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속 위기에 처한 글로벌 기업의 이재용

2017. 1. 1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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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공여와 위증,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재벌 총수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지원을 받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의 존재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회삿돈으로 뇌물을 준 것이 횡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자로 판단한 것을 뒤집으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 수수자라는 의미이다. 특검의 이 같은 결론은 현재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최씨는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나와 “어떤 이권이나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과 최씨 독일 회사 간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 후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 204억원 출연 등이 모두 박 대통령과 최씨가 받은 뇌물에 해당한다.

삼성은 주범 격인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없이 이 부회장의 영장이 청구됐다고 반발하지만 박 대통령이 불법을 저지른 증거는 언론에 확인된 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삼성 합병을 불법 지원한 혐의로 이미 구속되기까지 했다.

재벌 총수의 사법처리 때마다 등장하는 경제위기론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매출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불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특검은 “국가 경제보다 정의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벌 비리와 정경유착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경제위기를 이유로 총수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한 탓이 크다.

사회 정의와 국가 경제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기업 비리와 불법이 사라지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져야 기업 가치도 오르고 경제도 좋아진다. 정의 없이는 국가 경제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특검은 SK·롯데·CJ 등 다른 재벌 총수들의 뇌물공여 의혹에 관한 수사도 흔들림 없이 계속해야 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한 뒤 20여일 만에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SK그룹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은 111억원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박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났다. 두 재단에 45억원을 헌납한 롯데는 이와 별도로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CJ는 지난해 이재현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는 두 재단에 13억원을 출연하고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무죄를 다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재상고를 포기해 뒷말이 무성했는데 형이 확정되자마자 특별사면을 받았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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