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7개국, 17세 고교 졸업 후 18세 투표..스위스·체코 등 11개 나라는 '교복 입고 한표'
OECD 국가 중 한국만 19세 투표권
이번 논쟁에서 빠진 부분이 각 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는 어떻게 되느냐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정책본부장은 “선거 연령 문제를 논할 때 고등학생인지 아닌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선거 연령이 만 19세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나머지 33개국은 만 18세가 되면, 오스트리아는 만 16세가 되면 선거를 할 수 있다. 한국은 선거 연령이 높은 국가에 속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고교 졸업 나이를 비교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각국의 학제는 다르다. OECD 교육지표(2016년)에 따르면 일반계 고교를 졸업하는 나이는 영국이 만 16~17세로 가장 어리다.
한국은 초·중·고등학교 12년 과정이다. 반면 학제가 다른 영국은 초등학교 6년, 중등학교에서 5년을 배운 뒤 만 16세에 중등교육수료시험(GCSE)을 본다. 이 시험을 본 뒤 대학입학시험(A-Level)을 준비하기 위해 2년 더 공부할 수도 있고, 사회로 진출할 수도 있다. 최근 추세는 영국에서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A-Level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학생들은 한국으로 치면 고교생 신분이라 ‘교복 입고 투표한다’는 논란에선 영국도 자유롭지는 않은 셈이다. 하지만 2년 과정을 거치지 않고 GCSE를 치른 뒤 바로 사회로 진출하는 경우는 고교생 신분이 아닌 채로 2년 뒤인 만 18세에 투표권을 얻는다.
OECD 교육지표에 일본·미국 등 7개국은 평균 만 17세에 고교를 졸업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 국가의 선거연령은 만 18세이기 때문에 대체로 고교 졸업 후 투표권을 갖는다는 말이 된다. 이 중 일본은 한국과 소학교·중학교·고등학교 12년으로 학제가 같다. 평균 고교 졸업 연령이 한국보다 1년 빠른 건 신학기가 시작되는 매년 4월 1일, 만 6세부터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생일이 빠를수록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투표권을 갖는 경우도 많다. 일본 신문의 한 서울 특파원은 “일본에서는 2015년 선거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며 “당시 교실에 방해가 된다는 논란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논쟁이 크게 벌어지는 건 대학 입시를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5개 회원국 중 총 15개 국가가 한국보다 고교 교육을 마치는 연령이 빠르지만 체코·스위스 등 11개 국가는 만 19~20세에 고교를 마친다. 이들 11개 국가에선 고교 시절인 만 18세에 투표를 해 ‘교복을 입고 투표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다.
현재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특히 선거 연령 인하에 적극적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선거 연령) 19세는 아주 부끄러운 것”이라며 “북한도 (선거 연령이) 17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5년제 소학교를 마치고, 한국의 중·고등학교를 합한 개념인 중학교를 6년간 다닌 뒤 졸업하는 나이는 만 17세 정도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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