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이권 개입 대보라" 안종범 "비선실세 인정 건의 묵살"

김민경 2017. 1. 1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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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헌재 출석한 최순실·안종범 '대조'

최순실, 박대통령 담화·답변서 판박이
문건유출 "연설문 감성적 표현만 봤다"
미르·케이재단 "국위 선양하려 만들어"
불리하면 "억울하다""지금 누명 썼다"

안종범 "대통령이 재단출연금 지시" 증언
지난해 10월20일 대수비 대통령 발언 관련
"비선실세 언급하자 건의했으나 반영 안돼"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 출석을 거부하는 가운데 16일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을 대신해 탄핵 소추 사유를 부정했다. 6시간 동안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최씨는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과 당당하게 맞서거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이 미르·케이 재단 모금과 개별 기업들의 과제 해결에 ‘전방위’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한 최씨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대리인의 답변서와 궤를 같이하면서 “대통령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적극 보호에 나섰다. 최씨는 먼저 대기업의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과 삼성·롯데의 추가 지원 등은 뇌물이 아니라 문화·스포츠 융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설립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최씨는 “대통령께서 돈 없고 힘든 학생들을 올림픽에 내보내 국위를 선양하고자 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며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때니까 (문화융성이 중요하다는) 강력한 의지를 들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삼성과 롯데의 청탁을 받고 재단 출연금과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것도 부정했다. 최씨는 “삼성그룹 합병은 지금 설명을 들어도 모를 것 같다. 삼성에 아는 사람도 없고, 정유라가 탈 말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케이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지원에 대해서도 최씨는 “검찰 수사나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대통령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도 재단 출연과 관련해 ‘공적인 사업’, ‘기업의 선의의 도움’을 강조한 바 있다.

최씨는 청와대 문서유출과 지인의 공무원 임명 등 ‘국정농단’도 부인했다. 최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메일과 인편으로 문서를 보내와 수정해 보낸 적은 있다”면서도 “(고위 공직자) 인사안은 모르겠고 연설문의 감성적 표현만 봤다”고 말했다. 이는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다”는 박 대통령의 해명과도 일치한다. 박 대통령에게 지인을 추천해 공무원으로 임명한 부분도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이력서를 준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판단하고 검증을 거친 다음에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 최씨는 대통령을 통해 사익을 추구했다고 지적하는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에게 “어떤 이권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며 “정부로부터 어떤 이권도 받은 적 없고 대통령도 그런 분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케이디(KD)코퍼레이션과 현대차의 납품 계약을 강요했다는 혐의도 ‘유망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대통령이 유망 중소기업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케이디코퍼레이션의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 전달했다”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대통령이 받아들였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때론 목소리를 높이고 때론 울먹이며 증언의 강약을 조정했다. 국회 대리인인 이용구 변호사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운영에 개입했는지 묻자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굉장히 의도적인 질문이다. 정말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씨는 “검찰과 특검 수사가 너무 강압적이라서 사람이 거의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특검도 못 나가고 있다”며 특검과 검찰에도 날을 세웠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들은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한국체대 선후배인 그들(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이 기획하고 저한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떠넘기거나, 이승한 미르재단 전 사무처장한테도 “(5억을 주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며 울먹였다.

최씨는 틈틈이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국익에 일조하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대통령을 지켜드려야 해서 남아 있었을 뿐 사익을 취하려 하지 않았다”며 “저 나름대로는 충신으로 남고자 했는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한 마음”이라며 재차 울먹였다.

한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이날 오후 6시25분께부터 밤 11시 넘어까지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7개 기업 총수들과 개별 면담한 뒤 구두로 ‘현대차 30억+30억', ‘씨제이(CJ) 30억+30억'이라며 재단 출연금을 지시했고, “다른 기업들도 이에 준해서 받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 지시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의 사면을 정당화하는 자료를 검토하고, 롯데가 케이스포츠재단에 낸 70억을 반환했다고 안 전 수석은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단독 면담 전에 ‘현 정부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 희망’이라는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은 맞지만 “해당 자료를 삼성에서 받지 않았다”며 대가성은 부인했다.

특히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선실세 이야기를 하자고 (자신이) 건의했지만 담화에서 반영이 안됐다”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최순실씨를 거명하지 않았다. 그는 미르·케이재단의 임원진들이 재단 설립 전 대부분 내정사실을 알고 있어 2015년 비선실세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게 됐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은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비선실세 있는 것 아니냐, 요즘도 정윤회를 만나냐고 물었”지만 정 비서관이 “비선실세는 없다. 안 만난다”라 했다고도 증언했다. 김민경 김지훈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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