들이 말해온 것이다.

첫째, 정말 그들이 악인인 이유이자, 그들이 지닌 핵심적 결함은 그들이 저지른 죄 자체 때문이 아니라 죄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있다. 이것은 카를 융이 한 말이다.

둘째, 스스로 저지른 행위 중 악한 행위가 무엇인지 분별조차 못하는 자가 악인이다. 그들은 도무지 정직해질 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왜 악인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 스콧 펙이 한 말이다.

셋째, 철저히 무감각해져서 자신이 저지른 일이 타인의 죽음과 가족의 붕괴, 사회적 비탄 등 눈물과 시련의 나날을 가져다주는 것조차 느낄 수 없는 감각마비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악인이다. 세월호 가족들이 이 긴 세월 동안 흘리는 눈물의 이유를 모른다.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단지 손해일 뿐이다. 이것에만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악인이다. 이 말은 종교사상가 제럴드 빈이 한 말이다.

넷째, 입을 열기만 하면 남 탓과 책임전가이고, 자신에게서는 일말의 책임도 발견하지 못하며 죄책감의 냄새조차 맡을 줄 모르면 악인이라고 했다. 또한 자신에 대해서는 미움을 가질 줄 모르는 자가 악인이라고 했다. 이것은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어니스트 베커가 한 말이다.

다섯째,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고, 전후좌우를 다르게 할 정도로 위장이 뛰어나면 악인이라고 했다. 존경받는 학자, 검사, 그리고 교회 장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힘센 자와 약한 자 앞에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달라지는 사람들, 카메라 앞과 뒤에서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사람들. 악을 숨길 수 있는 최상의 길은 최고의 선인으로 위장하는 것이라고 마르틴 부버는 말했다. 부버가 발견한 악인의 무리는 교회에 가장 많았다고 한다.

여섯째, 한번 더 마르틴 부버의 말을 인용하자면 악한 사람들은 자신의 그 어떤 모습과도 상관없이 인정을 집요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수차례의 사과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국민에게는 무의미한, 자신에 대한 변명과 인정욕구뿐이었다.

일곱째, 스스로 공포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를 심고, 혐오하지만 복종하게 만들며, 금기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군림하고 과시하는 자도 악인이다. 도덕철학자 애덤 모턴이 한 말이다. 범인들이 넘지 못하는 도덕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들며 조작과 사주에 능통한 이들로서 늘 태연한 척하다가도, 눈빛으로, 제스처로 냉정하고 용의주도하게 연기하는 그들이 악인의 전형이다.

여덟째, 공범이자 집단원으로서 스스로의 양심을 분해하고 자신에게 분담된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왜 이 끔찍한 일에 동원되어 험한 꼴을 당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묻는 자도 악인이다. 이것은 한나 아렌트가 한 말이다.

아홉째, 타인을 개·돼지로 능멸하고 비인간화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도취적이며, 특별한 가치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악의 중요한 신호를 가진 자이다. 여기에다 가학적 공격성과 반사회적 행동이 동반되면 악성 나르시스트라고 했다. 이 말은 정신분석가 케른베르크가 했다.

열째, 죽음과 힘을 사랑하는 사람은 악인이다. 죽음을 사랑하는 사람은 미래를 살지 않고 과거를 살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경험보다는 과거의 기억을 바꾸어놓으려고 한다. 에리히 프롬이 <인간의 마음>에서 한 말이다. 아버지를 기리고, 역사를 뒤바꾸어 놓으려는 시도가 이 시대에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악인들의 시대, 사이코패스들의 시대를 건너며 그 우상들을 끌어내리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미래를 위해서 1000만명 이상의 시민이 거리로 나서 새로운 시대를 향한 다리를 놓고 있다. ‘선익선 악익악(善益善 惡益惡)’이라고 했다. 악인을 알아보는 안목은 각성된 시민이 뒤늦게라도 길러야 하는 의무이다.

<김현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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