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통령 화장실이라고?"..하필이면 같은 이름

김정기 기자 2017. 1.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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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은 오는 20일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 준비에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워싱턴 백악관, 국회의사당, 링컨 기념관 주변에서는 직원들이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경찰과 특수요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20일 이곳에 모여 취임식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되는 시민은 1백만 명까지 예상되고 있습니다(NBC방송). 워싱턴 기념탑을 중심으로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는 많은 핫도그 판매대와 기념품 판매대가 설치됩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워싱턴 기념탑 주위에는 녹색 잔디가 있는데 이 주변으로 핫도그 판매대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식 당일 이 핫도그 판매대 보다 많이 볼 수 있는 게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동식 화장실입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에 임시 이동식 화장실은 필수입니다. 사실 이 지역 근처에는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많지 않습니다. 주위에는 사무실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백화점 화장실을 생각하는데, 백화점도 근처에는 없습니다. 근처에 박물관이 있기는 하지만 1백만 명에 달하는 인파의 급한 일(?)을 해결해 주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때문에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전문 업체에 이동식 화장실 설치를 요청했고 이 업체는 화장실을 설치 중입니다. 그런데 이 이동식 화장실 벽에 큰 푸른색 테이프가 붙여있다고 합니다. 특히 의사당 주변에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에는 거의 모두 이 푸른색 테이프가 붙어 있는데, 왜 그런 것일까요?

웃지 못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이동식 화장실 제공 업체의 이름은 ‘Don’s Johns Sanitation Services’입니다. 줄여서 ‘Don’s John’이란 글을 회사 로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John은 우리가 '존' 혹은 '요한'이라고 부르는 사람 이름이지만 ' 화장실'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Don’s John’은 ‘돈의 화장실’이란 뜻입니다. 문제는  'Don'이 대통령 당선자 이름과 같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정식 이름은 ‘Donald John Trump’인데, 미국인들은 흔히 Donald라는 이름을 줄여서 ‘Don’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의사당과 워싱턴 기념비, 그리고 링컨 기념관 주변에 설치될 임시 화장실에 대통령의 이름이 씌어 있다면 트럼프 본인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겠죠.

이 업체에 전화를 걸어 화장실 벽에 왜 테이프를 붙였는지 물어보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이 업체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동식 화장실 전체에 테이프가 붙어있던 것이 아니라 일부만 그랬기 때문에 관계자도 언론 보도와 SNS를 보고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회사 이름이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감추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업체는 지난 2009년과 2013년 취임식 때도 똑같은 장소에 수백 개의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회사 이름을 테이프로 감추는 일은 더군다나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의사당 근처와 방송국 중계 카메라가 잡을 각도에 있는 이동식 화장실은 거의 모두 이런 식으로 테이프 모자이크(?) 처리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을 동원해 테이프 제거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누가 이 테이프를 붙였는지 조사하겠다고 했는데요,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확인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언론사 기자들은 테이프 처리와 관련해 준비위원회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김정기 기자kimmy12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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