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48개국 참가 월드컵', 우려와 기대 사이

김동현 입력 2017. 1. 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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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김동현 기자]

국제축구연맹이 오랜 시간 고민해왔던 안건을 가결시켰다.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는 월드컵의 참가국을 48개국으로 확대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축구 팬들은 이 가결을 두고 반기기보다는 두고 보자는 입장을 취했다. 매 차례 우려와 걱정을 표했지만 결국 안건을 통과시킨 연맹에 대한 아쉬움이 담겼다. 물론 그에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연맹을 이루고 있는 인판티노 회장을 비롯한 주요 위원들은 월드컵 참여국 확대에 찬성했다. 결국 염려했던 '48개국 월드컵'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충돌하고 말았다. 48개국 월드컵을 향한 팬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찬성과 반대, 두 입장은 우려와 기대 사이에서 가로에 선 팬들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일,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국제축구연맹은 평의회를 열어 인판티노 회장의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미 과거부터 여러 차례 건의되었던 안건이기에 별다른 저항 없이 만장일치에 성공했다. 이어 이 안의 시행 여부는 멕시코에서 열릴 피파 연례총회로 결정된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48개국 월드컵'은 2026년 월드컵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많은 축구 연맹의 소속국들은 자신들이 월드컵에 출전하길 염원하고 있으며, 이 염원을 이뤄줄 찬스가 바로 참여국 확대다. 특히 '제3국'으로 충분한 본선 티켓을 부여받지 못 했던 아시아와 북중미, 아프리카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48개국 월드컵을 향한 우려와 기대, 그 사이에서 두 입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자.

[긍정적 관점]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을 더 많은 국가가 즐길 수 있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와도 같다. 32개의 국가가 개최국에 모여 새로운 역사를 쓰고, 새기고, 남긴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즐거움의 정의를 느낄 수 있다.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쁜' 표정으로 TV 앞에 앉는다. 자신의 국가가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그 스릴감은 두 배가 된다. 자국 대표 팀을 응원하며 국민들이 하나 되고, 세계가 하나 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자국 대표 팀이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 한 국민에게 '월드컵'이란 남의 축제와 같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이번 본선 참가국 확대안은 32개국에서 16개국이 추가된 48개국에 '축제' 참가권을 부여한다. 더 많은 국가들이 대회에 참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월드컵에 앞서 세계의 많은 축구 대항전 대회들은 계속 참가국, 참가 클럽들을 늘려왔다. 대표적으로 아시안컵과 유로가 4개국으로 대회를 시작해 몸집을 늘려왔다.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만큼 효과도 충분했다. 이들은 대회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국가에서 대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월드컵 참가국의 확대는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많은 국가에서 관심을 갖는 만큼 세계를 향한 축구 대중화의 '뿌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만의 축제'였던 축구 대항전들이 새로운 국가를 품으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막대하다.

경제적인 이득을 고려했을 때도 48개국 월드컵은 합당한 선택지다. 이 안건을 선택할 경우 피파는 52억9000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추가 수익을 얻는다. 게다가 잠재적 수익은 5억 2000만 파운드에 달한다. 전 세계적인 축구 대중화에 경제적 이득까지, 국제축구연맹 입장에서는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48개국 참가'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 FIFA 공식 홈페이지
대표 팀 선수단의 소속 클럽 입장에서도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든다. 대회의 큰 틀은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32일간 대회를 진행하며, 최다 경기가 7경기로 동일하고, 12경기장을 사용하는 방안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조별리그가 2경기로 줄어들기 때문에 소속 클럽의 입장에서 해당 선수의 체력 문제를 해결하기에 좋다.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했던 국가들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성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대한민국이 처음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헝가리에 0-9로 대패했던 시절처럼 첫 출전 국가들이 발전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헝가리에 대등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혹시 아는가, 지금의 태국이 50년 후에 월드컵을 제패할지를.

어쩌면 서서히 축구계가 평준화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필요했던 것이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일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월드컵의 근본적인 목표이자 진정한 목적이다. 계속 출전하던 국가들이 진열장에 우승컵을 수두룩 쌓아두는 것보다는 전 세계적인 축구 성장이 더욱 중시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정적 관점] 월드컵의 수준을 낮추고, 경기의 긴장감이 줄어든다

긍정적 관점은 대부분 '약팀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부정적 관점은 대부분 '강팀의 입장'이다. 강팀의 입장에서는 약팀들의 월드컵 출전이 대회의 수준을 낮춘다고 볼 수 있다. 강팀들은 월드컵 본선을 향하는 과정에서 '높은 시드'를 제외하고는 받는 혜택이 없다. 오로지 본선을 위한 열정이 그들을 이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은 출전권을 부여한다면 예선전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아무리 열정을 갖고 예선을 치러봤자 웬만한 강팀들은 본선에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를 예로 들어보자. 아시아는 본래 4.5장의 본선행 티켓을 소지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무려 8.5장의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 기존의 대회에서는 모든 아시아의 강팀들이 본선에 오르지 못 했다. 대한민국과 일본, 호주가 붙박이로 본선에 올랐지만 경쟁률이 상당했다. 2018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대한민국이 흔들리자 '본선행 적색 신호'라며 위기를 조장했다. 그러나 8.5장의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예선에는 긴장감이 줄어든다.

현재의 '2018 아시아 최종예선' 순위표에 따르면 월드컵에는 대한민국, 이란, 일본,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시리아가 직행한다. 카타르와 이라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생긴다. 시리아가 FIFA 랭킹이 100위권에 해당하는 약 팀이라는 점에서 월드컵 출전에 대한 자격이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회의 수준을 낮추고, 큰 성과 없이 돌아가는 국가들도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본선에서도 경기의 긴장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 대회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상대 팀의 경기 상황을 모르는 양 팀의 경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3국가가 총 16조로 나뉘어 경기를 치르게 되는 48개국 월드컵은 흥미를 낮춘다. 최종 라운드에서 기존의 두 경기가 아닌 단독 경기가 치러지면서 몇몇 조는 관심도가 극도로 하락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단 두 경기로도 탈락 국가가 발생한다. 이는 마지막 라운드의 의미를 퇴색시킬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32강 진출 국가는 두 팀이므로 양 팀은 비주전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켜 시시한 경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 따른 역풍은 항상 함께한다.
ⓒ FIFA 공식 홈페이지
수준의 문제를 떠나, 월드컵이 국제축구연맹의 상업적 용도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으로는 강대국인 중국을 위한 안건이라는 주장도 들려온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주장이다. '축구 굴기'를 앞세워 상당한 축구 정책을 세운 중국이 자국의 발전을 위해 피파와 월드컵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러나 이미 안건을 가결시킨 국제축구연맹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왔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빠른 피드백이 필요하다.

최대한 안건에 대한 잡음을 줄이고, 전 세계의 팬들을 한마음으로 모아야 진정한 월드컵의 목적이 성립될 수 있다. 인판티노 회장의 새로운 도전은 축구계에 화두로 떠올랐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번 만장일치는 중요한 축구사의 한순간으로 남을 수 있다. '48개국 참가 월드컵', 우려와 기대 사이 가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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