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리즘] '공감 제로' 게스트 남발에 '슈퍼맨'은 어디로?

정은나리 입력 2017. 1. 17. 14:07 수정 2017. 1. 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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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가 보여주고자 했던 슈퍼맨은 과연 전지전능한 히어로였을까. 유명인을 지인으로 둔 아빠의 능력도 슈퍼맨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수긍해야 마땅한 것일까. 시청자가 기대한 '슈퍼맨'은 육아 고충을 짊어진 이 시대 아빠들이 공감할 만한 대상이다. '슈퍼맨 아빠'는 일과 육아 모두 완벽하고픈 바람과 이상향 속 모습이지만, '슈돌'에서 그려지는 '슈퍼맨'은 버젓이 현실에 구현되는 존재다. 아이에게 유명인 '삼촌'과 '이모'를 만들어 주는 슈퍼맨의 존재를 접하는 보통 아빠는 허탈하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내 없이 홀로 육아에 뛰어든 연예인 아빠들의 우여곡절을 그린 '슈돌'이 게스트 남발 속에 시청자의 공감을 잃어가고 있다. 햇수로 4년째인 '슈돌'은 출연자의 얼굴을 바꿔가면서 익숙해진 육아예능 포맷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출연자의 얼굴은 바뀌었지만, 프로그램을 채우는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예인 아빠의 육아 이야기를 토대로 아빠의 연예인 지인이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유독 개그맨 이휘재와 쌍둥이 서언-서준 형제의 이야기에 게스트가 편중돼 있다. 이휘재는 2013년 9월 파일럿으로 첫선을 보일 당시부터 출연한 원년멤버다. 원년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지금까지 출연하고 있는 이휘재와 두 자녀는 '슈돌'과 성장 과정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미 많은 이야기를 선보인 터라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동력이 바닥날 만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이휘재는 최근 쌍둥이 기르는 팁을 얻는다며 유도선수 조준호와 조준현 선수를 초대했다. 앞서 이휘재는 같은 육아 고충을 지닌 쌍둥이 엄마인 S.E.S 슈를 만나기도 했다. 예능 황제 이경규를 초대해 이경규의 딸 예림이를 키웠을 때 이야기를 묻기도 했다. 대세 아이돌인 AOA 설현과의 만남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든 산타할아버지로 등장했다.  


특히 이휘재는 최근 시상식 진행 논란으로 '슈돌' 하차 요구까지 받는 터라 '게스트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하차 요구의 빌미가 되는 측면이 있다. 

앞서 이휘재는 무례한 시상식 진행 멘트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여기에는 공식석상에서 형 등 사적인 호칭이나 반말로 친분을 강조한 개그가 시청자의 반감을 산 것도 일정부분 작용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휘재의 친분을 활용한 게스트 출연 역시 거부감만 확산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게스트로 채워지는 방송은 이휘재에게 초반의 열정이 식었다거나, 쉽게 분량을 확보하려 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게스트의 홍보 등 목적성을 지닌 게스트 출연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간과하기 힘들다. 게스트 출연이 화제가 되더라도 그건 궁극적으로 '슈돌'에 독(毒)이다. 아빠와 아이가 주인공이 아닌 게스트가 화제의 대상이 되는 순간 '슈돌'의 본질마저 훼손될 수 있는 까닭이다. 

게스트 편중이 심한 이휘재 편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이유로 연예인과 출연자의 아이가 만났다. 소녀시대, 엑소,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출연자와의 친분을 통해서, 아이들의 팬임을 자청하며 게스트로 나섰다. 게스트 홍보를 차치하고 프로그램 내에서 선보인 게스트의 역할은 아이들과의 뜬금없는 이벤트성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스트 남발은 소재 고갈과도 맞닿아 있다. 다양한 육아 이야기를 그려내는 데 가장 용이한 방법이 연예인 게스트를 투입한 후 아이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게스트 출연이 거듭될수록 아이의 반응도 새로울 것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억지로 쥐어 짜낸 육아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재미와 공감을 줄지 미지수다. 본질과 동떨어진 게스트 출연은 오히려 출연자의 매력을 묻히게 하는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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