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추천글 매일 올려야" 인강 '불법 댓글 알바' 반복.. 유명강사 폭로

김성일 2017. 1. 1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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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수학강사 우형철씨 유튜브 영상 캡처

4명이 1개조 편성… 점조직 운영

실시간 이행사항 처리 후엔 보고까지

추적 피하기 위해 우회IP 사용 지시

해당 입시업체 사과문 발표 “관련자 전원 문책”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온라인 강의업체 E사가 조직적 댓글 알바들을 동원해 자신들의 강사 및 강의 내용을 바이럴 마케팅 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명 스타강사로 ‘삽자루’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온라인 수학강사 우형철(53)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E사에 촛불을’이란 제목 아래 1시간 15분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우씨는 E사에서 댓글 알바를 했다는 제보자를 지난 7일 저녁 만났다며,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댓글 공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자세하게 폭로했다.

우씨는 제보자가 과거 자신의 강의를 듣기도 했던 학생으로 댓글 알바를 한 것이 수치스러웠고 많은 학생들을 기만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씨의 말에 따르면 E사는 인문계·자연계 파트에 각각 두 명의 알바를 배정했다. 또 공격조와 예비조로 칭한 지원 인력을 한 명씩 추가해 총 4명이 한 팀을 이뤄 홍보, 교란, 음해 등의 작전을 펼치도록 했다.

같은 팀원끼리도 서로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점조직으로 움직였으며, 모두 가명을 사용했다. 일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계속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 이어졌던 바이럴 마케팅은 E사 직원의 실시간 상황 전달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전개됐다. 

작업지시는 대개 메일로 이뤄졌다. 메일 내용을 확인한 알바는 작업 후 다시 메일로 지시자에게 결과 보고를 해야 했다. 지시자는 그날 댓글을 달아야 할 수험생 커뮤니티 또는 각종 게시판 목록은 물론, 댓글과 꼬리글 등의 구체적 개수까지 정해줬다.

알바들이 처리해야 했던 댓글 중 상당수는 ‘개정 교육과정 철저하게 잘 반영해 가르침’, ‘잘 따라가면 최소 2등급은 충분히 가능해요’, ‘문과면 이만한 강사 없죠’ 등 수학강사로 활동 중인 E사 온라인사업본부 사장에 대한 ‘칭찬 일색’ 홍보글을 포함했다. 사장 추천은 특별히 매일 1회 이상 달아야 하는 일종의 ‘규칙’이었다.

알바들은 홍보글과 동시에 취미글이나 의미 없는 잡담 등을 올려 일반 유저로 위장했다. 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실제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다. 지시자는 발생할지 모를 수사기관의 IP 추적을 모면하기 위해 IP 우회 프로그램인 ‘젠메이트’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개인 계정이 아닌 소모성 계정을 인증 받아쓰는 것도 필수사항이다. 고정된 IP를 사용하지 않도록 피시방 등 공용 와이파이가 나타나는 곳으로 공간을 정해주기도 했다.

우씨는 8일 E사의 본부장급 인사를 만나 제보 자료에 대한 내용을 알리고 문제 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E사 측은 이튿날인 9일 ‘과거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E사는 사과문에서 “바이럴 마케팅과 관련해 기타 여하의 사유를 불문하고 즉각 중단 지시를 했다”면서 “이미 진행된 마케팅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 전부를 문책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사과문에 대해 우씨는 “제 영상을 보면 누가 관련자인지 알 수 있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경찰이 E사 메일 서버를 수사하면 정황이 나올 것”이라며 경찰 수사의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2012년과 2014년 E사와 강의 독점 계약을 맺었던 우씨는 2015년 E사가 불법 댓글 홍보를 했다며 S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E사는 우씨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냈고, 법원은 우씨가 126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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