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모금 직접 나선 박근혜, 우병우와 '은폐회의'

안홍기 2017. 1. 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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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5차 변론] 안종범, 수첩 기록 대부분 시인

[오마이뉴스 글:안홍기, 편집:김예지]

▲ 헌법재판소 진술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는 안종범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출연액수, 재단 이사·감사·사무총장 등 인선 내용도 직접 알려주며 설립에 관여했다고 안종범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 전 재단설립 관련 자료를 챙겼고, 최태원 SK 회장 특별사면을 결정한 뒤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수석은 검찰에 압수된 자신의 업무수첩을 직접 작성했고, 주로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수첩 기록 내용에 기반한 국회 측 증인신문에서 안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7월 25일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을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 면담에서 활용할 발언 참고자료, 소위 '말씀자료'를 작성할 당시 대통령이 별도로 지시한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은 "말씀자료는 경제수석실 내에서 통상 작성해서 올려드린다. 대통령님이 따로 주문한 것은 문화체육재단과 관련해 말씀하시겠다는 것이었고, 그 부분만 따로 정리해서 올려드렸다. 나머지 내용은 통상적으로 하던 대로 올려드렸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이 말한 '문화체육재단'은 당시 설립을 준비하고 있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말한 것이다.

또 이 때 '말씀자료'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즉 삼성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었다고 안 전 수석은 인정했다. 합병은 이미 이뤄진 뒤였다. '박 대통령이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해서 해당 내용이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안 전 수석은 "전혀 아니다. 담당자가 현안을 정리한 것이고 삼성 쪽에서 자료를 받아서 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총수 만난 대통령, 출연 금액 약속 직접 받았나?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 권우성
안 전 수석은 또 2015년 7월 24·25 양일간 박 대통령이 현대차·CJ·SK·삼성· LG·한화·한진 등 7개 대기업 그룹 총수를 면담한 뒤 '미르재단 300억' 'K스포츠 300억' 등 대기업 출연금액을 전국경제인연합에 얘기한 게 아니냐는 증인신문 내용을 인정했다.

이 대기업 총수 면담 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 각 대기업 출연금액을 직접 말해주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수석은 '현대차 30억 + 30억. (총)60억', 'CJ 30억 + 30억'이라고 적은 수첩 내용이 박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적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다른 기업에 대해 금액을 적지 않은 것은 다른 기업도 그에 준해서 하기로 했기 때문에 따로 말하진 않은 것이라고 안 전 수석은 인정했다.

2015년 10월 21일 수첩에 기재한 '미르재단 - 용의 순수어' 등의 내용과 관련,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 전화를 통해 '미르'라는 재단 이름을 처음 말하고 재단 임원진 명단도 직접 불러줬다고 안 전 수석은 인정했다. 또 후에 임명된 이성한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사무총장 내정자'라고 박 대통령이 직접 알려줬다고 인정했다. 미르재단은 10월 27일 설립됐고 이 사이에 삼성의 125억 원 등 대기업의 재단 출연이 이뤄졌다.

2015년 12월 26일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유네스코 사업'을 위해 더플레이그라운드 등 세 군데를 연결해 추진하라는 지시 내용이 있다. 더플레이그라운드는 최순실씨가 차명으로 주식 70%를 보유한 광고회사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전화를 해 UN에서 소녀들의 건강을 위한 주제로 연설한 게 있으니 이행하는 차원에서 미르재단과 부처들이 TF를 만들어서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2월 1일 유네스코 본부에서 특별연설을 했다. 정부는 관련 사업으로 'K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공기업과 최순실 회사 연결 지시, K스포츠 이사장 월급 인상도 챙겨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업체인 더블루케이에 일감을 주는 일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그랜드레저코리아(GKL)은 휠체어 펜싱팀을 창단하면서 더블루케이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GKL과 더블루케이를 연결을 시켜주라고 해서 GKL에 연락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의 설립과 운영도 꼼꼼히 챙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2016년 1월 13일로부터 약 한 달 전인 2015년 12월 11일 자 안 전 수석 수첩에는 미르재단과 마찬가지로 운영진 내정 내용이 등장한다. 12월 20일 박 대통령이 전화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으로 정동구 이사장과 정현식 감사 등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안 전 수석에 직접 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월 23일 수첩 기재 내용에는 'K스포츠를 인재양성소로 활용하라, 사무총장을 김종 (문화체육부) 차관에 연결시켜주라'는 지시 내용도 등장한다. 2월 26일 수첩 내용에는 'K스포츠 이사장의 월급이 적은데 현실화시켜주라'는 내용도 나왔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지시한 건 아닌 것 같다 연락을 해서 어떻게 하라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박근혜·우병우·안종범·김성우 모여 '전경련 주도로 정리'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나타난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르·K재단 설립에 대한 의혹이 보도되고 있던 시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여해왔다는 걸 은폐하기 위해 박 대통령 본인을 포함한 대통령실 수뇌부가 모여 의논한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1) 모금: BH 주도 × → 재계+BH 
2) 인사: BH 개입 × → BH 추천 정도
3 )사업: BH 주도 × → BH 행사에 참여

2016년 10월 12일 기록은 박근혜 대통령,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안종범 당시 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회의한 내용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은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개별면담을 통해 실질적으로 결정된 것인데, 그런 내용으로 밝힐 수는 없다. 2015년 2월 메세나협회 창립 20주년 오찬과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기업 간담회 등 두 차례의 전경련 전체회의를 통해 대기업 회장들이 공감대를 형성, 전경련 주도로 모금한 것으로 해명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이 회의에서 자신이 '비선실세를 인정하자'고 박 대통령에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안 전 수석은 증언했다.

그 뒤인 10월 20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동안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경제단체 주도로 설립된 두 민간재단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며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재계 총수 사면에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안 전 수석 증인신문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 8일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전화해 '8·15특사 중 재계 총수 사면을 생각하고 있는 곳은 SK인데 국민감정이 안 좋으니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SK에 사면 결정을 알려주라'고 안 전 수석에 지시했고,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특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고,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졌던 2015년 4월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고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 되고 있다"고 이전 정권의 사면을 문제 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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