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판을 흔들 수 있을까

박소희 2017. 1. 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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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귀국에도 지지율은 큰 변화 없어.. 정체성·도덕성 등 과제 산적

[오마이뉴스박소희 기자]

▲ 현충원 방문한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오전 귀국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찾아 참배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바쁘다. 지난 12일 귀국한 그는 쉴 새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말 사이 고향과 천안함기념관을 찾은 반 전 총장은 16일 경상남도 거제시를 거쳐 부산광역시를 찍고 17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다. 같은 날 그는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도 만날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숨 돌릴 틈 없는 일정 속에 '친서민'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국민들에게 구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그의 귀국 후 처음 나온 여론조사(리얼미터 1월 9~13일 실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반 전 총장은 지지율 22.2%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겨우 0.7%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파괴력이 약하다.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과제①] 진보적 보수주의? 알쏭달쏭한 말, 불분명한 정체성

반 전 총장의 귀국효과는 왜 미미할까. 첫 번째 이유는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12일 귀국길에 몇몇 언론사와 한 기내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진보적 보수"로 설명했다. 15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를 찾아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등 안보를 강조한 반면 오는 17일 봉하마을과 팽목항,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 등 야권에 다가가기 위한 일정도 세웠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보수를 넘어 중도와 진보까지 아우르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는 보이지 않는다.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반 전 총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뚜렷한 전략을 못 세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층은 박근혜 게이트 이후 사회가 급변하는 것 아니냐 하는 불안심리가 있는데 반 전 총장은 여전히 눈치 보는 것으로 비친다"며 "반면 진보 쪽은 이 사람이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신뢰할 만한 (반 전 총장의) 발자취가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세력이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문제도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진보적 보수'라는 것은 중도외연을 넓혀보겠다는 판단일 텐데, 그게 가능하려면지지 기반이 알려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 전 총장 주변에 있는 사람이 누구건 옛 정치세력을 업고 있다는 점이 귀국 전부터 너무 명료하게 드러나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반기문 = 새로운 정치세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제②] '인권·약자 보호' 반길 일인데... 보수층은 과연

핵심 지지층인 보수세력의 결집에도 변수가 하나 있다. 반 전 총장이 임기 동안 여러 번 강조해온 성소수자 인권 문제다.

보수층에게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이들의 중심에는 줄곧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반대해온 기독교계가 있다. 이미 데인 정치인들도 있다. 2014년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한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에 공격을 받았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사례다. 2013년에는 성소수자 차별금지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반 전 총장 쪽에서도 기독교 표심을 의식한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12일 TV조선은 그의 45년 지기인 임덕규 전 의원이 "반 전 총장은 동성애 옹호론자가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길에 자신의 '진보성'을 강조하며 성소수자 지지활동을 꼽았다.

"UN 임기를 소화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권익 보호를 강조하자 러시아를 포함해 여러 회원국들이 반발했다. 심지어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움직임이 불거졌는데 더 많은 회원국이 저를 지지해 다행히 부결됐다(1월 12일 귀국행 비행기 기내 인터뷰)."

보수성향 의원들은 이 발언에 약간씩 우려를 표했다. 천주교 신자인 수도권의 한 의원은 "(성소수자 문제는) 가톨릭이나 개신교쪽 표심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를 믿는 또 다른 의원은 "UN 사무총장으로 한 말씀 아니냐"며 "대선주자로서 변한 게 있다면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 "위안부 합의 축하 발언 사과하라" 반기문 입국장에 등장한 피켓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반 총장을 향한 "위안부 합의 축하 발언 사과하라"는 피켓이 눈에 띈다.
ⓒ 남소연
[과제③] 아직 끝나지 않은 '박연차 논란' 검증은 이제 시작

검증 문제도 남아 있다. 당장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제 말에는 조금도 거짓이 없다"며 떳떳해 했고, 최초로 보도한 <시사저널>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 의혹은 시작일 뿐이다. 반 전 총장은 2004~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지만 국회법이 바뀌기 전이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다. 맷집이 키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링에 오른 상황이다. 앞으로 그는 아들 우현씨의 SK텔레콤 특혜 입사 의혹, 동생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의 경남기업 관련 뇌물 수수 논란 등을 해명하고 결백을 밝혀야 한다.

반 전 총장도 피할 생각이 없다. 그는 최근 김홍일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중심으로 법률자문팀을 꾸렸다. 특수부 검사 출신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도 합류했다. 두 사람은 23만 달러 수수설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 관련 의혹들에 적극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이 수많은 질문과 끊이질 않는 의혹, 논란을 넘어서 반 전 총장은 과연 대선판을 흔들 수 있을까. 반풍(潘風)은 아직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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