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처럼 해야하나?' 정부, 물가잡기 뾰족한 수단 없어 '부심'

최경환 기자 입력 2017. 1. 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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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물가는 '고질병'..기업 가격인상 규제 못해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17.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 새해부터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대책수립을 공언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에 빠졌다. 농산물 물가 급등락은 기후 등 요인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인데다 기업들이 정한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80년대 식' 규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7일 기획재정부 등 물가관련 정부부처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이후 급등한 달걀 가격을 필두로 신선식품, 일부 기업의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비축물량 방출, 가격 모니터링 등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인위적인 가격 조정이 가장 힘든 품목은 농산물이다. 특히 채소류는 재배 후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이 잛게는 3개월에서 1년 사이기 때문에 기후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자주 달라진다.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예측하고 대응한다해도 상황이 바뀌어 오히려 독이 될수 있다.

2015년 가을배추의 경우 7월까지 가뭄이 심해 공급부족이 예상되자 정부는 계약재배물량을 조기에 심도록 했다. 그러나 8월부터 날씨가 좋아지면서 정작 수확철인 9월엔 배춧값이 급락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물량 확보와 농산물 수입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배추가격이 올라도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을 넘기 힘들고 가계 소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며 "예산을 가격 잡는데 쓸 것인지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축산물은 아직까지도 농가 단위로 경영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생산과 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절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합이나 기업농으로 생산단위을 확대하는 것이 고질적인 수급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라면, 소주, 음료 등 제조업체들의 가격인상 문제도 통제가 쉽지 않다. 기업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가격은 정부가 직접 규제할 방법이 없다.

과거 이명박(MB) 정부 시절에는 'MB물가지수'를 만들어 국민생활과 밀접한 52개 품목을 별도로 관리했다. 당시 농심이 프리미엄급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자 정부는 강한 압박에 나섰다. 다른 식료품 물가 인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결국 농심은 출시 5개월만에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렇게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정부 내 분위기다. 정부가 해당 기업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물가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하는 것이 고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이 정한 가격을 정부가 압박해 낮출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소비자단체와 함께 물가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원가분석을 통해 정당한 가격인상인지 따져보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공정위도 가격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업체의 지위남용 등에 대해 감시, 조사할동을 하고 있지만 최근 가격 인상과 관련해 뚜렷한 혐의점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조사에 나선다해도 담합으로 처벌하려면 업체간 합의가 있었다는 구체적 물증이 있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에 일부 품목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동향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담합여부는 개별사안에 따라 달라 단순히 가격이 일시에 인상됐다고 곧바로 조사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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