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 130원 미국 계란.. 한국과는 뭐가 다를까

고은경 입력 2017. 1. 16. 17:14 수정 2017. 1.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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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도 대부분의 산란계 암탉들은 A4용지보다 좁은 공간에서 알을 낳는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아이오와주 수입산 2500만개 21일 국내 시판

닭장에서 대량 달걀 생산은 국내와 매한가지

美도 풀어키운 닭이 낳은 달걀은 2배 이상 비싸

이르면 21일부터 한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될 미국산 달걀은 설 연휴 이전까지 총 2,500만개가 풀릴 예정이다.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 농장에서 수입한 것으로 국내 90%이상을 차지하는 갈색과는 다른 흰색이다. 아이오와주는 미국 내에서도 산란계 암탉을 가장 많이 기르는 주로 꼽힌다.

국내 소비자들이 갈색 달걀을 선호하는 것은 1980~1990년대 국내 달걀 유통업체들이 갈색을 토종 달걀이라고 마케팅을 벌였기 때문이다. 갈색 계란의 껍데기 두께는 평균 0.6㎜, 흰색은 0.4㎜로 흰색 달걀이 유통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가공하는 게 수월해 가공품 생산 시엔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또 흰색 달걀의 노른자가 갈색보다 약간 더 크지만 영양 측면에선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국인들은 연간 1인당 254개의 달걀을 먹는다. 미국 계란 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보다 조금 많은 263개의 달걀을 소비한다. 미국 내 가격은 개당 평균 130원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발생 이전 국내 가격인 193원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번에 판매되는 아이오와주 달걀은 국내에 개당 300원에 팔린다. 현지 원가(110원)에 공항까지 가는 운송비(60원),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항공운송비(50% 지원시 76원), 국내 유통비(56원) 등이 더해진 가격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함께 닭장을 층층이 쌓아 대규모로 달걀을 생산하는 감금틀(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주로 해왔다. 두 나라 모두 닭 한 마리 당 사육공간은 A4용지보다 작은 0.05㎡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은 국내보다는 동물복지 방식으로 달걀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암탉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두는 닭장을 퇴출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 산란계 시장을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원인으로 꼽히는 ‘평사(케이지.cage free) 사육이 닭의 스트레스 증가와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미국은 주별로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부터 밀집사육을 금지해 많은 양계업자들이 새 시설을 짓거나 사육규모를 줄였다. 메사추세츠도 국민발의투표로 주내 팔리는 달걀의 경우 수입하는 달걀들까지 케이지 프리 사육 달걀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로 수입된 달걀을 생산하는 아이오와주 내 대형 양계업체들은 케이지 프리 사육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맥도날드, 스타벅스, 디즈니, 캠벨 수프, 월마트 등 160개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오는 2025년까지 케이지 프리 달걀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미국의 케이지 프리 달걀은 국내 동물복지 인증 달걀과는 다르다. 미국의 케이지 프리는 밀집 사육보다는 환경이 좋지만 단순히 감금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뿐 동물복지 기준까지 충족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미국 내 케이지 프리 달걀이 전체 생산량의 8%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반면 국내 동물복지 인증 달걀은 1%대도 채 되지 않는다.

국내 동물복지 인증 달걀이 일반 달걀보다 최소 30%이상 비싸기 때문에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미국 내에서도 케이지 프리 달걀 가격은 일반 달걀 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부터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Care2.com

한편 미국 내에서는 케이지 프리 달걀이 닭의 복지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는 케이지에서 나온 닭들도 대부분 빛을 보지 못하거나 밖에 나갈 수 없고 다단식 사육시설에서 길러진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케이지 프리 달걀보다는 닭들이 실외로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사란(Free range egg)을 구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표> 한국과 미국의 달걀 생산기준 비교
한국 미국
산란계 수 7,104만 마리
(2016. 4분기 기준)
2억8,000만 마리
동물복지 달걀 생산 비중 1% 추정 12.5% (유기농 4.7%, 케이지프리 7.8%) (2016년 9월 기준)
평균 개당 가격 약 193원 (AI발생일 11월 16일 기준) 현 300원 약 130원(12개에 1.32달러)
1인당 평균 소비량 254개 263.2개 (2016년 10월 기준)
케이지 크기 0.05㎡/마리 0.043~0.055㎡/마리
특징 -90%가 황색달걀
-5만마리 이상 대형농장 생산량 34.5% 차지
-90%가 흰색달걀
-5개 주가 56%의 암탉 보유

자료: 농림부, 통계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미국농업연구청(U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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