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의 달인' 김기춘·조윤선..특검, 구속영장에 무게

표주연 입력 2017. 1. 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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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꾸라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수두룩한 증거인멸 정황
조윤선 장관 "문화계 블랙리스트 모른다" 발뺌하다 말 바꿔
특검 "영장 청구하는 방향으로"…구속 수사에 무게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최순실 게이트'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거짓말과 증거인멸을 수차례 시도한 정황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도 이날 두 사람을 소환하면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선 김 전 비서실장은 '왕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박근혜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혔던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던 국정농단과 각종 부정행위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김 전 비서실장은 최씨에 대해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강변하다가 말을 바꾼 적이 있다.

지난달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버텼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동영상에 머리를 숙여야했다. 이 동영상은 당시 박근혜 캠프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전 비서실장이 최씨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되는 현장에 앉아있었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 전 비서실장에게 쏟아진 증거인멸 의혹도 수두룩하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달 26일 특검이 자신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이전 관련 자료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의 주거지에 설치된 CCTV 기록이 삭제됐고, 문서도 대부분 폐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도 마찬가지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전달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조 장관의 한결같은 발언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최순실 국조특위' 7차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집요하게 추궁하자 결국 말을 바꿨다. 조 장관은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여러가지 사실에 의해서 밝혀지고 있는 거 같다"며 "(특검) 조사 과정에서 그런 문서가 있었다는 진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 "1월 초 문체부 예술국장이 '해당 직원이 확정적으로 작성했다'고 보고 해서 알게됐다"고 밝혔다.

또 조 장관은 김종덕 전 장관이 쓰다 넘겨받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려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조 장관은 지난해 11월 초 문체부 직원에게 서울 서계동 집무실에 있던 자신의 컴퓨터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하드디스크는 조 장관의 전임자인 김종덕 전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전달되고 본격 시행됐던 시기에 사용한 것이다.

조 장관의 지시로 연한이 지나지 않은 컴퓨터를 문체부 직원들이 교체했으며, 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는 문제의 블랙리스트가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 14일 이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복구 중이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장관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장관 비서가 교체됐는데, 이 직원이 장관의 허락도 없이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뒤 보고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각종 의혹이 터질 때마다 해박한 법률 지식과 권력을 바탕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해 '법꾸라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 전 비서실장과,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내각의 핵심 인사 조 장관도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증거인멸이야 워낙 유명하지 않으냐"며 "조 장관도 본인은 하드디스크 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가능성은 있다"며 "우리는 청구를 하는 방향으로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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