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긴장의 연속 '소방관 24시', 겨울엔 더 힘겹다

2017. 1. 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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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주말, 불과 이틀 동안 전국에서 300건 넘는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14명이 다쳤고 15억 원 넘는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특히 전남 여수의 수산시장에선 설 대목을 앞둔 상점 100여 곳이 불에 타 상인들의 상심이 큽니다.

◀ 앵커 ▶

공기는 건조하고 전열 기구 사용이 많아지는 겨울.

자연히 화재는 급증하고 그만큼 소방관들도 바빠집니다.

소방관들의 일상부터 보실까요.

박영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계단을 뛰어내려 온 소방관들이 소방차로 달려갑니다.

"하수구에서 불꽃이요!"

급히 달려가 보니, 다행히 담뱃불이 낙엽 더미에 옮겨붙은 정도였습니다.

이번엔 식당 숯 더미에서 난 연기.

"허탕이 아니고 화재가 안 난 게 다행이죠."

언제나 출동할 수 있는 대기 상태, 온종일 긴장의 연속입니다.

[오동광/서울구로소방서 소방사]
"옷은 다 입은 채로 양말까지 착용하고 항상 긴장을 하고 자고 있습니다. 깊은 잠에 들지는 못하고요."

사람들이 도망쳐 나오는 곳으로 오히려 발길을 향해야 하는 소방관.

4킬로그램 무게의 두툼한 방화복, 10킬로그램 나가는 산소통에, 방화모와 구조장비까지 모두 20킬로그램을 등에 짊어진 채입니다.

[김호영/서울구로소방서 소방사]
"사람이다 보니까 좀 힘들 수도 있는데,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수십 번, 수백 번 해온 일이지만 늘 겁이 납니다.

[이준용/서울구로소방서 소방장]
"지하는 공기호흡기를 메고 들어가더라도 흥분이 되고 작업을 또 하다 보면 20-30분 내에 공기가 떨어질 수 있어요. 숨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하 같은 화재가 났을 경우엔 굉장히 긴장이 되고요."

1월부터 3월까지 매달 4천 건 이상, 겨울엔 가을보다 60% 이상 화재가 급증합니다.

[김명중/서울서초소방서 소방사]
"땀이 흠뻑 젖어있는 상황에서 찬 바람을 쐬다 보니까 감기 같은 것에 걸릴 수도 있고요."

◀ 앵커 ▶

한 해 평균 목숨을 잃는 소방관이 6명, 다치는 소방관도 300명이 넘습니다.

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들어야 하는 탓에 난청 환자도 많습니다.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채 예순 살이 안 됩니다.

보상과 처우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의 근무복을 곱게 접어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3년 전 31살 나이로 숨진 고 김범석 소방관.

부산 해운대 쌍둥이빌딩 화재, 서울 노량진 수몰사고 현장.

7년간 1천여 곳의 화재·구조현장을 누볐습니다.

마라톤을 즐길 정도로 건강했지만 갑자기 쓰러져 혈액암 판정을 받았고, 투병 7달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정남/故 김범석 소방관 아버지]
"'최선을 다했던 소방관이란 것을 알려주고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게 해달라' 유언을 하고 갔습니다."

유족들은 화재 현장의 유독가스를 병의 원인으로 봤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보상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정남/故 김범석 소방관 아버지]
"굉장히 섭섭하죠. 유가족들이 어떻게 그런 걸 (인과관계를) 입증을 합니까?"

국가와의 지난한 소송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4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날이면 많게는 20번 넘게 출동해야 했던 황윤상 소방관.

퇴근해 집에 와도 좀처럼 잘 수 없었습니다.

[황윤상/소방관]
"(쉬는 날도) 잠을 2시간 있다 또 깨고… 새벽에 또 출동이 몰려 있어요, 하루는 24시간 밤새고 또 24시간 쉬고 그다음 날 또 24시간을 (근무하고…)"

수면장애, 우울증, 또 참혹한 현장이 자꾸 떠오르는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까지.

당연히 일하다 생긴 병이라 생각했지만 인정받는 데 5년이나 걸렸습니다.

[황윤상/소방관]
"너무 억울한 면이 크니까, 돈이 중요한 것보다…"

[최인창/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단장]
"공무 중에 발병한 질병 관련, 암이나 백혈병, 뇌졸중 뇌출혈… 일반 공무원들하고 똑같은 기준을 갖다 대기 때문에…"

◀ 앵커 ▶

소방관들의 근무시간은 1주에 56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훌쩍 넘깁니다.

위험수당은 월 6만 원.

현장 출동 1번에 3천 원을 더 준다고 했지만,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 앵커 ▶

'정말 열악하다'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래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소방관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0미터 길이의 낡은 소방호스를 잘 풀어 세탁기에 넣고 돌립니다.

씻고 말리고 자르고 꿰매고.

화염과 싸우다 수명을 다한 소방호스가 가방과 지갑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이규동/파이어마커스 대표]
"깨끗해지긴 하지만 흔적들이 지워지지는 않더라고요. 화재 현장을 기억한 제품들이잖아요."

소방호스 가방이 두 개 팔릴 때마다 소방장갑 한 켤레씩 일선 소방관들에게 기부합니다.

알록달록 캐릭터를 새긴 소화기.

가정용 소화기인데, 역시 수익금의 일부를 소방관 돕기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소방관을 돕는 한 재단은 낡은 방화복을 원단으로 가방을 만들어 수익금 전액을 부상 소방관들의 치료 기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홍준성/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본부장]
"노트북 가방이나 백팩, 반지갑 같은 제품을 지금 디자인하고 있고, 암 투병 중인 소방관들을 계속해서 지원해나갈 계획입니다."

◀ 앵커 ▶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들어 소방 장갑을 기부한 젊은 사업가.

사실 아버지가 현역 베테랑 소방관이고, 그래서 소방관에 대한 처우를 잘 알고 있어 이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소방관들을 흔히 영웅이라고 말하지만 그들도 방화복은 무겁고 불 앞에선 겁이 나는, 똑같은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일 겁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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