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비선실세" "불만층 휴전선에"..태영호가 전한 北 '민낯'

입력 2017. 1. 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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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급으론 국밥 한그릇 못 사"..물놀이장 개장에 주변 전기 끊겨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해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가 17일 바른정당 간담회에서 전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실상은 언제 붕괴할지 모를 취약함 그 자체였다.

북한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엘리트층 사이에서 탈북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고 심지어 해외 공관에 나가 있는 인사들 중에서 한국행(行)을 위해 대기 중인 이들이 적지 않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산주의와 이조 조선이 결합된" 봉건 노예사회 시스템 속에서 고위 관리들조차 '월급으로는 살 수 없는 사회'이자 '내 생존은 내가 책임지는 사회'가 되어버렸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정권 홍보용 시설인 문수물놀이공원 개발로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주변 주민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는 충격적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도 초법적으로 당·정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비선실세'들이 존재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북한 정권에 가장 불만이 많은 계층은 역설적이게도 휴전선에 배치돼 우리 군과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북한의 젊은 군인들이었다.

◇ 북한서 가장 불만 계층은 휴전선 배치 병력 =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군 복무지는 북·중 국경이다. 월경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중 국경에서 군 복무를 하면 제대할 때 장가 밑천은 벌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젊은이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반면, 휴전선에 배치된 병력은 북한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계층이라고 한다.

태 전 공사는 "휴전선 일대로 나오라고 하면 누구도 안 나온다"며 "지금 휴전선 일대 70만의 무력은 북한에서 천치들만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중 국경에서 통하는 돈의 매력이 휴전선에서 안 통할 리 없다"며 "북·중 국경보다 휴전선이 더 뚫기 쉽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집단이 휴전선 한 복판, 즉 한국 코앞에 집결해있는 만큼 이들을 목표로 지속해서 대북전단·현금 등을 살포하면 휴전선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비닐봉지에 김정은 가계도와 현금 10달러를 넣어 휴전선 일대에 뿌리면 북한군 지휘계통은 병사들에게 얼른 돈을 주워 올려보내라고 할 것"이라며 "중간에서 떼먹고 하면 군단장한테는 100장 중 10장 정도나 올라갈 것"이라며 북한군의 실상을 전했다.

◇ 김정은 자랑한 문수물놀이장 개장에 주민은 '한숨' = 북한 매체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문수물놀이장 주변 주민들은 전기 공급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태 전 공사는 "문수물놀이장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주변의 대동강 구역과 문수 구역 등 2개 구역 전기를 다 자르고 문수물놀이장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전시성 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주민에게 전기 공급이 끊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한국 같으면 자기 집 주변에 유흥시설이나 물놀이장이 들어오면 집값·땅값 오른다고 다 좋아하겠지만, 북한은 정반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집 주변에 전시성 시설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면 "지금부터 우리 전기는 다 잘라서 저기 들어가겠구나"하고 한숨부터 쉰다는 것이다.

2013년 10월 평양시 대동강 구역에 개장한 문수물놀이장은 야외풀장과 인공폭포, 탁구장, 배구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북한 정권은 이곳을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은 문수물놀이장 완공을 앞둔 2013년 9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건설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고, 북한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개장 후 3년간 약 180만 명의 입장객이 방문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 "내 월급 2천900원으론 국밥 한 그릇도 못 사" = 태 전 공사는 탈북 직전 북한 외무성 부국장까지 승진했다. 부국장 재직 시 월급은 2천900원. 태 전 공사는 '두부국밥 한 그릇도 사 먹지 못하는 돈'이라고 표현했다.

'월급으로 살 수 없는 사회'인 북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태 전 공사는 "당국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북한에서는 내 생존은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답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자기 집 텃밭에 거름을 주고 강냉이·파·토마토 등을 가꾼 다음 오전 8시에 공동농장에 나가 대충 일하다가 오후 10시에 다시 집으로 와 돼지를 키우는 것이 태 전 공사가 전한 북한 주민의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공동농장 강냉이는 30㎝밖에 안 되지만, 자기 집 텃밭의 강냉이는 1m도 넘게 자란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북한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발생한 대규모 아사(餓死)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시 북한 주민들은 정권이 식량을 배급할 것으로 믿고 기다렸다가 굶어 죽었지만 지금은 정부를 믿고 기다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 북한에도 비선실세가 있다 = 북한은 2인자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다. 신 밑에 작은 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대외적으로 보이지 않는 비선실세 라인은 존재한다고 태 전 공사는 밝혔다.

그가 꼽은 북한의 비선실세는 북한 중앙당 조직부 부부장들이다.

이들은 인사권·표창권·책벌권을 쥐고 있어 김정은 다음 서열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말은 듣지 않더라도 이들 말은 꼭 들어야 한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가령, 외교부장이 나에게 1시간 안에 보고서를 가지고 오라고 하고 동시에 중앙당 조직부 지도원이 갑자기 자료를 달라고 하면 중앙당 조직부 지도원 말부터 듣는다"고 북한 내 비선실세의 위력을 전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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