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공연되는 한국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영상 없애고 운율 살려 詩的 재구성

도쿄=장지영 기자 2017. 1. 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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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도호와 호리프로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이 작품은 한국의 충무아트센터와 왕용범 프로덕션이 제작한 동명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구입한 뒤 일본 스태프와 배우를 기용해 만든 것이다. 도호 제공

지난 14일 일본 도쿄 닛세이 극장. 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도호와 호리프로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무대에 올랐다. 이타가키 교이치가 연출을 맡았으며 인기배우 가키자와 하야토, 가토 가즈키, 오토즈키 케이, 하마다 메구미 등이 출연했다. 지난 8일 개막한 이 작품은 빈 좌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공연 뒤 기립박수가 터져나올 만큼 열띤 반응을 이끌었다.

이 작품은 바로 2014년 서울에서 초연된 동명의 한국 창작뮤지컬을 일본 버전으로 선보인 것이다. 원작의 대본과 음악만 구입했기 때문에 일본 버전은 한국 버전과 조금은 다르다. 우선 영상을 활용하면서 화려한 무대세트를 선보인 한국 버전과 달리 영상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상징적인 무대를 구현했다. 한국 버전은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던데 비해 일본 버전은 드라마가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두 주인공인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앙리 뒤프레의 우정이 강조된 것이 눈에 띈다. 일본어로 번역된 가사는 좀 더 시적이며 운율을 살렸다.

연출가 이타가키 교이치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되고 재해석됐다. 왕용범씨의 ‘프랑켄슈타인’은 우정과 기억이라는 테마가 강조된 것이 흥미로웠다. 프랑켄슈타인이 친구인 뒤프레를 괴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판의 경우 뒤프레가 프랑켄슈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장면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대사가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사랑은 비를 타고’ ‘빨래’ ‘블랙 메리 포핀스’ ‘셜록 홈즈’ 시즌 1·2, ‘빈센트 반 고흐’ 등이 일본에 판권이 팔려 공연된 적 있지만 도쿄에서 1000석 이상의 대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프랑켄슈타인’이 처음이다. 게다가 일본 뮤지컬계의 메이저 회사들이 직접 제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호 프로듀서인 시노자키 유키는 “한국에서 수많은 상을 받은 ‘프랑켄슈타인’이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라이선스 구입을 타진했다”며 “도쿄 공연은 대부분 매진됐을 정도로 관객 반응도 호평 일색”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 공연은 2011년 엔터테인먼트 회사 쇼치쿠가 ‘궁’과 ‘미녀는 괴로워’를 선보이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또 다른 회사 아뮤즈가 전용극장을 만들어 한국 뮤지컬을 1년간 공연하면서 ‘한류 뮤지컬’ 붐이 부는 듯했다. 2013년에는 무려 한국 뮤지컬 18편이 공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가 나오지 않는 작품들의 잇단 흥행 실패, 지나치게 높은 티켓 가격 등이 문제가 되면서 일본에서 한류 뮤지컬의 거품도 빠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일관계까지 악화되면서 지난 2년간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호리프로 프로듀서인 모리 히로미치는 “K팝스타를 내세워 일본에서 공연됐던 한국 뮤지컬의 경우 스타 마케팅에 전적으로 기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본의 뮤지컬 관객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라이선스를 구입해 제작하는 경우엔 작품 자체로도 평가받을 수 있으며 일찍부터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양국 제작사가 처음부터 공동으로 뮤지컬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오는 29일까지 도쿄에서 공연된 후 2월 2∼5일 오사카 우메다예술극장, 2월 10∼12일 후쿠오카 캐널시티극장, 2월 17∼18일 아이치 아이치현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프랑켄슈타인’의 대본 및 연출을 맡았던 왕용범씨는 “일본에서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덕분에 도호에서 올해 내가 준비 중인 신작 ‘벤허’에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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