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세전환 최순실의 세 전략 "모략..강압수사..대통령 누명"

윤호진.서준석.김춘식 2017. 1. 17.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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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은 인정, 이유 묻자 "기억 안나"
6시간30분간 "억울하다" 수사 정당성 부정
소추위원 질문엔 "증거 있느냐" 따져 묻고
대통령 변호인엔 "내가 괴물 돼있다" 울먹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을 쏘아보고 있다. 최씨는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증거가 있느냐”며 따지듯 반문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모르는 건 모르는 건데… 전형적인 검찰의 강압수사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인 유도신문에 답하지 않겠습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지난해 10월 말 검찰에 출석하면서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최씨는 이날 세 가지 전략을 준비해 나온 듯했다. 우선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이미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모략·계략·허위라고 주장했다. 고영태씨 등 다른 사건 관계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답변하고 싶지 않다”거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뗐다.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PC 안의 파일에 대해서는 “그게 내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특검 수사는 “틀을 정해 놓은 강압수사”라고 매도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이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최씨의 혐의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답변을 요구할 때였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퇴임 후 미르·K스포츠재단을 운영하려 했느냐”는 질문에 “그분은 그런 분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측근이 나서는 걸 싫어하시는 스타일이다. 제 나름대로는 선의로 남고자 했는데 누명을 쓰신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6시간30분간 이어진 증인 신문 내내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를 출입한 적이 있느냐”는 첫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왜 방문했느냐”고 묻자 “기억이 잘 안 난다”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을 도와주려고 했다. 사생활이어서 말할 수 없다”며 추가 질문을 차단했다.

대통령의 의상을 담당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이 부탁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영태의 강남 의상실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대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고영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도 대답을 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소추위원단 측은 박 대통령 취임 전인 2013년 2월 17일 최씨가 박 대통령,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논의하며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문화 융성은 어때요? 문화 융성”이라고 묻자 최씨는 “문화 체육. 사실은 그건데 너무 센가?”라고 답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웃으며 “너무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역풍 맞아요”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으로 나온 걸 그 부분만 따서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소추위원단 측을 되레 공격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에 ‘VIP(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사업이 87건에 이르는데, 이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증거가 있느냐”며 따져 물었다. 또 소추위원단 측이 “K스포츠재단은 정부 예산을 토대로 사업을 벌이고 그게 더블루K에 쌓이는 구조로 사업을 짠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데에는 “걔네들(고영태 등)이 짠 것이다”며 “이익이 실현된 것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최씨는 “검찰 신문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도신문에 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날 최씨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출렁였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편을 들어주듯 질문하자 울먹이며 “내가 (각종 의혹 때문에) 괴물이 돼 있다. 내 딸도 상처가 깊다. 살아 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국가 최고의 법을 다루는 재판정에서조차 그는 진실을 외면했다.

글=윤호진·서준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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