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구원투수' 시진핑, '중국식 세계화' 시동

김신회 기자 2017. 1. 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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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주도 세계화 위기 中 '포용적 세계화' 대안 제시..美-中 '극대극' 대결 신호탄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서구 주도 세계화 위기 中 '포용적 세계화' 대안 제시…美-中 '극대극' 대결 신호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이틀간의 일정으로 스위스를 국빈방문했다. 17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사진=AFP

세계경제포럼(WEF), 이른바 다보스포럼이 대변해온 서구 주도의 세계화가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비롯해 세계화를 주도한 주요 선진국에서 최근 일어난 반동은 세계화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세계화의 부작용이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올해 중국 정상으로는 처음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화와 함께 벼랑 끝에 몰린 다보스포럼의 '구원투수'이자 '스타'로 부상했다. 클라우스 슈워브 WEF 회장은 지난 15일 로이터와 회견에서 이번 포럼에 시 주석이 참석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기존 세계화 모델의 대안으로 '포용적 세계화'(inclusive globalization)를 들고 나섰다. 그는 1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다보스포럼에서 이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포용적 세계화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한 예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02년 미국 예일대 연설에서 단지 시장의 문을 열어젖히는 게 아니라 기회를 넓히고 협력을 강화해 세계인 모두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포용적 세계화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지난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세계화를 촉구했다. 시 주석의 포용적 세계화도 다르지 않다. 세계화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중국이 세계화의 새 질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CBS뉴스는 16일 다보스포럼의 세계화 비전이 흐릿해지는 사이 중국 버전의 세계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이 트럼프가 반기를 든 자유무역, 기후변화 대응 등에 책임감 있는 리더로 바통을 차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시 주석이 다보스에서 위기에 처한 세계화를 방어하고 나섰다고 거들었다.

스위스를 국빈방문한 시 주석은 같은 날 수도 베른에서 기업인들에게 "보호주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반세계화가 부상하고 있지만 이는 세계적인 경제 공조에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업체인 미국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시 주석이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공백을 메우려 한다는 것이다. 브레머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엄청난 반세계화 바람이 일고 있는데 이는 그간 서구권이 만든 세계화 질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이 기회를 노려 리더십을 차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슈워브 회장은 로이터 회견에서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미국이 지배해온 단극 세계가 중국처럼 최근 떠오르고 있는 나라들이 더 큰 역할을 맡는 다극 시스템으로 바뀌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중국이 이 새로운 세상에서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은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성장둔화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넓히기엔 충분한 경제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칼 아이켄베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금 추세라면 중국이 2035년에 미국보다 3분의1가량 큰 경제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 주석도 이날 스위스 기업인들에게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가 6.7%로 기대치에 못 미치지만 세계 주요국 가운데는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들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지역 무역협정과 신실크로드 건설 계획인 일대일로 사업 등을 추진하며 '중국식 세계화'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유무역, 세계화의 첨병을 자처하고 나선 건 트럼프의 반무역 공세에 대한 대응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 주석의 다포스행과 맞물린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20일)이 세계 양강(G2)의 극대극 대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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