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제자리..장바구니물가는 급등..차례상은 수입산으로

정욱,김유태,김세웅 2017. 1.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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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쇠고기 14%↑ 생선·채소·과일 6.5%↑ 소주 11%↑
버스·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 '들썩'..체감경기 4년來 최악
김영란법 여파 소비 위축..백화점 설선물 매출 10% 감소

◆ 설특수 실종·물가 비상 ◆

충북 청주에 사는 주부 정 모씨(56)는 다음주 설을 앞두고 고민이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자식들을 위해 명절이면 쇠고기를 준비해왔지만 이번 설에는 값이 너무 올라 망설이고 있다. 정씨는 "요즘 마트에 가면 쇠고기 값이 평소보다 50%는 오른 것 같다"며 "'1년에 두 번인 명절이니까 비싸도 사먹자'고 생각하다가도 '돼지갈비로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설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체감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물건을 파는 쪽도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 탓에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명절 특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유통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우 불고기 100g은 평균 461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3%, 평년보다는 34.8% 올랐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도 국산 쇠고기값은 14.6% 뛰었고,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9~12월 6~9% 오르며 전체 물가상승률(1%)을 압도하고 있다. 생선·채소·과일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도 2016년 6.5% 상승해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

외식 가격 역시 급등하며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했다. 2015년 말부터 하이트진로 등 제조업체들이 출고가를 인상해 소주 가격은 작년 11.7% 상승했다. 밖에서 사먹는 김밥 가격은 작년에 4.7% 올랐다.

공공요금도 전국적으로 오를 태세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30일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을 교통카드 기준으로 일반 150원, 청소년 80원 인상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도 다음달부터 경전철 요금을 200원 올리고, 부산도시철도 요금은 100원 올릴 예정이다.

일상생활에서 가격이 내리는 건 거의 없지만 가계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44만543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계금융·복지조사로 확인된 가처분소득 증가율도 2.4%에 불과해 돈을 쓸 여력이 생기지 않는 실정이다.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없다 보니 소비심리도 자연히 냉각됐다.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4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1000여 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 8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RBSI가 9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분기(87) 이후 처음으로 2014년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RBSI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임재국 대한상의 팀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작년 9월 시행된 이후 첫 명절을 맞은 유통업계에서는 설 특수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태별로는 백화점·슈퍼마켓·대형마트·편의점 등 소비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유통업체들 모두가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반면 인터넷쇼핑과 홈쇼핑 등은 그나마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해 대조를 이뤘다. 우울한 전망처럼 절반 이상(50.2%)의 유통업체들은 1분기 위험 요인으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부진'을 꼽았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설 선물 판매량은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의 최대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부진하다. 5만원을 넘는 제품의 인기가 시들고 5만원 미만 제품에만 관심이 쏠려 유통업계는 울상을 짓는 분위기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한 9일 이후 첫 주말인 15일까지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지난해 설 명절 같은 기간보다 평균 10.1% 하락했다. 5만원을 넘는 제품으로 구성된 정육 선물세트는 12.3% 떨어져 가장 부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12~15일 판매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 낮아져 역신장 공포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물세트를 대거 내놓은 대형마트로 수요가 쏠렸다. 이마트는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액이 7.3% 증가했다.

하지만 5만원을 넘지 않는 제품 판매량만 17%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5만원 이상 제품의 판매량은 -19%를 기록했다.

일부 백화점이 5만원을 넘지 않는 수입산 선물세트 제품을 대거 매대에 진열한 결과 실제 판매된 명절선물 제품의 수입산 비중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작년 7~8% 수준이었던 설 명절 선물의 수입산 제품 비중이 올해는 15%까지 늘어났다. 설에 김영란법 영향으로 국내산 농가의 농축산물이 외면받고 엉뚱하게 수입산 제품만 호황기를 맞은 격이다.

[정욱 기자 / 김유태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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