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인 아내 살해 후 시신 태운 남편..사건 재구성

입력 2017. 1. 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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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일관하다 결정적 증거 발견되자 그제야 "내가 죽였다" 시인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박영서 기자 = '시신 없는 살인'으로 알려진 춘천 50대 여성 실종사건의 전모가 17일 모두 밝혀졌다.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은 이전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했으나 시신 소훼 현장서 발견된 아내의 소지품과 타고 남은 아내의 시신 등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 결국 자백했다.

(홍천=연합뉴스) '시신 없는 살인'으로 알려진 춘천 50대 여성 실종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남편 한모(53) 씨가 범행을 시인했다. 사진은 17일 오후 강원 홍천군의 한 빈집에서 한 씨(빨간색 동그라미 표시)가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 2017.1.17 [춘천경찰서 제공=연합뉴스]

◇ 우발적? 계획적?…1시간 전부터 범행장소에서 기다린 남편

경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김모(52·여) 씨는 교통사고로 숨진 오빠의 묘가 있는 춘천을 찾았다.

당시 김 씨는 10여 년 전 재혼한 남편 한모(53) 씨와 지난해 11월부터 경제적인 문제로 사이가 나빠져 이혼 소송 중이었다.

이날 가족들에게 "새아빠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 뒤 나간 김 씨는 어머니가 있는 한 요양원에서 정오께 한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김 씨 오빠의 묘 이장 문제로 말다툼했고, 한 씨는 오후 1시 30분께 요양원을 빠져나왔다.

이후 아내 김 씨는 오후 3시께 춘천의 한 공원묘지로 들어갔으나 그곳에는 남편 한 씨가 있었다.

한 씨가 아내의 공원묘지 방문 사실을 알아채고 아내가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미리 기다린 것이다.

이곳에서도 두 사람은 말다툼했고 한 씨는 아내의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했다.

바닥에 부딪힌 뒤에는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수차례 바닥에 내리쳤다.

만난 지 20여 분만에 아내를 살해한 한 씨는 오후 3시 25분께 공원묘지를 빠져나왔다.

범행 직후 홍천으로 간 한 씨는 이날 오후 5시 20분께 빈 20ℓ짜리 기름통 두 개와 장갑을 구매했다. 인근 주유소에도 등유도 샀다.

부동산개발업을 하며 지리를 잘 알고 있던 탓에 빈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씨는 아궁이에다 장작을 넣고 그 위에 아내 시신을 가부좌 자세로 올려놓은 뒤 구매한 등유를 부어가면서 3시간가량 불태웠다.

소훼한 시신은 일부는 인근 계곡에 버리고 나머지는 부엌 바닥에 묻었다.

이날 오후 10시 40분께 자신의 차량에 묻은 아내의 피를 지우고자 셀프세차장에서 세차용 압력분무기로 자신의 뒷좌석에 물을 쏘아댔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3일 김 씨의 딸은 새아빠를 만나러 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연합뉴스TV 캡처]

◇ 모든 정황 증거에도 '모르쇠'로 일관한 인면수심 남편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김 씨의 차량만 남아 있었다. 차량과 공원묘지 주변에서는 혈흔이 다량으로 발견됐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결과 김 씨의 혈흔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한씨가 김 씨를 둔기로 때리는 등 폭행하고서 납치한 것으로 보고 한 씨를 추적했다.

그러나 한 씨는 3일 밤 경기도 양평에서 검문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

4일 오후 남양주시의 한 야산 교회 앞 공터에서 한 씨의 차량이 발견됐다.

범행 이후 세차했음에도 차 안에는 아내의 혈흔이 남아 있던 탓인지 그는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한 씨는 이후 자신과 함께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한 여성의 도움을 받아 도피행각을 이어갔다.

경찰은 지난 5일 오전 이 여성을 경기도 광주에서 붙잡는 등 한 씨 주변 인물을 상대로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9일 한씨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9일 낮 12시 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주차장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된 한 씨는 범행 여부에 대해 "묘지에서 아내와 다툰 뒤 자신은 먼저 갔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혈흔에 대해서는 "다툼 때 때린 것은 사실이나 차에서 내려준 뒤에는 행방을 모른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살인을 입증할 간접 증거만 있을 뿐 직접 증거가 없어 '시신 없는 살인'이 될뻔했으나 경찰은 12일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한 씨의 이동 경로를 수색 중 홍천의 한 빈집에서 김 씨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핸즈프리 기기를 발견한 것이다.

한 씨가 피운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도 있었고, 아궁이에서는 뼛조각 일부가 발견됐다.

핸즈프리 기기와 담배꽁초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으며 국과수 감식 결과 김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16일 통보받았다.

담배꽁초에서는 한 씨의 유전자도 발견됐으며 뼛조각 일부도 김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를 토대로 한 씨를 집중하여 추궁하자 한 씨는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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