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투데이] 한국이 '학교폭력' 예방 모범국?

송민섭 입력 2017. 1. 17. 19:37 수정 2017. 1. 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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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 2학년 A양의 부모는 다음달 경기도로 이사한다.

학교폭력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국제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한국은 2004년 학교폭력 예방법을 제정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구타나 언어폭력과 같은 가시적 학교폭력은 사라졌지만 A양과 같은 은근한 따돌림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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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18개국 실태 보고서 / 전 세계 11∼13세 청소년 / 34%가 "한달 내 폭력 경험" / 8% "날마다 괴롭힘 당해" / 한국은 '예방 모범국' 꼽혀

서울의 한 초등학교 2학년 A양의 부모는 다음달 경기도로 이사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딸 친구들의 은근한 무시와 따돌림을 견딜 수 없어서다. 눈에 띄는 폭언과 폭력은 없었지만 딸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날이면 거의 매번 눈물을 흘리며 들어와 “다른 데로 이사 가면 안 되냐”고 호소했다. 친구들 부모에게 당부도 하고 미술심리치료까지 받아봤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A양 부모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하는 심정으로 전학을 선택했다.

학교폭력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국제 조사결과가 나왔다. 세계 11∼13세 청소년 중 34%는 최근 1개월 이내 학교에서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적 있고 이 중 8%는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문화 증진을 위한 국제기구인 유네스코는 17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개최하는 ‘학교폭력 및 괴롭힘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국제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멕시코와 같은 저소득·중간소득층에 속하는 18개국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8개국 학생 10만명 중 3분의 2가량은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신체적 외모’(25%)나 ‘민족·출생국’(25%), ‘성별·성(性)적 지향’(25%) 등 때문에 괴롭힘을 겪었다. 게이와 레즈비언 등 성적소수자 학생의 학교폭력 피해율은 16∼85%로, 일반 학생에 비해 3∼5배 높았다. 보고서는 “신체적·심리적 학교폭력은 학습 성과와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동성애 혐오로 인한 괴롭힘을 겪으면 스트레스, 불안, 우울, 자해·자살 충동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유네스코는 이번 보고서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최신 국제 실태 조사도 함께 소개했다. 4년 주기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TIMSS)를 진행하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2015년 기준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율이 평균 45%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최근 한 달 이내 한 번 이상 학교폭력을 겪었다는 비율이 24%로 조사대상 49개국 중 가장 낮았다. 핀란드(29%), 일본(31%), 미국(44%)은 평균보다 낮았고 뉴질랜드(60%), 호주(56%), 캐나다(47%)는 평균을 웃돌았다. 유네스코도 우리나라를 학교폭력 예방 모범국가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2004년 학교폭력 예방법을 제정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통계와 다르다고 국내 학교폭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구타나 언어폭력과 같은 가시적 학교폭력은 사라졌지만 A양과 같은 은근한 따돌림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13년 1만7749건, 2014년 1만9521건, 2015년 1만9968건으로 증가 추세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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