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리포트] 틈틈이 해외여행, 호텔서 휴식..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래요

윤재영 2017. 1. 17. 01: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일보다 오늘 ‘욜로족’ 그들은
“이대론 안 되겠어. 직장 관두고, 적금을 깨서라도 어디론가 떠날래.”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찰 만한 소리다. ‘아껴야 잘 산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참자’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던 까닭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오늘을 즐기자’는 생각은 쉽게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2030 세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른바 ‘욜로(YOLO)족’이 대표적이다.

‘욜로’는 영어 ‘You Only Live Once(당신의 삶은 오직 한 번뿐)’의 약자다. 가격보다 자기만족, 미래보다 현재를 우선하는 소비 성향을 뜻한다. 삶을 살찌우는 모험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속성도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욜로’를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꼽았다. 언뜻 미래를 방관한 채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욜로족이 택한 삶의 방식에는 그 나름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욜로족 4인의 변론을 들어봤다.

※욜로족과의 인터뷰를 그들이 쓴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20대를 일만 하며 보낼 순 없잖아요
#2016년 10월 이현주(28·여)씨의 일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천욕을 즐기고(왼쪽) 뉴욕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현주씨.
여기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 앞이다. 연차를 모아 혼자 3박4일 여행을 왔다. 올해 세 번째 해외여행이다. 2014년 9월 직장에 사표를 던질 때만 해도, 몇 년간 모은 적금 1000만원을 깨 무작정 유럽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엄마가 “다시 생각해보라”며 말렸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행복해지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지금 나는 자유롭다. 나중에 사진을 보며 ‘스물일곱 살의 나는 참 행복했다’고 떠올리겠지.#
서울의 한 패션회사에서 일하는 이씨의 첫 해외여행은 3년 전 가을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해 대기업으로 이직했지만 불행했다. 문득 ‘나중에 20대를 돌아보면 일한 기억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표를 던지고 적금을 깨 유럽으로 갔다. 주변에선 “후회 할 거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그때의 모험이 이씨의 인생관을 바꿨다. 무엇보다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달 후 귀국해서는 바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면접관은 “얼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보인다”고 했다.
변리사 사무소를 나와 세계여행 떠난 김태훈씨. 칠레 아타카마 사막(왼쪽)과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지금도 이씨는 월급의 3분의 1을 여행자금으로 모은다. 연차가 쌓이면 이를 털어 3개월에 한 번꼴로 해외에 나간다. “젊었을 때 돈을 모아야 한다”는 부모님을 안심시키려 생활비를 아껴 저축도 한다. 그는 “여행을 다녀오면 내가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지금 아니면 이런 경험을 못 하니 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 같은 청춘은 많다. 여행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김태훈(32)씨는 지난해 초 변리사 업무를 접고 6개월간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창업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SNS 페이지 ‘청춘들의 여행 이야기’에는 사표를 쓰거나 휴직한 채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일주일에 2~3편꼴로 올라온다.

좋아하는 물건 사는 기쁨 모를 걸요
#2016년 11월 강혜영(27·여)씨의 일기
강혜영씨가 갖고 있는 라이언 인형 4개(위)와 라이언 제품으로 가득 찬 강씨의 사무실.
오랜만에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강남역에 생긴 ‘카카오프렌즈숍’(다음카카오에서 만든 캐릭터 물품을 파는 가게)에 가기 위해서다. 나는 ‘라이언’(다음카카오에서 만든 캐릭터 이름) 덕후다. 동그란 얼굴에 까만 일자 눈썹, 무표정한 얼굴이 너무 귀엽다. 30분 줄을 서 들어간 가게에는 없는 게 없었다. 방석, 섬유향수, 컵, 핸드폰 충전기…. 쇼핑 바구니에 몇 개 담다 보니 10만원은 금방이다. 라이언 마카롱(3000원)과 라이언 컵케이크(5000원)도 사먹었다. 솔직히 맛은 없었지만 행복했다. 집에 가면 엄마가 “돈 아까운 줄 모른다”고 잔소리할 테지만 엄마는 모른다. 라이언에 쓰는 돈보다 내 행복이 더 크다는 걸. 의식주만큼이나 취미생활이 중요하고, 라이언은 내 삶의 낙이란 걸.#

경남 마산의 중소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강씨는 월급의 20% 정도를 ‘라이언’에 쓴다. 캐릭터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만 해도 1만2000원으로 여느 제품의 두 배 정도다. 하지만 강씨는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좋아하는 물건을 사서 만족하며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강씨가 유별난 건 아니다. ‘카카오프렌즈숍’은 2015년 3분기부터 2016년 3분기까지 분기당 매출이 평균 66% 늘었다.


하루를 살아도 품격 있게 살아야죠
#2016년 1월 김선영(34·여)씨의 일기

10평 남짓한 신혼 전셋집 인테리어가 끝났다. 200만원을 들여 벽지와 장판을 새로 했다. 현관문도 갈아 끼웠다. 직접 시트지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했다. 반대가 많았다. 시댁은 “왜 남 좋은 일 시켜 주느냐”고 성화였고, 친정도 “그 돈 아껴서 네 집 생기면 꾸미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 안 올 신혼생활 아닌가. 남편과 꿈꿨던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우린 여기서 카페놀이도 하고 홈파티도 하면서 2년을 보낼 계획이다.#

경기도의 중소 여행사에서 일하는 김씨의 인생관은 ‘하루를 살더라도 품격 있게 살자’는 것이다. 전셋집 인테리어를 결심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다. 김씨는 “결혼 전 내가 예쁜 가구를 갖고 싶어하면 부모님은 항상 ‘지금 것도 멀쩡한데 왜 새것을 사느냐’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행복을 자꾸 뒤로 미루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출판사 미호가 2012년, 2015년에 각각 1, 2권을 펴낸 책 『전셋집 인테리어』는 지금까지 5만 부가 팔려나갔다.


돈은 잘 놀고 쉬기 위해 버는 거죠
#2016년 9월 이호준(37)씨의 일기
이호준씨는 쉼표가 필요할 때면 호텔을 찾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침대에서 뒹굴며 하루를 보낸다.
하루 시작부터 너무 피곤했다. 이런 상태로 일하는 건 무의미했다. 점심 때 반차를 냈다. 타임커머스(예약 마감이 다가올수록 가격을 낮춰 파는 판매 방식) 호텔 예약 앱에 접속했다. 마침 서울 역삼동 한 호텔에 빈방이 있었다. 거기서 사우나도 하고 뒹굴며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자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가 생겼다.#

서울의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이씨는 ‘지금’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타임커머스 앱을 즐겨 찾는다. 예약 없이 당장 호텔을 이용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집에서 쉬지 왜 호텔에 가느냐’는 눈총도 있다. 그러나 ‘돈은 놀고 쉬려고 버는 것’이라는 게 이씨의 노동관이다. 이씨는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 때문에 현재를 과도하게 포기하는 건 비합리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2013년 본격 등장한 호텔 타임커머스 앱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거래액 1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사진 본인 제공, 중앙포토]

[단독] 김종인 "왜 반기문과 결부시키나, 기분 나쁘게"

최순실, 대통령 변호인에 "내가 괴물 됐다"며 울먹

공무원이 박봉? 평균 연봉, 상위 14% 수준…연금은

반기문 "설 지나 입당…홀로 하려니 금전부터 빡빡"

"1100억대 뇌물사건" 대통령 겨눈 4개의 칼날보니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