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쁜 사람" 노태강의 눈물.."더럽혀진 문체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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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찾아온 후배 "사표를 내야할 것 같다"
"사표를 내셔야할 것 같습니다."
국립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 문체부의 한 과장급 후배가 던진 말이었다고 한다. 노 전 국장은 "그렇게 내가 꼴보기 싫으면 안 보이는 곳으로 인사를 내 달라.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항변했지만 돌아온 답은 '안 될 것 같다. 장관(김종덕)도 어디서 전화를 받은 모양'이라는 내용이었다"고 기억했다. 84년 3월 시작한 공무원 생활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의 퇴직일자는 지난해 5월31일이다.
‘VIP 관심사항’이던 프랑스장식미술전이 문제였다. 한-프랑스 교류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와 공동으로 준비하던 이 전시에 노 전 국장은 김영나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노 전 국장은 "명품브랜드 제품을 전시해달라는 프랑스의 요구가 부적절하다 판단했다. 특정 사치품을 전시하는 것은 국립박물관의 성격과도 맞지 않고 자칫 국립박물관이 명품 브랜드 홍보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권고 사직이 대통령의 하명이란 건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전시회 무산 경위를 보고 받은 박 대통령은 노 전 국장을 콕 찝어 "그 사람 아직도 (문체부에) 있어요?"라며 사실상의 경질 지시를 내렸다는 게 복수의 문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 "모철민 교문수석이 박원오 만나보라고 전화"
"'체육계 기둥'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좋았다"는 노 전 국장의 수난은 2013년4월 상주승마대회가 끝난 직후 시작됐다. 그때 2등을 차지한 고등학교 2학년 정유라가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딸이라는 것을 노 전 국장이 알게 된 건 몇달 후라고 한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냥 받아 적어라, 박원오라는 사람이 있다, 번호 알려줄테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나러 갔던게 노 전 국장과 함께 경질됐던 진재수 과장이었다.
Q : 박원오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했나.
A : “주로 승마협회의 지역 임원진들의 개인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신빙성도 없었고 허황된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박원오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니 공금 횡령, 업무상 횡령, 사기미수, 사문서 위조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더라.”
Q : 그럼 청와대에서 ‘박원오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한 건 박원오의 민원을 들어달라는 의미였나.
A :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박원오라는 사람 자체가 진실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박원오의 민원 내용을 빼고 ‘승마협회를 포함해 체육계 전반의 임원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모철민 수석에게 올렸다. 보고서를 올리고 하루 뒤에 바로 박원오씨가 당시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보고서를 그딴 식으로 쓰면 어떻게 하냐.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더라”
실제로 노 전 국장은 '가만두지 않겠다'던 박 전 전무의 예고대로 한달여 뒤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발령받았다. 박 대통령이 당시 유진룡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노태강·진재수' 두 사람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한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공무원이 일을 잘한다 못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나쁘다' '좋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올린 보고서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던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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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맡으라" 제의
노 전 국장이 겪은 이상한 일은 최근에도 계속됐다. 노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문체부 한 고위관계자로부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조윤선 장관의 ‘회유 의혹’으로 보도됐던 내용의 실체였다. 노 전 국장은 “이 자리를 받아들이면 불법적으로 취업한 게 된다. IOC 헌장을 위반하는 인사인데, 취임 자체부터 정당성이 없는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란 말이냐고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사람은 남편이 공무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사람이다. 체육국장직에서 경질될 때 가장 큰 고민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느냐였다. ‘아빠는 공무원인데, 아빠보다 높은 사람하고 의견이 조금 다른 상황이다. 생각을 굽힐 수 없어 다른 곳으로 가는거지 절대 잘못한 일은 없다. 아빠는 너희들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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