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정부 다마스쿠스는 정상 회복.. 총성 멈추며 귀국자 늘어"
식량·약품 등 국제 구호물품들, 아사드 대통령 측이 대거 빼돌려
"북한의 평양처럼 자기편만 챙겨" "시리아에 온 걸 환영합니다"
반갑게 인사하던 검문소 직원, 남한 여권 내밀자 "비자 못준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오후 3시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지역인 '와디 베카'. 중무장한 레바논 군인 수십명과 저격수가 지키는 검문소에 시리아로 들어가려는 차가 몰려들었다. 대부분 시리아 번호판(SYR)을 달고 있었다. 반면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가는 차량은 드물었다. 시리아인 택시기사 압두 가디르씨는 "레바논에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며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몰아낸 지역이 늘면서 그곳에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귀국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을 각각 지원하는 러시아와 터키가 최근 정전(停戰) 협정에 합의하면서 6년 동안 내전(內戰)의 총성이 끊이지 않던 시리아 국경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 검문소를 지나 시리아 땅에 들어가자, 짙은 녹색 군복에 복면한 시리아 무장 군인이 도로를 막아섰다. 한 경비병이 차 안으로 총구를 들이대며 겁을 주면서도 "아흘란 와 사흘란 빅 일라 수리야(시리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도로 곳곳에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웃는 사진과 '마악 릴아바드(영원히 당신과 함께)'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시커멓게 불탄 채 갓길에 버려진 지프도 눈에 띄었다.
아사드 정권의 본거지인 다마스쿠스를 25㎞쯤 앞둔 고속도로 출입국 검문소에 여권을 제출했다. 시리아 보안요원은 'Republic of Korea(ROK)'가 남한인지 북한인지 물었다. "남한"이라고 했더니 그는 "입국 비자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시리아는 한국과 수교를 맺지 않은 세계 몇 안 되는 나라지만 북한과는 1966년 수교한 이후 군사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검문소 내 별도 사무실에서 입국이 거부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반(反)정부 성향의 시리아인, 국제 구호단체 직원도 있었다. 다마스쿠스에 살았던 시리아 남성은 "다마스쿠스 주민은 내전 피해가 아무리 커져도 아사드 정권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정권도 다마스쿠스 주민만은 각별하게 챙긴다"고 했다.
국제 구호단체 소속 여성은 "식량·약품 등 긴급 구호물자를 내전 피해가 가장 큰 북부 지역에 주려고 해도 아사드 정권은 이를 다마스쿠스로 빼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자가 "북한 정권도 물자 배급을 수도인 평양에 집중한다"고 했더니 한 시리아 남성은 "그럼 다마스쿠스는 북한의 평양과 같다"며 "'다마스쿠스가 곧 아사드 정권'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했다.
시리아 국경 검문소에서 30여분 머무르다가 레바논으로 송환 조치됐다. 시리아 보안 요원은 "현재 다마스쿠스는 주말마다 호텔 결혼식이 열리고, 낮에는 차가 막힐 정도로 정상적인 도시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에시(IS를 비하하는 아랍어)가 점령한 곳이 아직 남아있지만 언젠가는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2011년 3월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지난해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등으로 아사드 정부는 정권 존속의 기반을 다진 반면, 반군의 기세는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현재 시리아 서부는 러시아가 지지하는 아사드 정권, 동부는 터키가 후원하는 수니파 반군이 점령하는 상태로 내전이 정리되는 양상이지만 정국이 혼란스러워 정전 협정은 언제든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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