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영칼럼] 거짓말쟁이 판치는 사회

홍기영 입력 2017. 1. 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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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숨기거나 남을 속이는 거짓말은 꼭 대가를 치른다. 미국 영화 ‘라이어 라이어’에서 플레처 리드(짐 캐리 분)는 거짓말쟁이 변호사다. 그는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밥 먹듯 거짓말을 한다. 그의 거짓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아들의 생일파티에 꼭 오겠다고 약속한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아들은 “아빠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기도한다. 놀랍게도 아들의 생일 소원은 이뤄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직한 말만 튀어나오자 플레처가 맡은 소송은 엉망진창이 돼버린다.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동화의 주인공,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 몇 년 전 ‘피노키오 증후군’ 환자가 방송기자가 되는 스토리를 다룬 국내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이 앓는 가상의 병은 거짓말을 하면 바로 딸꾹질을 하는 증상이다. 거짓말을 바로잡아야만 딸꾹질이 멈춘다. 이 드라마는 진실 보도에 충실해야 하는 기자의 거짓말이 대중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위험하다는 점을 경고한다.

신약성서에선 그 유명한 베드로의 거짓말이 나온다. 예수가 붙잡혔을 때 제자들은 뿔뿔이 달아났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 모른다고 할 것이다.” 예수의 말씀대로 베드로는 “당신은 예수의 제자가 아니냐?”는 대제관 하인들 질문에 “나는 그 사람을 모릅니다”라고 세 차례 강하게 부인했다. 뒤늦게 그는 자신의 거짓말을 후회하면서 펑펑 울었다. 위기를 모면하기 급급했던 자신의 나약함을 통회하고 반성한 것이다.

병적인 거짓말쟁이도 있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미국 여류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된 의학 용어다.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한다.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감쪽같은 거짓말을 해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야 만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이는 행위를 뜻한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알린 데서 유래했다. 장두노미(藏頭露尾)는 꿩이 머리를 숨기려 하지만 긴 꼬리는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장폐천(以掌蔽天)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를 뜻하는 고사성어다. 우리 속담엔 얕은 수단으로 남을 속인다는 의미의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도 있다.

거짓말은 표가 난다. ‘한국인의 거짓말’ 저자 김형희 한국바디랭귀지연구소장의 연구는 흥미롭다. 남녀 사이 거짓말 태도가 다르다는 것. 남자는 △눈동자 좌우 이동 △눈 깜빡임 △침 삼키기 △의미 없는 소리 △몸 앞뒤로 움직이기 같은 단서가 거짓말 탐지기처럼 나타났다. 하지만 여자는 △미소 △무표정 △목소리 톤 △입술 움직임 등 표정의 변화를 보였다. 그리고 △코를 만지거나 △안면 비대칭 △입술 꽉 다물기 △일부 질문 반복 같은 신호는 남녀 간에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모른다. 만난 적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 진술이 난무했다. 고위 공직자, 교수, 의사, 모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거짓 증언에 나섰다. 게다가 피고들은 조직적 증거 인멸과 은폐로 맞섰다. 혐의 내용을 일체 부인하고 선택적 기억 거부, 시간 끌기 전략으로 진실을 덮으려 한다. 특검은 태블릿PC, 청와대 비서진의 통화 녹음 파일과 업무수첩 등 물증을 다수 확보했다. 사법부의 책무는 막중하다.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으로 사건의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심 부재, 윤리 실종, 도덕불감증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2호 (2017.01.18~01.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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