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스타6 >, 박진영과 양현석에겐 없는 유희열의 가치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곽우신]
▲ <K팝스타6>에서 유희열은 자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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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6>의 유희열은 자사(自社)에 주어진 연습생 캐스팅 권한을 양현석과 박진영에게 양도했다. 보컬리스트 또는 아티스트 위주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안테나'의 수장으로서 어쩌면 불가피한 결정처럼 여겨졌다. 아이돌 제작에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JYP나 YG에서 연습생을 한 명이라도 더 캐스팅해 훈련하는 게 좋을 거란 판단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캐스팅 오디션을 시작하기에 앞서 '연습생 여러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말을 꺼내는 유희열의 말은 그동안 그가 쌓아왔던 '설득력'과 함께 훨씬 더 강렬하게 와 닿았다. 그래, 저게 바로 유희열이지.
'이게 바로 유희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참가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각 심사위원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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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G: 샤넌, 고아라, 크리샤 츄
▲ 안테나: X
<K팝스타> 시즌3에서부터 합류한 유희열은 이 프로그램을, 그리고 참가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심사위원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처음부터 마지막 시즌인 지금까지 '사업가' 혹은 '제작자'라기보다는 여전히 음악계의 '선배'의 포지션에 서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욕심이 있는 사업가였다면, '양도'가 아니라 '트레이드'를 제안하기 마련이다. 연습생 캐스팅 권한을 한 장 주는 대신 일반인 캐스팅 권한을 한 장 받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유희열은 그런 복잡한 수를 두지 않고, 단순명료하게 권한을 넘겨줘 버린다. 그 결정의 이유는 하나다. 참가자들의 성장을 위해서.
연습생 캐스팅 권한을 양도한 유희열은 지난 15회와 16회에서는 관망(觀望)을 유지했다. 첫 번째로 무대 위에 오른 석지수와 이서진은 노래로는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안테나에서 영입하기에 제법 적절한 카드였지만, 유희열은 심각한 표정으로 '헷갈린다'는 말만 내뱉은 채 결국 캐스팅을 하지 않았다. "난 네가 캐스팅할 줄 알았다. 유희열 독한데?" 오히려 놀란 건 양현석이었다. 그만큼 적은 선택지(5장)를 신중하게 사용하겠다는 유희열의 굳은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반면, 양현석과 박진영은 '우선권'을 사용하는 등 경쟁적으로 캐스팅에 나섰다.
캐스팅에서는 부득이하게 관망하는 듯 보인 유희열이었지만(연습생 참가자들이 초반에 다수 배치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행 본능은 오히려 더 강하게 표출됐고(유희열은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라디오 DJ로 사랑받았고,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심사'에서도 여전히 진가를 드러냈다. 아무래도 캐스팅을 할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의 위치에 비켜서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사심 없이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방송에서 유희열의 심사평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흐름을 읽어냈고 핵심을 파고들었다.
▲ 박진영과 양현석이라는 굵직한 두 심사위원도 각자의 매력을 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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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박진영이 돋보이는 순간들은 그가 특유의 '직관'을 통해 참가자들의 '영혼'을 건드리는 대목이다. 가령, 박진영이 샤넌에게 건네는 언어들은 매우 날카롭고 적확하다. 샤넌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그가 안고 있던 고민을 짚어낸다. 놀랍게도 그런 조언들은 폐부에 가닿고, 끝내 상대방을 변화시키고야 만다. 양현석은 비유에 능하고 대중적인 감각을 캐치하는 데 뛰어나다. 박진영이 직관적이라면 양현석의 심사평은 '본능적'이다. 양현석의 포지션은 한결같이 '제작자'에 고정된 편인데, 그래서 그는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중들이 좋아할지 아닐지(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돈'이 될지 말지)를 판단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이 곧 '상품'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다)에서 대상의 가치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능력은 자랑이지 흠이 아니다. 특히 그가 한 회사의 대표라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현식이 안정적인 선택만을 하는 건 아니다. 가령, 탈락 위기에 놓였던 전민주를 와일드카드를 사용해서 합격시키는 장면들은 양현석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본능적 연출이라 할 한데, 이번에도 그의 도발적 선택은 성공을 거두지 않았던가? 또, 시즌4에서 와일드카드를 사용해 케이티 김(시즌4 우승자)을 Top 10에 올리는 결정을 한 것도 양현석이었다.
가려운 곳 긁어주는 그의 '위로'
▲ <K팝스타6>의 참가자들을 위로하는 심사위원, 그게 바로 유희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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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희열은 위로(慰勞)다. 그의 언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드랍게 감싸고 그리하여 따뜻하게 녹여낸다. 박진영이 "너 이렇게 해서 데이트하고 그랬지? 마음이, 남자인데 내가 막 흔들려요."라고 말하는 건 호들갑이 전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가 유희열의 말에서부터 위로를 얻는다. 지난 방송에서 크리샤 츄와 전민주가 함께 펼친 환상적인 무대가 끝나자 박진영과 양현석은 '크리샤 츄'에만 집중했다. 당연히 심사평도 한쪽으로 쏠렸고, 캐스팅 경쟁도 그러했다. 물론 실력과 외모뿐만 아니라 잠재력도 뛰어난 크리샤 츄에 심사위원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지만, 좀 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 <K팝스타6>의 원동력 중 하나가 유희열이라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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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로 이거였구나! 마치 등의 가려운 '지점'을 정확히 알아채고 긁어준 느낌이었다. 속이 시원했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크리샤 츄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유희열은 '전민주만 계속해서 봤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전민주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 실제로 전민주가 언니로서 또 무대 경험자로서 동생인 김소희·크리샤 츄를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무대들이었다. '회복 중'이라는 아쉬운 평가만 들어야 했던 전민주는 그제야 활짝 웃는다. 자신의 존재감과 역할을 제대로 알아준 유희열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사실을 알아봐 준 유희열에게 또 한 번 감사하게 됐다.
<K팝스타>의 심사위원 세 명의 '궁합'은 최고다. 그중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공백은 엄청나게 크게 느껴질 것이다. 누구 하나 빠져도 될 사람이 없다. 대형 기획사 JYP와 YG가 빠진다면 성립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그래서 이런 가정들은 애초에 무의미한 것이지만, 그래도 굳이 그 가운데 한 명을 꼽으라면 유희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합류하지 않았다면, 그의 위로가 없었다면, <K팝스타>는 단순히 대형 기획사들의 '놀이'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희열의 합류는 신의 한 수였다. 그것이 바로 <K팝스타>를 지금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원동력이었고, 또 지금까지 매우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한 에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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