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교수의 식품 오디세이식품산업에 부는 '가성비' 바람

기자 2017. 1.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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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격을 낮추면서 오히려 양을 늘린 식품이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34% 증량한 식품도 있다. 특히 초코파이, 포카칩 등 과자류를 중심으로 같은 가격에 양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 취지는 어려운 경제난에 위축된 소비를 진작하고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가성비 니즈’에 부합한 것이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비(cost-effectiveness, the cost-to-benefit ratio)’의 줄임말로 경제적으로 위축된 우리나라 현 사회에 유행어가 되고 있다.

‘가격 그대로에 무게 10% 늘어난 과자’,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식품업체가 봉이 김선달보다 더하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줬다, 물장사도 모자라 공기장사를 한다”고 포장 대비 양이 적었던 ‘얌체 마케팅’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지난 2014년 대학생 두 명이 국산 봉지 과자를 이어 붙여 한강에 띄운 뒤 뗏목처럼 올라타 강을 건너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서울소방재난본부는 “물놀이를 하다 사람이 빠졌는데 구할 도구가 없다면 대용량 봉지 과자를 활용하라”고도 한다. 최근엔 엑스레이로 부서지기 쉬운 감자칩을 찍어 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 ‘공기 반, 과자 반’이었다고 한다. 빵빵한 봉지에 과자는 몇 개 들어 있지도 않고 질소만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과자 봉지 속의 질소는 과대포장이 목적이 아니라 ‘과자의 파손과 산패 방지’라는 좋은 취지로 넣은 것이다. 질소는 공기 중에 기체로 존재해 부서지기 쉬운 과자를 보호해 준다. 공기 중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는 질소는 끓는점이 -195도로 대부분은 기체로 존재한다. 색깔과 맛도 없다. 또 식품은 산소와 만나면 맛이 변질되는데 반응성이 떨어지는 질소를 채워 넣으면 산소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질소 충전식 과자 포장을 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그전에는 공기를 그대로 주입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과자 냄새가 이상하다’는 항의가 들어오곤 했다. 질소 충전으로 과자의 원형 유지와 제품의 신선도 유지, 바삭한 식감을 즐기게 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과대포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의 양만 넣었으면 하는 것이 소비자의 바람이다.

환경부의 ‘스낵류 포장 규칙’은 질소 충전하는 봉지 과자의 빈 공간이 35%를 넘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봉지의 최소 65%는 과자로 채워야 한다. 지난해 11월 ‘소비자시민모임’이 국내 시판 중인 감자칩들을 조사한 결과 질소 충전을 한 과자 8종 모두 빈 공간이 35%를 웃돌았다고 한다.

요즘 식품산업계에서는 가성비가 트렌드인데 아직도 질소과자, 공기장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봤다. 내용물이 부서져 부피가 준 것도 근거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익에 눈이 멀어 크게 보이게 하면서 과자량을 줄인 것도 원인일 것이고, 크기는 같아 보이나 1회 제공량을 줄여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으려 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최근 수입 과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가성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2017년 정유년에는 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업 스스로가 자신들에게 가성비가 높은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높은 제품을 시장에 많이 내놨으면 한다.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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