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48개국 참가 월드컵', 우려와 기대 사이
[오마이뉴스김동현 기자]
국제축구연맹이 오랜 시간 고민해왔던 안건을 가결시켰다.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는 월드컵의 참가국을 48개국으로 확대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축구 팬들은 이 가결을 두고 반기기보다는 두고 보자는 입장을 취했다. 매 차례 우려와 걱정을 표했지만 결국 안건을 통과시킨 연맹에 대한 아쉬움이 담겼다. 물론 그에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연맹을 이루고 있는 인판티노 회장을 비롯한 주요 위원들은 월드컵 참여국 확대에 찬성했다. 결국 염려했던 '48개국 월드컵'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충돌하고 말았다. 48개국 월드컵을 향한 팬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찬성과 반대, 두 입장은 우려와 기대 사이에서 가로에 선 팬들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일,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국제축구연맹은 평의회를 열어 인판티노 회장의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미 과거부터 여러 차례 건의되었던 안건이기에 별다른 저항 없이 만장일치에 성공했다. 이어 이 안의 시행 여부는 멕시코에서 열릴 피파 연례총회로 결정된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48개국 월드컵'은 2026년 월드컵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많은 축구 연맹의 소속국들은 자신들이 월드컵에 출전하길 염원하고 있으며, 이 염원을 이뤄줄 찬스가 바로 참여국 확대다. 특히 '제3국'으로 충분한 본선 티켓을 부여받지 못 했던 아시아와 북중미, 아프리카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48개국 월드컵을 향한 우려와 기대, 그 사이에서 두 입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자.
[긍정적 관점]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을 더 많은 국가가 즐길 수 있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와도 같다. 32개의 국가가 개최국에 모여 새로운 역사를 쓰고, 새기고, 남긴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즐거움의 정의를 느낄 수 있다.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쁜' 표정으로 TV 앞에 앉는다. 자신의 국가가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그 스릴감은 두 배가 된다. 자국 대표 팀을 응원하며 국민들이 하나 되고, 세계가 하나 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자국 대표 팀이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 한 국민에게 '월드컵'이란 남의 축제와 같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이번 본선 참가국 확대안은 32개국에서 16개국이 추가된 48개국에 '축제' 참가권을 부여한다. 더 많은 국가들이 대회에 참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월드컵에 앞서 세계의 많은 축구 대항전 대회들은 계속 참가국, 참가 클럽들을 늘려왔다. 대표적으로 아시안컵과 유로가 4개국으로 대회를 시작해 몸집을 늘려왔다.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만큼 효과도 충분했다. 이들은 대회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국가에서 대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월드컵 참가국의 확대는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많은 국가에서 관심을 갖는 만큼 세계를 향한 축구 대중화의 '뿌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만의 축제'였던 축구 대항전들이 새로운 국가를 품으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막대하다.
▲ '48개국 참가'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
ⓒ FIFA 공식 홈페이지 |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했던 국가들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성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대한민국이 처음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헝가리에 0-9로 대패했던 시절처럼 첫 출전 국가들이 발전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헝가리에 대등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혹시 아는가, 지금의 태국이 50년 후에 월드컵을 제패할지를.
어쩌면 서서히 축구계가 평준화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필요했던 것이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일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월드컵의 근본적인 목표이자 진정한 목적이다. 계속 출전하던 국가들이 진열장에 우승컵을 수두룩 쌓아두는 것보다는 전 세계적인 축구 성장이 더욱 중시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정적 관점] 월드컵의 수준을 낮추고, 경기의 긴장감이 줄어든다
긍정적 관점은 대부분 '약팀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부정적 관점은 대부분 '강팀의 입장'이다. 강팀의 입장에서는 약팀들의 월드컵 출전이 대회의 수준을 낮춘다고 볼 수 있다. 강팀들은 월드컵 본선을 향하는 과정에서 '높은 시드'를 제외하고는 받는 혜택이 없다. 오로지 본선을 위한 열정이 그들을 이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은 출전권을 부여한다면 예선전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아무리 열정을 갖고 예선을 치러봤자 웬만한 강팀들은 본선에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를 예로 들어보자. 아시아는 본래 4.5장의 본선행 티켓을 소지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무려 8.5장의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 기존의 대회에서는 모든 아시아의 강팀들이 본선에 오르지 못 했다. 대한민국과 일본, 호주가 붙박이로 본선에 올랐지만 경쟁률이 상당했다. 2018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대한민국이 흔들리자 '본선행 적색 신호'라며 위기를 조장했다. 그러나 8.5장의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예선에는 긴장감이 줄어든다.
현재의 '2018 아시아 최종예선' 순위표에 따르면 월드컵에는 대한민국, 이란, 일본,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시리아가 직행한다. 카타르와 이라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생긴다. 시리아가 FIFA 랭킹이 100위권에 해당하는 약 팀이라는 점에서 월드컵 출전에 대한 자격이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회의 수준을 낮추고, 큰 성과 없이 돌아가는 국가들도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 새로운 도전에 따른 역풍은 항상 함께한다. |
ⓒ FIFA 공식 홈페이지 |
최대한 안건에 대한 잡음을 줄이고, 전 세계의 팬들을 한마음으로 모아야 진정한 월드컵의 목적이 성립될 수 있다. 인판티노 회장의 새로운 도전은 축구계에 화두로 떠올랐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번 만장일치는 중요한 축구사의 한순간으로 남을 수 있다. '48개국 참가 월드컵', 우려와 기대 사이 가로에 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부하 걸린 축구선수, 이렇게 완벽해야 하나
- 부산 봉지테러에, '평화의 소녀상' 작가가 저작권법 칼 빼든 까닭
- [단독]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오늘 공수처 조사... '이정섭 수사' 주목
- "여자는 되고 남자는 안 되냐"는 질문에 답한다
- 김건희 여사, '외교 리스크' 됐다
- 아일릿은 뉴진스의 표절작?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 MBC 바이든-날리면 중징계 때린 날, '물타기' 설명자료 낸 방심위
- "축구도 하고 친구도 만났는데... 서울시의회는 왜 이러나"
- 가자 지구서 암매장 시신 수백구 발견... "이스라엘 답해야"
-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