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뇌물공여·횡령·위증 혐의

한광범 기자 2017. 1. 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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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관련 무리수가 최악 상황 자초..구속여부 19일 새벽까지는 결정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고심을 거듭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그룹은 혼란이 불가피해졌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해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던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지원을 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삼성이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측에 430억원을 특혜지원 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여기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도 포함됐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신병 처리에 고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영장 청구를 결정하면서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공식 입장을 통해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구속 여부는 18일 밤 늦게나 19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현재 이 부회장(17.23%)을 포함한 삼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30%가 넘는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44.42%에 달한다.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을 높아짐으로 해서 10조원 내외로 평가받는 구 삼성물산 보유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게 됐다.

삼성은 2015년 3월 한화로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넘겨받은 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회장에 임명했다. 또 삼성물산 합병안이 통과된 직후 박 사장을 독일로 보내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승마유망주 훈련 명목으로 220억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이 계약이 최씨 딸 정유라씨만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후 삼성은 실제 최씨 측에 35억원가량을 송금하고 정씨가 탈 명마 구입 등을 위해 43억원을 쓰기도 했다. 또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세 차례 독대에서 이 같은 지원을 직접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압력에 못 이겨 지원했고 구체적 내용은 사후에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에게 보고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측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국민연금이 불공정한 삼성물산 합병을 적극 지원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이 부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가 얻은 이득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참여연대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합병비율(제일모직:구 삼성물산=1:0.35)이 아닌 다른 기관들이 제시한 적정 합병비율을 대입했을 때 국민연금 손실액은 최소 1233억원에서 최대 6157억원까지 책정된다. 이 부회장 일가의 이득액은 최소 7445억원에서 최대 3조 7187억원까지 계산됐다.

이 중 전자는 국민연금이 내부적으로 책정한 합병비율(1대0.45)을, 후자는 세계 최대 투자 자문사 ISS가 책정한 합병비율(1대1.21)을 적용한 금액이다. 삼성 총수 일가의 재산이 최대 30조원으로 평가받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이 부회장의 조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지만 구속 영장 청구는 없었다. 삼성으로서는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삼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의 편법·탈법으로 논란을 야기한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삼성SDS 유상증자 사건이었다. 두 사건을 거치며 이 부회장은 막대한 재산을 쌓았지만 정작 처벌은 피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95년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60억원을 증여받은 후 증여세 16억원을 냈다. 그는 나머지 돈을 이용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배정받았다. 에버랜드 기존 주주들은 CB 인수를 포기했다. 이 부회장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했고 단숨에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다. 이 사건으로 두 명의 전직 에버랜드 사장인 허태학·박노빈씨만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두 사람도 지난 2009년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SDS 유상증자 과정에서 44억원으로 지분을 인수하고 1999년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47억원에 취득해 지분 8.8%를 확보했다. 지분 인수 후 삼성SDS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이에 대해선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이 수사에 나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등을 기소했다. 이 회장은 2009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마저도 확정 판결 4개월 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의해 단독 사면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결국 삼성이 이 같은 구태를 답습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정치권과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시대는 변했는데 삼성은 탈법적 행태를 반복했다. 이번 사건도 잘못을 저질러도 로비로 이를 무마할 수 있다는 오만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법위의 삼성'이라는 오만함이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과거보다 사안이 중대하다. 이전 탈법적 행태들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행위였던 데 반해 이번 사건은 국민연금이라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에 피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16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은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사기업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혐의"라고 비판했다.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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