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35골의 현혹.. 아드리아노의 이적은 꼭 실일까

임성일 기자 입력 2017. 1. 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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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노가 중국으로 이적했다. 서울은 확실한 골잡이를 잃었다. 하지만 꼭 실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거래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난 시즌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가 중국 무대로 진출했다. 2016년 최고가 아니라 역대 으뜸이었다. 그가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을 통틀어 작성한 35골은 김도훈 현 울산현대 감독이 현역 시절(2003년) 성남에서 뛸 때 세운 한 시즌 34골을 넘어선 신기록이었다.

그런 선수가 팀을 떠났다면 손해라고 판단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무조건 바른 판단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35골'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FC서울이 자랑하던 '아데박 트리오(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가 해체된다. 아드리아노가 중국으로 떠난다. 서울 구단은 16일 아드리아노가 중국 2부리그 스좌장 융창으로 이적한다고 전했다.

서울 측은 "팀에 잔류 시키는 것도 생각했으나 아드리아노 자신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으로 옮기고 싶다는 뜻이 강했기에 이적을 수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아드리아노는 지난 3일 괌으로 출발한 FC서울 전지훈련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외국인 선수가 뒤늦게 합류하는 경우는 다른 팀에서도 왕왕 있는 일이니 이 자체가 완벽한 사인으로 보긴 어려우나 아드리아노 마음이 어느 정도 떠나 있었다는 것은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구단의 오피셜 발표가 있기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활짝 웃은 채 스좌장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올려놓아 떠날 것을 암시한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다. 어쩌면 이러한 '튀는' 행동이 주축 골잡이의 이적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줬을 공산이 크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내고 뉴스1과 마주앉아 "이기는 것도 좋지만 '진짜 팀'이 되고 싶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하나 된 팀, 그런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지도자 황선홍이 꿈꾸는 유토피아다. 이는 "축구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를 위해, 팬을 위해 기본적으로 최선을 다해 열과 성으로 뛰어야하는 것"이라는 소신과도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이런 철학에 아드리아노는 '불협화음'을 낼 수 있는 선수다. 개인 기량은 인정한다. 공격수 출신인 황선홍 감독 역시 "골잡이는 욕심을 내야한다. 아드리아노의 득점왕을 응원한다"는 말로 건강한 이기주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팀보다 자신이 먼저는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해 중반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에게 2017년은 필드 안팎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진짜 팀'을 준비하기 위한 원년에 가깝다. 따라서 황 감독이 말썽을 일으킬 수도 있는 35골 골잡이에 목매지 않았을 가능성도 적잖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35골의 분포도다. 시즌 초중반과 후반이 차이가 있다.

아드리아노는 ACL에서 13골이나 넣었다. 시즌 최다득점이다. 특히 초반에는 폭발적이었다. 2월23일 6-0으로 끝난 부리람과의 1차전 때 홀로 4골을 넣었고 3월1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2차전(4-1 승) 때 해트트릭, 그리고 3차전 산동 루넝 원정(4-1)에서도 2골을 기록했다. 3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던 아드리아노는 그야말로 거침없었다.

하지만 달리 바라보면, 토너먼트를 비롯해 이후 중요한 경기들에서는 4골 추가에 그쳤다는 뜻이 된다. 최철순한테 꽁꽁 묶였던 전북현대와의 4강 1차전을 비롯해 뒷부분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정규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아드리아노는 2016시즌 총 17골을 넣었는데, 황선홍 감독 부임 후가 7골이다.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었다.

아드리아노는 확실히 골을 넣는 감각을 타고난 선수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을 지향하는 FC서울 쯤 되는 팀이 모든 것을 맡기고 기댈 정도의 선수는 또 아니다.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와는 잘 맞지 않는 느낌도 있었다.

남 주긴 아까워 괜히 품고 있다가 독이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마음이 떠났다면 더 위험하다. FC서울은 35골에 현혹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 모양새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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