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아, 괜찮아, 잘했어."(feat. 한석규 aka. 김사부)

안진용 기자 2017. 1.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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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메이커(pace maker).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메달권에 있는 동료 선수가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선두에서 페이스를 이끌며 전체 분위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지난해 방송을 시작한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16일 종방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배우 유연석이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존재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연석이 낭만닥터 김사부를 마친 이 순간 한석규에게 평을 구한다면 과연 무엇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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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메이커(pace maker).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메달권에 있는 동료 선수가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선두에서 페이스를 이끌며 전체 분위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주로 마라톤에서 쓰는 용어다.

지난해 방송을 시작한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16일 종방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배우 유연석이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존재였다. 타이틀롤 김사부 역을 맡은 한석규 곁에서 함께 뛰며 완급을 조절하고 대거리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박수받으며 떠나가게 된 이 작품을 통해 유연석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무엇일까? ‘한석규를 넘었다’일까? 아니다. 그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은 ‘한석규 곁에서도 존재감이 빛났다’ 혹은 ‘못지않았다’일 것이다.

‘연기 9단’ 한석규는 마라톤으로 치자면 금메달리스트 감이다. 따라서 그와 함께 달리는 페이스메이커가 제 역할을 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폐활량과 경기 감각을 갖춰야 한다. 초반부터 뒤처지면 아예 따라가지 못할 것이고, 오버 페이스했다가는 먼저 나가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연석은 달랐다. 대선배 한석규의 곁에서 지치지 않고 따라붙었다. 안간힘을 썼겠지만, 겉으로 볼 때는 더없이 의연했다. 그의 연기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몰아칠 때와 멈출 때를 잘 판단했다. 어릴 적 기억 때문에 김사부를 향해 날을 세웠던 강동주부터, 멘토로서 진정 김사부를 존경하게 되면서 그를 충실히 좇는 멘티의 모습까지 능수능란하게 연기했다.

그러면서 ‘제 몫’도 놓치지 않았다. ‘의사들의 사랑놀음’이 아니라 좋았다는 대중의 평가를 받는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유연석은 상대역인 서현진과 균형 있는 감정의 교감을 이뤘다. 애틋하되 끈적이지 않았고, 풋풋하되 설익지 않았다. 사랑에 빠져 본업을 잃고 허우적대지 않고, 의사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서히 애정의 온도를 높였다. 이런 비밀스러운 사랑이었기에 시청자들은 더 애간장이 녹았을 수도 있다. 마지막 회에서 도인범과 우연화가 각각 “윤서정(강동주)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유쾌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이 낭만닥터 김사부를 의사들의 연애담으로 퇴색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연석이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이끄는 한 축이 부용주라 불렸던 명의가 김사부라는 시골의사로서 생명의 소중함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이야기였다면 또 다른 한 축은 실력은 좋지만 인성은 다듬어지지 않은 강동주의 성장기였다. 동기 중에서 출중한 실력을 뽐내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시골의 돌담병원으로 발령나고, 그곳에서 김사부를 만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작진이 강동주의 손에 고삐를 제대로 들려준 셈이다. 그리고 강동주를 연기한 유연석은 그 고삐를 효과적으로 다뤘다.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호응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연석이 낭만닥터 김사부를 마친 이 순간 한석규에게 평을 구한다면 과연 무엇이라 할까. 김사부가 강동주에게 그랬듯,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괜찮아, 잘했어.”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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