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 어림없다" 봉하마을서 '냉대'받은 반기문

김해=김민우 기자 입력 2017. 1. 17. 13:04 수정 2017. 1.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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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노무현 묘역 참배..지지자들과 반대시위대 일부 몸싸움도

[머니투데이 김해=김민우 기자] [[the300]노무현 묘역 참배..지지자들과 반대시위대 일부 몸싸움도]

/사진=김민우 기자


"인권의식, 역사의식 없는 반기문, 대권도전은 어림없다!"

17일 5년여 만에 봉하마을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일부 지지자는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며 반 전총장을 반겼지만 수없이 내걸린 문구는 대부분 반 전총장에 대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반 전총장으로서는 귀국 후 처음 받아보는 '냉대'였다.

손피켓 등에는 '배신자' '기름장어' '할머니들의 피눈물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등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했다. 참여정부 당시 노 전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고도 노 전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원죄'에 대한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반 전총장은 이날 노 전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오전 9시40분쯤 반 전총장이 모습을 보이자 현장에는 "반기문은 한국을 떠나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일부 노 전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반 전총장을 따라가며 피켓을 들고 항의를 이어갔다.

반 전총장은 굳은 표정으로 아내 유순택 여사와 함께 헌화한 후 묵념했다. 참배가 진행되자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도 잠시 구호를 멈췄다.

반 전총장 내외가 노 전대통령의 묘역인 너럭바위 참배와 방명록에 작성을 마치자 시위대가 다시 규탄 구호를 이어갔다. 이들은 "박근혜 시즌 투(2)" "짬뽕반 짜장반" "기름장어는 모란봉으로" "역사인식 없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등 비난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반 전총장의 지지자와 반대 시위대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신자라 않겠다. 잘왔다 반기문'이라는 걸개를 건 경남 노사모 소속 노갑용씨(51)는 "안 와야 맞는데 온다고 하니 고민 끝에 반어법으로 문구를 적어봤다"며 "반 전총장이 오더라도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데 뭐라고 언론에 말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민우 기자


반 전총장이 노 전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대권행보에 큰 걸림돌이다. 귀국 직후 봉하마을을 찾은 것 역시 '배신자'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반 전총장은 이날 별도로 자료를 내고 "노 전대통령 서거 당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출장 중이던 스리랑카 현지에서 곧바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며 "뉴욕에 돌아와 유엔 대표부에 마련된 빈소에서 참배했고 유족에게 조전과 조화도 보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반 전총장은 또 "유엔 사무총장이 개별 회원국 국가원수들의 취임식이나 장례행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오랜 관례도 깨고 노 전대통령 장의위원회에 고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참배를 마친 반 전총장 내외는 곧바로 권 여사를 만났다.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노 전대통령이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가슴에 깊이 남는다"며 "취임식 때 변혁과 통합, 개혁과 통합을 외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총장은 "이제는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사생결단으로, 죽기살기식으로 정권만을 잡겠다는 정치는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은 노 전대통령의 말씀대로 공정한 사회, 반칙없는 사회, 사람사는 사회를 갈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전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청와대에서 같이 지낼 당시의 얘기 등을 나눴다고 전했다. 김 전의원은 통상 화요일 오전 서울로 가는데 이날은 반 전총장의 방문을 고려, 귀경을 늦췄다. 반 전총장을 손님의 예로 맞이할 수 있게 일정을 조정하는 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당부가 있었다고 한다.

김해=김민우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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