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인구절벽' 대한민국의 미래 정말 절망적일까?

김현주 2017. 1.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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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해부터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미래가 코앞에 닥친 한국은 이른바 '인구절벽' 현상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과 소비 역시 감소해 잠재성장률이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경제활동이 위축된다면 심각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생산가능인구가 많아야 국가경제가 활력을 띠는 만큼 인구가 줄어들면 활기 역시 저하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도 저출산 현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기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인구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청년층이 혼인과 출산을 꺼리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경제적 문제 때문입니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데다 설령 취업을 해도 저임금의 비정규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자녀 양육비를 유발하는 사회구조나 환경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직장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 수를 고려한 형평성 있는 보육 정책을 꾸준히 펼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입니다.

'인구 절벽'의 후유증이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저출산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녀 세대에 경제적 부담을 떠넘길 수밖에 없는 심각한 현안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인구 증가로 고성장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숫자는 근래 1.2명으로 감소한 채 유지하다 지난해 이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세로 가다가는 단순 계산으로 오는 2750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의 동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이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단 출산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구변화가 극심하다. 출산율은 지난 4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2년부터 전세계에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 한 해 100만명에서 2002년에 49만명으로, 30년 만에 절반 밑으로 감소했다. 세계에서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2015년 출생통계를 보면 국내 가임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포르투갈과 함께 가장 낮다. 이같은 출산율(1.2명대)이 계속되면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9년이면 한해 출생아 수가 심리적 저지선인 30만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산율 제고 정책 효과 '글쎄'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율 제고 정책들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10여년간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책에 150조원 이상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정부도 당장 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낮아질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인구가 급감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먼저 전통적인 4인 가족 의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 수는 1980년 4.5명이었지만 1990년 3.74명, 2010년 2.6명, 2015년 2.53명 등으로 30여년 만에 2명대로 떨어졌다.

가구 규모별 추이를 살펴보면 1990년에는 1인 가구 9.0%, 2인 가구 13.8%, 3인 가구 19.1%, 4인 가구 29.5%, 5인 이상 가구 28.7%였으나 25년이 흐른 2015년에는 1인 가구 27.2%, 2인 가구 26.1%, 3인 가구 21.5%, 4인 가구 18.8%, 5인 이상 가구 6.4%로 바뀌었다. 1990년에 9.0%에 불과했던 나홀로 가구가 이제는 2∼5인 이상 가구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가 된 것이다.

1인 가구가 확산하면서 소비행태도 지각변동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혼밥'·'혼술'이라는 신조어가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4인 가구가 주요 고객이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사양길로 접어든지 오래다. 가전 시장에서는 1인용 냉장고와 세탁기가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주택시장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면서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소형이 주목받고 있다. 인구 감소로 나라를 지킬 병력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모병제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

◆저출산 해법? 출산 가로막는 걸림돌부터 제거해야

그렇다면 저출산의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을 지금처럼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하기보다 저출산 국가로 전락한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출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먼저 워킹맘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제언이다. 2015년 기준 국내 맞벌이 여성의 출산 아기 숫자는 0.6명으로, 전업주부(2.6명)에 크게 못 미친다. 아기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맞벌이 여성에 초점을 맞춘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유럽연합(EU)은 1970∼80년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고용 불안과 높은 집값, 육아휴직 제도 미비, 보육비 부담 등을 출산의 장애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를 토대로 휴가체계 전면 개편, 공공보육제도 정비, 육아의 사회화 등을 도입해 출산과 양육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개선해 큰 효과를 봤다. 저출산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2009년 70.2%)과 출산율(2010년 1.94명)이 모두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개인과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전제 아래 육아휴직을 마친 뒤에도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남성이 육아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기업문화도 그런 기조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녀를 낳아 키우는 과정은 매우 길며, 어느 한 구간에서 장애가 있으면 더는 애를 낳기를 꺼리게 된다면서 양육비 부담 경감과 돌봄 서비스 확충 등 저출산 대책을 생애주기에 맞춰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낙태 17만건 육박, 낙태 숫자만 줄여도 출산율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여성을 질 낮은 취업 전선으로 내모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개선하고, 전업주부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여성이 직장생활의 부담을 털어내고, 가정생활에 전념할 수 있을 때 맞벌이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은 아기를 낳기 때문이다.

또 매년 17만건에 달하는 낙태도 개선 대상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신생아 수가 4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임을 고려하면 낙태만 줄여도 출산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저출산 예산을 낙태방지에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아동교육을 사회 공동 책임으로 규정하고, 개별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미래의 시민이자 노동자인 어린이들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선다면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확충해 당장의 비용 부담을 뛰어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의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저출산에 따른 차선책도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저출산으로 빚어질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다운사이징 사회'에 맞춰 제도와 문화는 물론 의식까지 개선해 바뀐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인구축소로 미래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고, 사회규모에 맞춰 각종 사회·경제·교육제도를 정비하는 등 정부와 기업·개인이 힘을 합쳐 체질을 바꿔나가면 미래가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전문가의 주장이다.

김현주 기자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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