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오바마는 '소통'했고 국민들은 '존경'했다

박종현 입력 2017. 1. 17. 16:20 수정 2017. 1. 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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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모르는 '소통 리더십'.. 미국 경제 회복 최대 치적 / 20일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 8년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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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백악관을 떠난다. 미국 사회에 변화와 ‘담대한 희망’을 제시했던 그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이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퇴임 1주일 전에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백악관 열쇠를 넘겨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율은 44%에 불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극히 일부 기간만 제외하고 8년 동안 50% 넘는 공고한 지지율을 유지했다. 대선 당시 제시한 공약을 비교적 잘 이행하고 소통 행보에 적극 나선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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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케어 실행, 이란·쿠바와 관계 개선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개혁·비핵화·환경 문제에서 이슈를 선점했다. 동성결혼 허용 등 성적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한 조치도 다수 도입됐다. 건강보험개혁은 오바마 대통령을 상징하는 정책이나 다름없다. 집권 2년차인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어젠다를 제시하자 저소득층은 적극 반겼다. 오바마케어로 서민에게 높기만 했던 병원은 문턱을 낮췄다. 반대로 중산층 이상에서는 반발이 심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보험료 상승에 따른 중산층의 반발 등을 무기로 취임 즉시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면적인 폐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오바마케어의 수명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재임 기간 달성한 경기회복은 그의 도드라지는 업적이다. 2008년 도래한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파고 속에 집권한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취임 첫해 -2.8%로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은 임기 동안 평균 6%를 돌파했다. 지난해 3분기엔 3.5%까지 상승했다. 올해 전망치는 3%에 달한다. 취임 이듬해 9.8%였던 실업률은 퇴임 직전 완전고용 수준인 4.7%로 떨어졌다. 일자리는 8년 동안 1540만 자리가 창출됐다. 그가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는 최근 30년 만에 가장 호황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노력은 후임 정부에 선물을 안겼다. 그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렸던 트럼프 당선자는 비교적 훌륭한 경제여건에서 취임하게 된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1989년)을 제외하고 로널드 레이건(1981년), 빌 클린턴(1993년), 조지 W 부시(2001년) 등의 취임 당시 경제성장률은 1~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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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책에 이어 일부 외교 분야에서도 성과를 남겼다. 외교 분야 최대의 업적으로는 이란 핵 협상 타결이 꼽힌다. 이란 핵 협상은 2013년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협조를 바탕으로 이룬 잠정 합의였다. 미국과 이란은 2015년 7월 핵협상을 완전 타결했다. 쿠바와 관계 개선에 나서 2014년 12월 국교정상화를 선언했다. 2016년 3월엔 쿠바를 직접 방문했다. 미·쿠바 관계 정상화로 쿠바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국교정상화에 나서며 국제사회에 연착륙했다. 핵 감축 협상 주도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 기후협정’ 타결도 오바마 대통령이 일군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09년 핵감축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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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동정책 실패와 여전한 흑백갈등

우리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대북정책의 실패이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외교적 인내와 압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었지만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출범 당시 아시아와 외교관계 강화를 선언한 ‘아시아 중시 정책’도 빛이 바랬다.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남중국해 등지에서 빈번하게 미·중의 갈등 상황이 드러났으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사실상 좌절됐다.


리비아의 혼란 가중과 시리아 내전 방치도 그에게는 상처를 안겼다. 이슬람국가(IS)의 급성장도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정책 실패 사례로 꼽힌다. 리비아에서는 2012년 벵가지 영사관 습격사건으로 미국 대사가 살해돼 자국민을 경악시켰다. 이 사건은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에게 두고두고 악재로 작용했다. ‘벵가지 사태’와 이와 연관된 ‘이메일 스캔들’ 유출은 대선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지속적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을 공격하던 무기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이민개혁 정책을 추진해 서류미비이민자(불법체류자) 다수를 구제했지만 후임자인 트럼프 당선자는 이민개혁 행정명령 폐기를 공언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규제에도 적극 나섰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총기소지 권한 강화 방침을 표명해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소수파 출신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잔뜩 기대됐던 인종갈등이 줄어들지 않아 흑인들의 안타까움이 컸다. 그의 집권 이후에도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차별은 이어졌다. 백인 경찰들의 흑인에 대한 과도한 공권력 집행 사건도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6월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에 인종갈등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25%, 개선되지 않았다는 대답이 28%에 달했다.

◆당분간 워싱턴 거주… 장기적 역할 고민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장기적으로 ‘제2의 고향’ 시카고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지만, 퇴임 이후 당분간 워싱턴에 머문다. 부부는 작은딸 사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워싱턴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의 교육을 챙기는 것은 새로 백악관의 안주인이 되는 멜라니아도 마찬가지다. 멜라니아는 아들이 학기를 마칠 때까지 백악관으로 이주하지 않고 뉴욕에 머물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이후 주력할 분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퇴임 이튿날 하려는 일은 잠을 푹 자는 것이라고 했다. 아내와 휴가를 보내는 것도 퇴임 이후 일정에 포함했다. 아내 미셀도 동의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 언론은 50대의 젊은 나이에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혁적 인재 양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공영 라디오방송 NPR와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의 재건을 위한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건강보험, 형사사법개혁 같은 사안에 관심을 갖는 젊은 인재들이 활동할 토양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NBC방송은 14일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면 패기 넘치던 상원의원과 소통의 대통령 시대를 거쳐 자신의 정치 인생 3모작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고 예상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상적인 업무보다도 언론 기고나 연설 등으로 가슴을 울리며 현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관계 설정, 후임자인 트럼프 당선자의 국정 수행 능력도 그의 퇴임 이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요소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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