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정기예금과 외계인의 'e'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2017. 1. 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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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에 가입할 때 이자가 얼마인지 유심히 본다.

"저희 예금은 이자를 복리로 드려 다른 은행보다 유리하다"는 광고를 본 적도 있다.

만약 원금이 100만원이고 1년의 이자율이 통 크게 100%라면 1년 후 해지 때 은행은 200만원을 지급한다.

만약 1년의 절반인 6개월이 지났을 때 이자를 한번 지급해 원금에 더해준다면 만기해지 때 얼마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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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에 가입할 때 이자가 얼마인지 유심히 본다. “저희 예금은 이자를 복리로 드려 다른 은행보다 유리하다”는 광고를 본 적도 있다. 단리로 계산할 때는 원금에 이율을 단순히 곱한다. 만약 원금이 100만원이고 1년의 이자율이 통 크게 100%라면 1년 후 해지 때 은행은 200만원을 지급한다.

복리라면 계산이 좀 복잡하다. 만약 1년의 절반인 6개월이 지났을 때 이자를 한번 지급해 원금에 더해준다면 만기해지 때 얼마나 받을까. 연초에 100만원을 예금했다면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자는 50만원이고 이를 원금 100만원에 얹으면 원리금은 150만원이다. 이 금액이 새로운 원금이 돼 나머지 6개월의 이자가 계산된다.

만기해지 때는 6개월 후 원리금 150만원에 또 150만원의 6개월이자 50%인 75만원이 더해져 모두 225만원이 된다. 100%로 같은 연이율이지만 단리로 계산할 때의 이자 100만원에 비하면 25만원의 이자를 더 받는다. 당연히 복리가 단리보다 예금자에게 유리하다.

사실 식으로 적는 것이 더 편하다. 반년이 지나면 원금 A에 이자 A/2가 더해지니 (1+1/2)A가 새로 이자 계산이 시작되기 직전의 원리금이다. 이 액수에 다시 (1+1/2)를 곱한 것이 만기해지 때 금액이다. 즉 (1+1/2)를 두번 곱해서 얻어지는 2.25를 원금 100만원에 곱한 액수가 만기 때 은행이 지급하는 전체 금액이다.

은행이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면 분기당 이자율은 25%가 되니 1년 후 원리금은 (1+1/4)을 네번 곱한 후 이를 원금에 다시 곱하면 된다. 즉 (1+1/4)의 4제곱이 되니 약 2.44배가 된다. 이처럼 같은 복리의 연이율이라도 이자를 지급하는 시간 간격이 줄어들수록 전체 이자는 많아진다.

이자 지급 간격을 계속 줄이면 1년 뒤 원리금은 원금의 몇배가 될까. 언뜻 생각하면 이자가 한없이 늘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눈 한번 깜박할 정도의 짧은 시간마다 은행이 이자를 지급하더라도 원리금은 원금의 2.71828…배로 3배에 미치지 못한다. n이 무한대로 갈 때는 (1+1/n)의 n제곱의 극한을 구하면 된다. 이 숫자 2.71828…이 모든 과학자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수식의 첫째로 꼽는 '오일러의 공식'에 등장하는 수 e다.

정기예금을 생각해낼 정도의 지성을 갖춘 외계의 지적 생명체라면 이 멋진 수 e의 값을 우리 지구인과 정확히 같은 값으로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사는 행성의 은행에 돈을 맡긴 은하 저편 외계인도 e를 안다. 우리와 정확히 같은 값으로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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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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