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패신저스 | 스펙터클한 미래 우주 로맨스의 환상美

입력 2017. 1.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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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SF/ 모튼 틸덤 감독/ 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출연/ 116분/ 1월 4일 개봉/ 12세 관람가
동면 상태로 120년 거리에 있는 다른 은하계, 다른 행성으로 간다. SF적 상상력이 발현된 이후, 언제나 인류를 흥분케 했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우주여행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부터 봐왔던, AI가 우주선을 조종하고, 깨끗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비행기 내부, 그리고 미지의 곳을 향해 가는 인류야말로 달 착륙 이후 인류가 부단히 꿈꿔온 미래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패신저스’는 그런 미래상에서 출발한다. 엔지니어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 분)은 더 이상 엔지니어가 필요치 않은 지구를 떠나 신대륙을 향한다. 뭔가 새롭게 개발하고 건축해야 하는 신행성에서 엔지니어야말로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오로라(제니퍼 로렌스 분)는 작가다. 작가는 무릇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해봐야 그 특별한 경험으로 글을 쓴다고 믿는 그녀는, 특별한 체험을 위해 아발론호에 올랐다.

문제는 운석과의 충돌로 인해 짐 프레스턴의 동면기에 이상이 생겨 그만 너무 빨리 깨어나고 말았다는 것. 새로운 행성까지 도착하기에 남은 시간은 90년, 다시 동면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발론호에서 그는 늙어 죽을 수밖에 없다.

아발론 우주선은 여러 가지 생존에 적합한 물품을 제공해준다. 먹을 것뿐 아니라 놀이시설이나 문화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만 짐은 결국 절대고독 상태에 빠져들고 만다. 대화를 나눈다 하더라도 로봇과의 대화는 인공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결국 자살까지 결심하게 된다.

자살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대개의 SF 영화가 그렇듯 ‘패신저스’ 역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엔지니어인 짐은 동면기 재작동법은 모르지만 동면기에서 사람을 깨우는 방법은 깨우친다. 그러니까, 누군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깨우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 짐이야 우연한 사고의 결과였지만 짐이 누군가를 깨운다면 그건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이다. 고의며 범죄라고 말할 수도 있는 셈이다.

짐의 고민과 갈등은 사뭇 그럴 듯하다. 영화가 의존하고 있는 개연성도 그 갈등의 보편성에서 기인한다. 멋진 여성을 깨운다면 90년 정도의 삶을 버틸 만하지 않을까? 물론 깨운 여성이 사이코패스거나 살인마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마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나 공포물이 됐을 터다. 하지만 ‘패신저스’는 스페이스 로맨스를 선택한다. 고의로 깨어난 것을 모르는 여성과 그 여성을 깨운 남자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오해와 갈등, 위기가 영화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는 지점도 여기다. 사람들이 SF에서 기대하는 평범한 이야기와 달리 ‘패신저스’는 외로움과 고독, 인연과 같은 로맨스적 요소를 여러 각도로 살펴본다. 블록버스터답게 화려하게 꾸며진 미장센이나 액션 장면도 마련돼 있다. 주로 대사와 연기로 전달되던 로맨스가 ‘그래비티’급의 스펙터클로 제시되는 것도 신선하다.

약간의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아름답고 신기한 장면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무중력 상태에서 물이 떠오르는 장면 같은 것은 영화가 줄 수 있는 아름다운 환상임에 분명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2호 (2017.01.18~01.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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