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 신문선이 던진 '작은 공', 의미 있었을까?

류청 입력 2017. 1. 17. 08:39 수정 2017. 1. 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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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저는 지지 않았습니다. 패하지 않았습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낙선 소감을 선언으로 시작했다.

이변은 없었다. 신 교수가 16일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제11대 총재선거에서 낙선했다.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 23명 가운데 5명만 신 교수에 찬성표를 던졌고, 17명은 반대 그리고 1명은 무효표를 냈다. 단독후보였던 신 교수가 총재가 되기 위해서는 7표를 더 받아야 했다.

이날 선거는 짧지만 강렬하게 치러졌다. 신 교수는 정견발표에 앞서 앉아 있는 대의원 모두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저 인사한 게 아니라 몇 명에게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총재하려면) 150억 원을 들고 와야 한다고 했다면서요?" "저 때문에 바쁘셨다면서요?"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한 인사말을 들은 대의원들은 웃어 넘겼지만,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지난 6일 후보자 등록 사실이 공표된 이후 연맹과 평행선을 달렸던 신 교수는 투표 현장에서도 날을 세웠다. 이 장면은 연맹과 신 교수 더 나아가 한국 프로축구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대대적인 변화는 달갑지 않고, 변화를 부르짖는 이도 기득권 세력과 다르다는 점만을 부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보자 등록 자체가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신 교수가 총재 후보자로 등록한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한 축구계 인사는 "정몽준 전 명예회장 세력이 여전히 축구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신 교수처럼 누군가 변화를 부르짖는 자체가 상당한 파장을 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가 총재후보에 입후보하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지만 상당히 중요한 일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총재는 명예직이면서 현장직이기도 하다. 연맹 총재는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연맹 총재는 명예와 타이틀 스폰서만 책임졌다. 그 정도 해주는 게 최선일 정도로 한국 프로축구와 연맹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메인스폰서 40억 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신 교수가 출마하며 던진 일성은 의미 있다. 연맹이 현 상황을 보존하는 데 힘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직접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연맹이 일본 J리그와 호주 A리그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사무국만큼 역동적이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다.

"오늘 획득한 5표는 프로축구 발전에 큰 울림이 될 것이다." 신 교수는 자신을 지지한 대의원 5명이 변화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했다. 현대가 3표와 대한축구협회 2표를 잃고 시작한 싸움에서 5표를 획득한 게 성과라는 이야기다. 한 축구인도 "5표는 적지 않은 표다.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더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위와 선명성 확보로는 부족

신 교수가 주장하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당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 기득권 세력은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변화를 일으킬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이후 연맹을 이끌 로드맵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공약에 문제의식은 있지만, `어떻게`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투표가 끝난 후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한 뒤 사랑의 열매다 유니세프 같은 사회적 기업에 돌려주는 방안을 고려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전제로 다국적 기업과 국내 유수 기업과 이야기를 나눴다. 상당한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었다"라고 말했다. 이게 확실하다고 해도 개혁에 대한 방법론 중 허점이 없이 완벽한 것은 찾기 어렵다.

연맹 수익금 분배 개선도 도마에 올랐다. 신 교수는 투표 당일 정견발표에서 "기업 구단에게는 (분배금) 몇 천만 원이 크지 않지만 시도민 구단에게는 크다. 이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몇 천만 원은 시도민 구단에게도 아주 큰 돈은 아니다. 요긴하게 쓸 수 있겠지만, 형편을 확실히 바꿀 수는 없다. 이 정도의 방법론으로는 큰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

정당성과 선명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마찰음도 짚고 가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 교수는 대의원과 악수하며 몇몇 이에게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대의원은 "사견이지만, 총재는 모두를 안고 가야 한다.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불법선거운동 고발? 그런데 대처는?

신 교수는 대의원과 악수 하며 날카로운 말을 던진 이유가 "불법 선거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그런 말을 한 이유가 있다. 그분들이 다른 대의원을 만나 권오갑 총재가 4년에 (메이스폰서) 150억 원을 끌어 온다고 이야기했다. 그분들 나와 눈을 못 마주치지 않나"라며 "이건 정당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불법 선거운동이 있었다." 신 교수는 이를 밝히는 데 의미를 두고 공식적으로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5일간의 이의제기기간에 이 부분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신 교수는 "경기는 끝났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잘못된 판정이나 반칙이 있었다면 거기에 이의를 신청해도 그 결과는 뒤집지 못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과에 승복하는 것과 불법 선거운동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다른 맥락이다.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는 역사가 아니라 주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제 총재 선거는 추대 같은 기존 방식으로는 치러지기 어렵다. 이 부분에서 신 교수의 공이 있다. 그렇다면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마지막 발걸음도 공식적이어야 한다.

신 교수가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것은 분명 의미 있었다. 연맹 현실과 연맹 대의원이 지닌 폐쇄성 그리고 현 체제가 지닌 한계를 많은 이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물음표다. 기득권 층과 다르고, 선진사례를 안다고 해서 연맹을 잘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외교적인 능력과 디테일이 필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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