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구속 사유 넘친다"..삼성 "과잉수사, 방어권 보장을"

김동은,전지성,박종훈 2017. 1. 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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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센터 지원 삼성돈 16억 놓고 특검은 "뇌물" 검찰은 "강요" 상충

◆ 이재용 18일 영장심사 / 영장심사 치열한 법리싸움 예고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7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있는 서초사옥에서 오가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김재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은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430억원의 뇌물 혐의보다 박근혜 대통령(65) 탄핵 소추를 이끌어낸 촛불민심과 더욱 힘겨운 다툼을 벌여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16일 박영수 특별검사(65·사법연수원 10기)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법원과 검찰 등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다.

검찰 안팎에선 "법원이 탄핵 정국을 주도한 '광장의 촛불민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점은 특검에 결코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검 검사들이 영장 법정에서 '혼란스러운 정국과 박 대통령 등의 책임' 등을 근거로 사안의 중대성을 적극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16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 탄핵 심리 등에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주요 민원 사안을 직접 챙겼다는 진술이 공개된 상황도 이 부회장에게는 악재가 될 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검사장급 인사는 "이 부회장은 자신의 영장 혐의뿐 아니라 그처럼 보이지 않는 부담과도 다퉈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이 이 부회장 구속을 요구하는 성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데다 야당이 특검을 상대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압박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영장청구와 관련해 "정경유착을 뿌리 뽑으려면 원칙적인 강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국민 여론"이라고 밝혔다.

전직 검찰 간부들은 "법원 영장전담부가 특검 수사의 거센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 전직 고검장은 "통상 수사에서 벌어지는 압수수색보다 횟수가 월등하게 많고 구속도 수월하게 이뤄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장은 "불구속 수사와 공판중심주의 원칙 때문에 검찰이 주요 피의자 형사처벌에 고생한 적이 많았는데 특검 수사 이후로는 그런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특검으로선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판사들은 이런 지적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영장 법관이 정치 상황에 대한 압박에 부담을 갖지 않고 영장 혐의에 대해서만 엄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법관들 사이에선 "여론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삼성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도 바로 여론의 압박이다. 영장심사가 법과 원칙에 따른다면 불구속을 자신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는 쉽게 예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특검 수사부터 영장 심사, 기소와 공판에 이르는 전 과정이 여론에 휩쓸려가는 상황이 가장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은 일반적인 법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에서 밝혔듯이 증거가 넘칠 정도로 많다면 증거 인멸할 것도 없다는 얘기인데, 글로벌 기업 총수가 도주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 구속 수사한다는 것은 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단 삼성은 총수 구속이란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법무팀을 중심으로 18일 진행될 법원 심리를 준비 중"이라며 "외부 법무법인과 공조해 영장 청구를 기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형사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17일 장시호 씨(38·구속기소)는 자신의 첫 공판에서 삼성에 거액의 지원을 강요한 혐의를 인정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와 배치되는 진술이다. 특검은 장씨에 대한 지원도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중 일부로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지원해준 삼성이 철저한 을(乙)의 위치에 있었다"며 강요 쪽에 무게를 둬 수사기관끼리 법논리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장씨는 "(이모인) 최순실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6·구속기소)과 공모해 삼성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2800만원을 지원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강요)를 인정한다"고 자백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제공한 삼성이 오히려 최씨와 장씨 측에 '을'의 태도를 취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삼성 직원들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A차장은 "영재센터 측 PPT 자료만 봐서는 후원해 줘도 회사에 별로 도움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일기획 이영국 상무는 "검토 후 답변드리겠다"며 영재센터 관계자들을 1층 로비까지 배웅했고, 이를 의아하게 여긴 A차장의 보고에 또 다른 상관은 "하라면 하는 거지, 안 할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김동은 기자 / 전지성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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