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 급물살.. 징벌적 손배 등 사법개혁도 거론

조형국 기자 2017. 1. 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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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2년 대선에서 재벌개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5년전 ‘중대범죄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던 더불어민주당은 전면 폐지를 들고 나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폐지되면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사건을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의 원죄

2012년 대선에서 전속고발권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공정위가 둔 자충수 때문이었다. 2012년 6월 MB 정부가 적극 추진하던 4대강 사업에서 무더기 담합이 적발됐지만 공정위는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다” 등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당 사업자들을 고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것이 전속고발권 폐지였지만 박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을 거치며 의무고발제로 조정됐다. 검찰·중소기업청·조달청·감사원이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을 하도록 바뀐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고발 권한을 쥔 공정위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충분히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폐지론자들은 고발 문턱을 낮추면 법을 위반한 기업들이 검찰에서 더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의무고발제가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낮은 점도 문제다. 공정위는 의무고발제 도입으로 이미 전속고발과 관련한 공정위의 재량이 사라졌다고 반박한다. 감사원·조달청·중기청은 공정위가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도 사회적 파급효과, 중소기업 피해 정도 등을 이유로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점 등이 근거다.

■전속고발권 폐지 부작용은 없나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정위의 핵심 기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담합 적발에 주로 쓰이는 ‘리니언시’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담합 자진 신고시 과징금 등 처벌을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로서는 자진신고 1, 2순위자에 행정제재나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대신 담합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가 선순위 자진신고자의 처벌을 덜어주더라도 다른 담합기업이나 관계자 등이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야한다.

고발 문턱을 낮춘다해도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모든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고소 고발이 난무하게 된다. 한국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공정거래법 형사처벌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정교해야···대안은 없나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고발을 쉽게 하면 대기업 제재가 강화된다’는 데 기반하고 있으나 고발만 늘리고 권한을 주지 않으면 기존 제도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다루는 불공정행위는 중소기업간 민사분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집단소송제 도입 등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1년 하도급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으나 도입 후 법원에서 인정된 적이 없다. 원청업체와의 거래 중단을 우려한 하도급업체가 신고 자체를 꺼릴 뿐만 아니라 증거 수집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 이긴다는 확신도 적기 때문이다.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손해가 충분히 배상받는다는 확신이 없이는 수년간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할 유인이 없고 원청업체 입장에서도 ‘버티면 된다’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 전반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고 집단소송을 도입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사상 법적 처벌이 강화될 경우 법 위반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정·중재에 적극적으로 임해 사건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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