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화재 대비요?"..반복되는 전통시장 대형화재 원인은

김선영 입력 2017. 1. 17. 19:21 수정 2017. 1. 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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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복잡한 구조에 점포 밀집.. 작은 불씨에도 속수무책 / 전국 4곳 중 1곳 소방시설 불량 / 겨울철 문어발식 전열기구 사용 / 통행로 한가운데 좌판 들어서 화재 초기 진입로 확보 어려워 / '사후약방문식' 점검도 도마에

 

1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채소장사를 하는 김모(55·여)씨에게 평소 화재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물었다.

“화재 대비요? 따로 안 하는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 지난 15일 여수 수산시장 화재를 뉴스로 봤다는 김씨는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우리가 따로 대비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에서 젓갈을 파는 박모(64·여)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소화기? 지금 창고 안쪽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취재진이 살펴본 경동시장 곳곳에는 전열기구가 주변 공기를 데우고 있었다. 점포별로 1∼3대씩은 돌아가고 있었다. 멀티콘센트가 문어발식으로 이어져 벽면에 줄줄이 매달린 모습도 눈에 띄었다. 통행로 한가운데에는 각종 좌판이 들어서 있었다. 좁은 길목으로는 보행자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오갔다.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을 위한 소방 진입로 확보가 제대로 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서문시장과 여수수산시장의 화재가 보여주듯, 전통시장 화재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은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사후약방문’식의 대규모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하지만 점검이 무색하게 화재사고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말 기준 20만7000여개 점포가 영업하고 있는 1439개의 전통시장은  35만6000여명의 상인 및 종업원의 생활터전이다. 하지만 점포가 밀집해 있고, 좁고 복잡한 구조여서 작은 불씨에도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서문시장 화재 후 실시한 점검에서 이런 부분이 확인됐다. 이날 국민안전처는 전국 전통시장 1256곳을 대상으로 소화 및 경보 설비 등을 점검한 결과 전통시장 319곳을 ‘불량’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4곳 중 1곳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것. 733건의 지적 사항은 유도등 파손과 화재수신기 회로 단선, 수신기 예비전원 불량 등 시정명령 대상이 648건(88%)으로 가장 많았다. 화재 초기진화를 위한 소화기 관리 불량이 전체의 43.3%를 차지했다. 새누리당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63건이던 전통시장 화재건수가 2016년(11월 말 기준)에는 92건으로 증가했다. 피해액도 9억5700만원에서 11억600만원으로 늘었다. 강우원 세종사이버대학 교수(소방방재학)는 “정부가 시장 현대화사업을 하고 있지만 주로 눈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소방 안전을 위한 비용은 적게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률도 낮아 재난 후 고통을 키우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통시장의 점포별 화재보험 가입률은 26.6%에 그쳤다. 보험료가 부담될 뿐 아니라 가능성만으로 보험에 들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영등포시장의 상인 한숙민(55·여)씨는 “다른 가게 사장이 (화재보험) 가입하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보험료도 부담되고 ‘설마’ 하는 마음에 가입을 안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례로 2015년 금융위원회에서 내놓은 전통시장의 정책성 화재보험 도입에 대한 용역 결과서에 따르면 비용편익이 1.0을 초과해 상품 도입 필요성이 입증됐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전통시장 화재보험의 가입 활성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보험료를 지원하되, 상인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제안했다. 

김선영·배민영·이창훈 기자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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