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 또 다른 혼모노인가, 합리적 소비자인가

정순민 인턴기자 2017. 1. 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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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7' 사용자들, 카페 만들어 '리콜' 거부
"리콜은 재산권 침해다" vs. "그러다 공공장소에서 터지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휴대폰 발화(發火) 문제로 판매 중단과 함께 ‘전량회수’조치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10월 11일.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 국내 판매량 95만 여대 중 약 6%에 해당하는 5만 7천 여대가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거의 100% 회수된 미국 등 주요 국가 상황과는 다르다.

최근 삼성은 회수에 속도를 내기위해 작년 12월 31일까지였던 환불 기간을 1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또 지난 10일부터는 배터리 충전량을 전체의 15%로 제한하는 강제 업데이트를 함께 단행했다. 스마트폰의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어 남아있는 사용자들의 빠른 환불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그냥 노트7 쓰게 해 주세요”

그러나 ‘절대 안바꾼다’는 소비자들의 대응 방식도 이에 발맞춰 날로 집단화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갤럭시노트7 계속 사용하고 싶어요’라는 이름의 대응 카페까지 개설, 강제 업데이트를 막을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며 삼성전자의 조치에 대응하고 있다.

이 카페에서 제안하는 ‘갤럭시노트7을 계속 쓰는 방법’ 중 하나는 ‘방어앱’ 설치. 삼성은 ‘OTA(Over The Air) 방식’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강제 업데이트를 배포하고 있다. 중앙 서버에서 개별 스마트폰으로 펌웨어를 일괄 배포해, 사용자가 ‘업데이트’를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소프트웨어가 깔리는 방식이다. ‘방어앱’은 이 ‘OTA’를 통해 자기 폰에 깔리는 프로그램을 강제로 막는다.

이보다 더 ‘센’ 방식은 ‘펌웨어 롤백’. 해당 방식의 경우 ‘방어앱’에 비해 조금 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문가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터리 충전량 제한 조치 이전에 발매된 펌웨어를 자신의 기기에 강제로 입히는 방법이다. 이 대처법은 펌웨어의 강제 설치에 따른 메모리 유실 등의 위험이 있지만, 배터리 충전량을 100%로 복구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도전하고 있는 상황.

불량폰을 환불·교환하는 대신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성능에 대한 만족’ 때문이다. 12월 말까지 갤럭시노트7을 사용했다는 김예린 씨는 “홍채인식과 S펜 등의 성능에 매우 만족해서 환불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도 갤럭시노트7을 사용한다는 박소현 씨 역시 “갤럭시노트7을 대체할만한 스마트폰이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휴대폰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사용자들은 강제 리콜을 반박하는 각종 논리도 개발했다. ‘소비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강제 조치’라는 것도 그 중 하나. 사용자 김찬경 씨는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산 내 재산인데도 삼성이 원격 조정을 통해 갤럭시노트7의 사용을 막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사용 중 공공장소에서 갤럭시노트7이 폭발할 경우, 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기자의 말에 “과거 사례를 보면 크게 폭발한다기보다는 작은 불꽃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 남들에게 해를 주지 않을거라 생각한다”는 사용자도 있다.

사용자들은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에게 “리콜을 강제하는 것은 소비자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요지의 릴레이 내용 증명을 보내며 해당 문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카페를 통해 내용 증명을 확인했다.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고객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환불을 빨리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15% 충전 제한 이후의 대응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라 말했다.

삼성 측은 이들을 비난도, 옹호도 할 수 없는 처지. 이들이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은 고객’이므로 강제로 더 이상 채근하거나 비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리콜 규정에 ‘반드시 전량회수’ 같은 강제조항이 없으므로, 제조사 입장에서 지금보다 더 강도높은 ‘제약’을 만들 이유도 없다.

일반 소비자들 “이해하기 어렵다, 당신들의 사랑”

일부 사용자들의 ‘노트7 사랑’에 대해 다른 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이런 노력으로 휴대폰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은 더 큰 보상을 바라는 것 아니냐”,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빨리 환불하라”와 같은 의견이 이들을 옹호하는 쪽보다 훨씬 많다.

‘갤럭시노트7 계속 사용하고 싶어요’의 운영자 김민준 씨는 “우리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구매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환불이나 교환받으러 오라가라하는 삼성의 대처에 정말 속이 터진다. 하다못해 40만원짜리 세탁기를 사도 방문 AS가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향후 카페 차원에서 삼성전자 본사 앞 시위 및 집단 소송 진행과 같은 단체 행동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순민 인턴기자·한양대 전자공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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